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보험은 85점”…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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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닥터 상품 마이리얼플랜. /사진제공=마이리얼플랜


금융시장은 대표적인 정보비대칭 시장이다. 상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전문가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금융소비자 88.6%는 '약관·상품설명서가 너무 어려워서 불편하다'고 답했다. 소비자 10명 중 9명은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고 있다.

보험시장도 마찬가지다. 보험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은 가입할 때 설계사에 의존한다. 설계사의 말만 믿고 필요 없는 보험에 가입해 중도해지한 후 새로운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불완전판매란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항을 고의로 전달하지 않고 동시에 허위, 혹은 과장된 설명으로 소비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최근 인슈어테크 기업은 보험가입자와 설계사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없애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에게 객관적인 보험상품 정보를 제공하려 한다. 어플리케이션(앱)에서 일방적인 정보 전달 대신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하고 있다.

◆“2건 모두 유지”… 보험 진단해주는 앱

보험나이 26세. 보험 진단 결과 유지 2건. 보험서비스 앱을 설치해 보험 진단을 받아봤다. 기자가 가입한 보험은 실손보험과 암보험 각각 1건씩 2건이다. 종합점수 85점, 2건 모두 ‘유지’ 결과가 나왔다. 해당 앱은 상품, 보장기간, 납입기간, 브랜드 가치, 보험료, 보장 등 다양한 항목을 AI가 분석해 ▲유지 ▲조정 ▲해지 3단계로 평가한다.

진단을 받고 나면 소속 설계사와 직접 상담을 받을 수 있다. 3시간 뒤 걸려온 전화에서 A설계사는 “가성비로 손색이 없지만 보장항목이나 만기로는 아쉬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상품 자체로 놓고 봤을 때 유지하는 게 좋다”며 “다른 보장이 필요하면 추가로 가입하는 게 좋다. 기존 보험은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짧게 설명했다. 직접 상품에 대해 묻기 전까지 특별한 보험 상품을 추천하는 행위는 없었다.

다른 보험 서비스 앱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두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기존 텔레마케팅(TM)과 달리 보험 가입 권유가 없다. 치아보험에 대해 문의하자 구체적인 상품보다는 기본적인 보장을 원하면 B형, 폭넓은 보장을 원하면 C형 등 최대한 소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추천했다. 앞서 한 보험사에서 치아보험에 대해 문의하자 10분을 넘게 설명하고 이후로도 계속해서 전화가 오던 영업방식과 확연히 달랐다.

보험서비스 앱 관계자는 “보험소비자 중에서 전화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필수적인 정보와 상담만을 제공해 최대한 고객과 접촉을 줄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보험서비스앱 굿리치. /사진제공=리치앤코

◆플랫폼 형태로 진화한 보험서비스

최근 보험업계에서도 서비스 플랫폼화가 진행되고 있다. 보험 플랫폼은 크게 독립보험대리점(GA)이 직접 플랫폼을 개발하는 경우와 핀테크 기업이 플랫폼을 개발한 후 설계사를 영입하는 형태로 나뉜다. 전자는 리치앤코(굿리치), 피플라이프(보험클리닉), 후자는 마이리얼플랜(보험닥터), 토스,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지는 설계사가 고객발굴에서부터 상품추천, 상담, 청약 등 전 과정을 맡았다. 반면 최근 등장한 플랫폼 서비스는 상담과 청약 과정에만 설계사가 참여하는 게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보험닥터의 경우 ‘마리플래너(보험설계사)’를 영입해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보험닥터는 인공지능 설계사가 해지 또는 조정해야할 보험을 진단하고 상품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보험닥터 관계자는 “‘잘못된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을까’라는 보험가입자의 의문이 보험닥터를 이용하게 할 원동력”이라며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화 상담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고객 응대 서비스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닥터는 현재 11명의 보험설계사를 영입해 한달 교육 후 보험컨설팅을 맡기고 있다.

리치앤코는 보험서비스 앱 ‘굿리치’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굿리치는 보험진단 뿐만 아니라 보험금 청구, 보험금 찾기, 재무진단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판매·영업채널이 아닌 보조수단의 개념이 강하다.

리치앤코 관계자는 “굿리치에서 나오는 상담 요청은 기존 설계사들 성격에 맡게 배분만 해주면 된다”며 “예를 들어 보험금청구 서비스는 굿리치 소속 청구 담당자가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서류를 정리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굿리치는 현재 다운로드 수 250만건 이상을 기록 중이다.

◆한계 있지만… “인공지능·설계사 조화”

현재 국내 보험 플랫폼은 초기 단계인 만큼 한계도 있다. 다양한 항목을 이용하지만 진단 결과가 단순하고 결국 청약 단계에서는 설계사가 개입해야 한다.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보험 플랫폼은 다양한 항목을 분석해 보험 상품이 소비자에게 적합한 지 알려준다. 하지만 소득수준, 보장 항목 보다는 저렴한 보험료에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료가 많아도 보장이 다양하거나 보험금이 많은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보험 플랫폼 기업 한 관계자는 “AI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사가 관여하고 있다”며 “앱에서 바로 보험을 리모델링하는 게 아니고 설계사와 상담까지 이어진다. 소비자가 원하는 부분을 말하면 거기에 맞춰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플랫폼에서 1차적으로 고객 정보를 파악하고 세부적인 설명은 설계사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설계사는 실적(보험 판매)에 따라 수당을 가져간다. 도입 초기가 지나면 기존 채널과 마찬가지로 판매 경쟁으로 불완전판매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플랫폼 업체 한 관계자는 “기존 채널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보험플랫폼은 고객 서비스 개념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설계사 교육과 상담 이후 고객평가를 통해 불완전판매를 불식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8호(2019년 6월25일~7월1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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