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이름 통일' 연구 취소… 식약처, 의사 눈치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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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약(제네릭) 이름을 통일하는 방안’(INN)을 두고 의료계와 약학계가 대립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급히 도입을 취소했다. 그러나 식약처의 결정이 의료계와 약학계의 패권싸움으로 번져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지난 13일 해명자료를 통해 ‘제네릭의약품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공고를 취소하며 INN 도입을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INN 관련 향후 세부 연구내용 등을 명확히해 재공고 할 예정이다. 이에 약학계는 “의사 눈치보기 행정”이라고 비난했다.

INN은 의약품 국제일반명 제도로 제약회사의 제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각 의약품마다 세계적으로 동일한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고 세계보건기구(WHO)가 1953년 도입했다. 의약품을 사용할 때 혼란을 막고 정보 전달력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일부 국가는 WHO와 별도로 자국 내 의약품 명칭을 고려한 성분명 체계를 두고 있다. USAN(미국), BAN(영국), JAN(일본)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아직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다. 영문명은 국제일반명을 따르기도 하지만 제약사, 제품마다 다르다.

INN이 도입되면 기존 화이자의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를 복제한 한미약품의 ‘팔팔’, 대웅제약 ‘누리그라’, 종근당 ‘센글라’ 등은 모두 비아그라의 성분명을 따라 제품명을 ‘회사명과 실데나필 시트르산염’으로 변경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INN은 제네릭 관리와 수출이 수월해지고 소비자가 어떤 성분을 복용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INN이 도입됐다면 지난해 전세계를 뒤흔든 고혈압약 ‘발사르탄’ 이슈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발사르탄은 지난해 발암가능물질이 들어간 원료의약품으로 전세계에 파장을 일으킨 성분이다. 국내서는 관련 복제약 제품명이 디오르반, 바레탄, 발사닌, 사디반 등으로 다양해 제품을 전수조사하거나 회수할 때 차질이 있었다. 환자들도 자신이 문제 성분을 복용하는지 모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편 의료계는 INN을 의사의 처방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국제일반명의 국내 도입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국제일반명 도입은 제네릭 의약품 정보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켜 환자의 선택권과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일반명 도입이 성분명 처방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전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할 때 제품명 대신 성분으로 처방하고 약사가 해당 성분의 제품을 환자에게 조제해주는 방식이다. 의약품 처방 권한이 의사에서 약사로 넘어가는 것이다. 의협은 복제약과 오리지널의 효능이 동등하지 않기 때문에 교체사용이 어렵다며 성분명 처방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약학계는 국제일반명과 성분명 처방은 다른 제도라고 반박하고 있다. 성분명 처방은 처방과 조제에, 일반명은 의약품 개발과 허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약학계의 설명이다.

의료계와 약학계의 대립이 지속되자 제약업계는 숨을 죽이고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제일반명은 단순히 복제약 이름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의약품시장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이 얽힌 문제”라며 “INN을 도입하면 홍보·마케팅에 자금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미 브랜드 인지도가 있는 제품은 영업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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