더 낮아지는 분양가… 서민 vs 현금부자, ‘집주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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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동일스위트 리버 스카이의 뜨거운 분양 열기. /사진=뉴스1 DB


아파트 선분양 시 분양보증을 제공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해 건설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정부의 집값 안정이라는 정책기조와 맞닿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낮은 분양가에 따른 ‘현금부자의 로또청약’이라는 부작용이 증명된 상태다. 당장 분양가가 낮아지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 등이 맞물린 지금 상황에서는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이 아닌 현금부자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돼 정책목적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점점 벌어지는 모양새다.

◆로또 논란에 ‘더 강력한 규제’ 처방

HUG는 지난 6일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심사할 때 상한기준을 기존 110%에서 100~105%로 낮추는 게 골자다. 고분양가 사업장은 서울과 경기 과천시, 세종, 부산 해운대·남·수영·연제·동래구 등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한 규제 강화지역이자 부동산 인기지역이다. 새 기준은 이달 24일 분양보증 발급분부터 적용한다.

개선안은 또 분양가 계산방식을 바꿔 단순 산술평균이 아닌 가중평균으로 분양가 평균을 계산한다. 이를테면 3.3㎡당 3200만원짜리 아파트 50가구와 3000만원짜리 50가구, 2600만원짜리 1가구의 단지는 분양가 평균이 기존 3.3㎡당 2933만원에서 3095만원으로 높아진다. 최근 서울과 과천 등의 아파트 분양가를 기준으로 보면 분양가 개편 전후 많게는 3.3㎡당 300만원의 차이가 발생한다. 새 아파트 분양가가 종전 대비 수천만원 낮아지는 것이다.

HUG가 분양가 심사기준을 갑자기 바꾼 것은 최근 몇년째 이어진 로또분양 논란과 연관이 있다. 기존 아파트시세 대비 새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률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돼 이런 이익은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무주택 서민의 내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청약제도의 본질과는 어긋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HUG가 이런 논란을 의식해 강남 등의 일부지역에서 분양가 규제를 완화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HUG의 분양가 심사기준이 주변 시세에 따라 정해지므로 고가아파트가 많은 강남 등은 분양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로또 논란이 분양가를 합리화시킨 것이 아니라 더 낮췄다”고 분석했다.

한편으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분양가 거품을 지적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데 따른 결과로도 풀이된다.

경실련은 올 초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 위례 포레자이, 송파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 3개 아파트의 분양가가 거품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아파트는 정부가 분양가 공개항목을 확대한 이후 공공택지에 공급한 첫 아파트로 경실련은 분양가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건축비에 간접비와 가산비 등을 추가해 총 4117억원이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간접비와 가산비는 사용 여부가 불명확하고 일부항목은 원가 공개의무가 없다.




◆집값 안정 vs 후분양 피해

분양가가 더 낮아짐에 따라 분양자의 이익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분양가 인하가 전체적인 집값 안정이나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2017년 3월 이후 지난해 10월까지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15.8%,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4.9%로 두배 넘게 차이가 났다. 정부정책이 분양가 상승은 막을 수 있어도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또 건설사들은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사전 무순위청약’ 등의 편법을 이용하거나 아파트를 대체하는 주거용 오피스텔을 확대하는 추세다. 청약통장 가입여부뿐 아니라 다주택자 규제, 대출 규제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규제 틈새를 노린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규제의 풍선효과인 셈이다.

서울 강남·용산 등에서는 후분양제를 검토하는 곳이 늘어났다. 롯데건설의 용산 ‘나인원한남’은 HUG와 분양가 갈등으로 임대 후 분양을 선택했다. 대우건설의 ‘이수푸르지오 더프레티움’은 후분양을 검토 중이다. 후분양제는 분양보증이 필요 없는 대신 조합과 건설사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해야 해 리스크가 낮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 위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아파트 품질강화를 위한 후분양을 확대하는 등 장점도 있지만 분양자 입장에선 중도금과 잔금을 한꺼번에 마련해야 하는 부담과 공사가 진행되는 2~3년 동안 시세 상승 시 올라간 분양가를 내야 하는 단점도 크다”고 말했다.

청약규제를 강화해도 투기를 막는 데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처럼 분양가 통제의 효과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불안한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1순위청약 자격을 갖추고 현금도 보유한 소수의 무주택자에겐 내집 마련의 꿈을 안겨주겠지만 실질적으로 주거안정이 필요한 중산층 이하 실수요자가 누려야 할 정책혜택의 몫이 규제 빈틈을 노린 현금부자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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