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다각화 vs 일감 빼앗기… ‘작은 일’ 손대는 큰 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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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의 수주가뭄이 소규모 수익을 내는 도시정비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대단지아파트나 주상복합 등 수익성 높은 사업만 진행하던 대형건설사들은 일감이 줄어들자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최근 몇년 동안 대형건설사들이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숙박시설 등으로 사업분야를 확장하던 것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가지 반응으로 나타난다. 먼저 중견·중소 건설사의 일감을 빼앗는다는 시각이다. 또 하나는 이런 현상이 대형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분석이다. 최근 소규모 정비사업 등에 뛰어든 건설사들을 보면 대부분 톱5 안에 드는 최상위 건설사거나 자금력이 탄탄한 중견건설사다. 10대 건설사조차 수익성 낮은 사업에 뛰어들기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라 업계 불황이 상위그룹 건설업계마저 양극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용산 주택가. /사진=뉴스1 박정호 기자

◆“일감 없는데 어떡하나”

건설업계의 사업 다각화는 최근 시장상황과 정부의 규제정책에 따른 것이다. 아파트 분양, 해외 건설,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의 건설업계 수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감이 확 줄어들었고 앞으로도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돼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정부는 청약과 대출 규제뿐 아니라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사업의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재개발·재건축사업의 층수 제한, 재건축 연한 축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반대로 대출 확대나 재정 지원 등을 통해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문재인정부의 핵심공약인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정비사업의 경우 건물 전체나 지역 일대를 전면 허무는 방식을 지양하고 노후 주택가 등의 주거환경을 재정비하는 목적이 크다. 조합원수가 적고 고층빌딩을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므로 사업자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다. 그래서 초반에는 건설업계의 반응도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부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새로운 양상이 나타났다. 대구 중구 78태평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에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이 수주 경쟁을 벌여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하는 사업의 최근 설명회에는 건설사 40여개가 참여한 가운데 대우건설, 롯데건설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종전의 도로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데 목적을 둔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정부는 최근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허용면적을 현행 1만㎡보다 두배 넓힌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대림산업 계열 삼호는 대구 중구 77태평아파트의 소규모 재건축사업도 수주했다. 한양도 최근 경기 안양시 대동아아파트 소규모 재건축사업에 단독으로 입찰했다. 소규모 재건축사업은 면적 1만㎡ 미만의 노후·불량주택이 200채 미만인 경우 시행이 가능하다. 둘 다 규모가 작아 그간 대형건설사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영역이다.

5대 건설사 중 한곳의 관계자는 “수익성을 안 볼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일감이 죽은 상황이라 기본마진 정도만 챙겨도 사업을 진행하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시장이 축소돼 다른 쪽의 시장을 확대하지만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직은 수익성 봐야”

물론 수익성 낮은 사업을 기피하는 대형건설사도 적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검토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방침”이라면서 “주택이나 해외 플랜트사업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경험이 있는 만큼 어려운 때라도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감 축소가 심각한 건 사실이라 아파트 분양사업을 대체할만한 복합단지, 지식산업센터, 여러 형태의 건축물로 수주영역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저성장 기조 아래에서 대형사가 점점 시장을 과점할 수밖에 없다”며 “대형사 안에서도 서열이 나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계 관계자는 둘 다 시공능력평가 10위권 안팎의 건설사 소속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에 대한 불신과 전문성 미비가 사업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정책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구조적 문제와 제도에 대한 이해가 낮은 점도 문제다.

서울 중랑구 세광하니타운의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입찰이 5번이나 번복됐다. 유탑건설, 라온건설, 서해종합건설, 원건설이 입찰에 참여했지만 조합원들이 사업조건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입찰 적격성 여부를 심사하지 못했다.

서울 금천구 대도연립의 소규모 재건축사업도 올 3월 시공사 입찰이 마감됐지만 조합이 장기간 사업조건 등을 검토하느라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에 대한 사업교육을 의무화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공공관리제 등의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7호(2019년 6월18~24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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