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황금기 속 위기'… 문제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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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분야 연구진. /사진=셀트리온
제약·바이오산업을 향한 글로벌 패권 다툼이 뜨겁다. 특히 연구개발(R&D)을 향한 우수인력 쟁탈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연구개발·사업화 등에 전문인력이 없으면 경쟁에서 뒤처져 자칫 변방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덩치를 키우면서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가 넘쳐나지만 이에 걸맞은 인력 충원이 제대로 안 돼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주창하는 정부가 전문인력 양성 차원에서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 배경이다.

◆국내 기업 ‘인력 부족’에 울상

국내 바이오산업 선두주자 중 하나인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1만명을 추가 고용할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2030년까지 의약품사업 추진을 위해 20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바이오의약품 공장 확충에 따른 생산시설에도 8000여명 등 1만명을 직접 고용할 것”이라며 제약·바이오·등 분야에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신규 인력을 충원해도 곧장 현장에 투입하기 어렵다 보니 다른 회사들도 채용 후 직원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는 “생물계열 대학 졸업생을 뽑아도 3~4년간 가르쳐야 현장에 투입할 수 있다”며 “학부과정을 마치면 산업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도록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도 “데이터과학자 등 인재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성장하려면 전문가를 더 많이 끌어들여야 하지만 고용 수요에 비해 공급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정부의 12대 주력산업 중에서도 기술인력 부족을 가장 심하게 겪는 분야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산업별 기술인력 현황 자료 ‘우리나라의 산업기술인력 수급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제약·바이오분야의 산업기술인력 부족률(부족 인원/(현재 인원+부족 인원))은 3.5%로 12대 주력산업 중 소프트웨어분야(4%)에 이어 가장 높다.

제약·바이오업계의 애로사항은 다른 조사에서도 나타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국내 신산업 규제애로 실태조사’한 결과 글로벌기업과의 경쟁에서 발목을 잡는 걸림돌로 ‘우수인력 확보 어려움’을 선택한 기업(71.3%)이 꼽혔다. 정작 ‘기술력 부족’을 꼽은 기업은 55.9%에 불과했다.국내 기업들이 기술력보다 전문인력 부족에서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는 얘기다. 기업과 정부가 원활히 협력해 이런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에 이어 중국도 인재 발굴

미국‧유럽 등 선진국들은 전문 인력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선진국들은 바이오헬스산업을 성장전략의 하나로 꼽고 우수 대학과 협력해 인재 발굴에 팔을 걷어붙였다.

선진국인 미국·유럽의 경우 유명 대학 연구실과 연계해 관련 인력을 육성하도록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국은 터프스대학 교수의 연구실을 기반으로 생명공학기술 전문회사 ‘IL LLumina’를 만들면서 전문인력을 육성한다. 영국도 스탠퍼드대학 연구진과 연계했다. 아일랜드는 제약사와 함께 바이오인력양성기관을 설립해 의약품생산·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품질관리(QC) 등 제약·바이오 공정 전 과정에 걸쳐 현장 교육을 제공한다.

이웃나라 중국은 외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높은 연봉과 연구 기회를 약속하며 해외 연구인력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 결과 존슨앤존슨·엘리릴리 등 다국적제약사의 기술진이 중국 기업으로 대거 이동해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이 인재 발굴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도 미래 제약·바이오산업에 필요한 R&D 우수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도록 현장 전문인력의 양성과 공급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의약품 개발 전문인력 양성에 뒤늦게 뛰어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담당 인력을 확충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한다. 식약처의 경우 임상시험계획 승인 인력 부족으로 신약개발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식약처의 승인이 지연됨에 따라 한국의 임상시험 승인 건수는 수년째 600여건에 머물고 있다. 이는 국내 신약개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으로 자리잡았다.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식약처 허가심사 인력을 3년 안에 두배로 늘릴 것”이라며 “두배로 늘린다 해도 선진국보다 인력이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충원해야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말했다.

이어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면서 인재 육성책을 꺼내들었다. 아일랜드 바이오인력양성기관을 벤치마킹해 국내에 ‘바이오공정 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하겠다는 의도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바이오헬스 육성을 위해 R&D에 4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대부분 의료빅데이터를 구축하는데 예산이 치중돼 있어 한계점이 드러난다”면서 “우리나라가 제약·바이오 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를 더욱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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