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50] 누가 '기생충'인가

 
 
기사공유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봉준호 감독과 주연배우들. /사진=머니투데이 이종훈 기자


기생충은 우리를 화나고 메스껍게 한다. 하는 일 없이 몸 한구석을 제집인 양 차지하고 내 양분을 빼앗는다. 생김새도 고약하다. 그 분노와 메스꺼움은 우리가 기생충을 보는 족족 죽이도록 이끈다. 영화 <기생충>도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보고 난 뒤 개운하지 않다. ‘조롱당했다’는 느낌이 영 가시지 않는다. 이 기분 나쁜 찌꺼기는 무엇일까. 
[이 기사에는 영화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기생충> 이야기

이 우울과 찝찝함, 그리고 께름칙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영화 <기생충>의 줄거리를 짧게 따라가 보자. 기택 가족은 부인 충숙, 아들 기우, 딸 기정, 전원이 백수다. 한때 잘나갔던 ‘대만 카스테라’ 대리점을 하다 과다경쟁으로 순식간에 망한 탓이다.

이들은 바퀴벌레와 곱등이가 우글거리는 반지하에 산다. 이때 구세주가 나타난다. 기우의 친구가 와서 박 사장 집, 고2 여학생 다혜의 고액 영어 과외를 소개해줬다. 군대 가기 전과 제대 후 4년 동안이나 재수하고 있는 기우는 기정이 만들어 준 가짜 ‘연세대 재학증명서’를 들고 박 사장의 부인 연교를 찾아가 과외교사를 꿰찬다. 이후 기우는 기정을 다혜의 동생 다송의 미술교사로, 기택을 박 사장 운전기사로, 충숙을 연교 집 가정부로 취직시키는 데 성공한다.

<기생충>에서 코미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여기까지가 전반부다. 다송의 생일 파티를 위해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난 날부터 우울과 께름칙함이 되풀이되는 후반부가 이어진다. 그날 밤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쫓겨난 가정부 문광이 지하실에 물건을 놓고 갔다며 찾아온다. 지하실에는 사업에 실패해 엄청난 사채 빚을 진 그의 남편 근세가 산다.

자기의 ‘기생충’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기택 가족과 근세 부부가 격투를 벌이는 중에 박 사장 가족이 갑자기 귀가한다.

다음 날은 화창했다. 연교는 정원에서 다송 생일 파티를 하기로 즉석에서 결정한다. 하객이 몰려들어 행복한 생일 파티가 시작되고 근세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 위해 지하실로 간 기우는 오히려 공격을 당해 뇌진탕으로 쓰러진다. 근세는 칼을 들고 파티장에 난입해 기정을 죽이고 충숙과 결투 끝에 칼에 맞아 죽는다. 기택은 이 과정에서 박 사장을 칼로 찌르고 아무도 모르게 지하실로 숨는다.

◆<기생충>의 찝찝함

<기생충>은 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또 시드니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시드니 필름 프라이즈’도 수상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빈부격차 문제를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기생충>은 이런 영예와 달리 실제로 보면 알 수 없는 께름칙함이 남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크게 3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나쁜 일’을 하면서도 범죄의식이 없다는 사실이다. 위조된 연세대 재학증명서를 놓고 기우는 “아버지,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뭐 서류만 좀 미리 짰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거리낌 없이 말한다.

또 박 사장 가족이 캠핑을 떠나자 기택 가족은 마치 제집인 듯 모여 거나한 주연(酒宴)을 벌인다. 기택은 ‘냄새’로 자기를 모욕한다고 여겨 박 사장을 살해하고도 살인에 대한 반성이나 죄의식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근세가 박 사장에 빌붙어 살면서 그를 존경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물론 그도 문광을 죽음에 이르게 한 기택 가족에게 복수한다. 수석으로 머리를 내리치고 칼로 찌르고 휘두른다. 도덕이나 공권력이 죽고 오로지 개인적 복수심만 가득하다.

둘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택은 ‘가족 사기단’으로, 문광은 ‘지하 기생충’으로만 살려다 모두 파국을 맞았다. “부자인데 착한 게 아니라 부자니까 착하다. 다리미야 다리미, 돈이 다리미”라는 충숙의 절규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기생충’인 나도 기회만 있다면 ‘기생충’들을 밟고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드러낸다. 영화 끝 부분에 기우가 돈을 많이 벌어 박 사장 집을 사 기택에게 햇빛을 보게 할 수 있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마찬가지다.

박 사장 가족에겐 자기들이 누리는 행복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살고 있는 ‘기생충’들에 의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없다. ‘안전의 사상누각’에 살면서 그들에게 비수로 돌아올 ‘말의 칼’을 아무런 인식 없이 뱉는다. 박 사장은 “기택에게서 무말랭이 냄새가 난다”는 말 때문에 기택에게 죽음을 당했다.

셋째, <기생충>의 상영등급이 ‘15세관람가’라는 점이다. 영화에는 ‘자녀가 부모와 함께 보기 민망한 장면’과 ‘15세 청소년이 충격 받을 수 있는 폭력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충숙이 말끝마다 내뱉는 욕설은 양념이라고 하기엔 지나치다.

◆남겨진 질문, 누가 기생충인가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 그걸 지키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기생충은 바로 그런 '비인간'이다. 오로지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기 위해, 오로지 남보다 앞서기 위해, 소중한 '나'됨을 버리는 사람들이다.

이런 비인간들이 많아질 때 사회의 유대관계가 끊어지고 공동체는 무너진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데다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마저 붕괴되고 있다. 안전에 위협을 느낀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CCTV를 설치한다. 안전을 지키기 위한 비용은 나날이 높아진다. CCTV는 과연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수 있을까.

“그러니까 계획이 없어야 해.” 기택은 홍수로 반지하 집이 물에 잠긴 뒤 체육관으로 피난 와서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이냐”고 묻는 기우에게 이렇게 답했다. “지금 체육관에 있는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 올 것으로 계획해서 온 것이 아니듯 인생은 계획한다고 계획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우는 “아버지 저는 오늘 계획을 세웠습니다”는 말로 영화를 맺는다. <기생충>이 남긴 우울과 찝찝함과 께름칙함은 우리들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과연 누가 기생충인가.

☞ 본 기사는 <머니S> 제598호(2019년 6월25일~7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1927.17하락 11.218:03 08/16
  • 코스닥 : 591.57하락 5.5818:03 08/16
  • 원달러 : 1210.80하락 1.918:03 08/16
  • 두바이유 : 58.64상승 0.4118:03 08/16
  • 금 : 58.20하락 0.1318:03 08/1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