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사라진다… ‘이미지’로 읽고 쓰는 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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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수천년간 정보전달의 매개로 사용한 텍스트가 점차 사라진다. 신문·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이미지·동영상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며 제로텍스트 현상을 가속화한다. Z세대를 포함한 젊은층이 직관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제로텍스트를 반기는 것과 달리 노년층은 콘텐츠 내용을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호소한다. <머니S>는 글자가 없어지는 제로텍스트 현상을 짚어보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자세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글자가 사라진다… ‘제로 텍스트’ 시대-①] 新문명의 역설 '탈텍스트'

글자가 설 자리를 잃어간다. 수천년 전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이후 정보전달의 매개체 역할을 수행해 온 글자가 서서히 대체재에 밀리는 모양새다. 텍스트를 멀리하는 세태가 확산되고 독서 인구가 줄면서 출판업계는 존립을 걱정하는 상황을 맞았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에서도 텍스트는 힘을 잃어간다. 이와 반대로 세계 최대의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는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으며 각종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도 이미지와 동영상 콘텐츠, 이모티콘에 힘을 실으며 ‘제로텍스트’ 시대를 앞당기는 추세다.



◆수천년 역사 텍스트 ‘흔들’

인류의 역사는 텍스트와 그 궤를 함께 했다.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시작된 글자의 역사는 활자가 발명되면서 일대 변혁을 맞았고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텍스트는 획기적인 매개체였다. 문법이라는 틀을 갖춰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지만 텍스트는 시공간을 넘나들며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고 수천년 인류역사에 한획을 그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텍스트의 힘이 빠지고 이미지와 동영상으로 콘텐츠의 형태가 변하는 모습이다. 텍스트의 위상이 이전과 다름은 독서인구의 감소현상에서도 목격된다. 통계청의 조사결과 2017년 우리나라 13세 이상 국민 중 ‘독서인구’의 비율은 54.9%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56.2%보다 1.3%포인트 줄어든 것이며 2013년 62.4%보다 7.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젊은층의 탈(脫)텍스트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전국 대학생의 1인당 도서대출 권수는 2017년 7.4권에 그쳤다. 2013년 10.2권을 기록한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설상가상 지난해부터는 유튜브의 성장이 텍스트 쇠퇴 현상을 가속화한다. 눈으로 읽고 상상하면서 스스로 내용을 이해해야 하는 텍스트와 달리 영상과 음성, 간단한 자막으로 구성된 유튜브는 직관성이 뛰어나며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어 모든 연령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모바일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4월 유튜브는 국내에서 총 388억분의 사용시간을 기록했고 전년 동월 사용시간인 258억분 대비 50%가량 성장했다. 이 가운데 10대의 경우 1인당 평균 1895분(31시간35분)을 사용하면서 가장 많은 유튜브 사용시간을 기록했다. 오늘날에는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각종 정보가 영상으로 저장되고 공유되는 것은 물론 기존 포털사이트의 영역도 유튜브가 점령하는 추세다.

텍스트 전송이 ‘주요 목적’인 메신저에서도 제로텍스트 현상이 눈에 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메신저 ‘카카오톡’의 모기업 카카오는 지난해 7월 캐릭터 담당 계열사 ‘카카오IX’를 분사, 독립법인화하면서 이모티콘사업에 힘을 실었다. 최근에는 이모티콘숍을 별도로 개설할 만큼 관련산업에 집중한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모바일 디바이스 제조사도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이모티콘’을 앞다퉈 출시하면서 제로텍스트 흐름에 편승하는 모습이다.



◆Z세대가 제로텍스트 이끌어

기업도 포스트 텍스트시대에 맞게 새로운 전략을 모색 중이다. 특히 기업은 미래의 주고객층인 20대 이하 젊은세대, 이른바 Z세대가 제로텍스트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판단해 그들의 행동에 주목한다.

신지형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Z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행동양식을 추구한다”며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했다. 아날로그보다 디지털에 익숙해 즉각적인 성향을 지니며 상상력을 추구하는 환경에서 성장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이미지와 동영상에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텍스트 입지 감소는 합리적 예측”
- 김정현 서강대학교 지식융합미디어학부 교수

- 텍스트의 입지가 줄어드는 원인은.

▶ 옴니코어나 브랜드워치와 같은 인터넷 분석 및 마케팅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달 전세계 유튜버 사용자수는 19억명에 이른다. 또 10명 중 6명이 TV보다 온라인 동영상을 선호하며 2025년에는 32세 이하의 절반가량이 TV를 시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책과 신문을 보며 자란 기성세대와 달리 태어난 순간부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접한 10~20대들을 보면 스마트폰으로 대화를 할 때 주로 줄임말을 사용한다. 또 이모티콘이나 이모지로 상태나 감정을 글자 대신 표현하고 정보나 뉴스도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이 현상은 비단 젊은 세대들만의 트렌드는아니다. 18~49세의 80%가 유튜브를 시청 중이다. 한국의 경우는 50대의 유튜브 전체 이용 시간이 연령대별 사용자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즉 세대를 막론하고 책이나 신문으로 대표되는 문자 매체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이미지와 동영상의 시대로 움직이고 있다. 이는 거슬러 올라가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하이퍼텍스트의 발명, 즉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를 지켜 읽어야 하는 기존의 선형적인 텍스트 읽기 구조에서 벗어나 관련 정보들을 마음껏 찾아 볼 수 있는 새로운 읽기의 구조에서 이미 예견된 것일 수도 있겠다.

- 앞으로 텍스트 입지는 더 줄어들까.

▶일찍부터 화면 전환이 빠른 동영상을 접한 젊은 세대는 후에도 주의력과 집중력이 결핍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짧은 동영상을 이용하는 행동 패턴이 강화되고 많은 인내심을 요하는 선형적인 텍스트 읽기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또 젊은 세대는 텍스트를 사용할 때 가능한 짧게 즉 줄임말을 사용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또 이용자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동영상이 제공하는 풍부하고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단서’(영상, 소리, 텍스트)들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또한 TV나 영화, 신문, 라디오 등 기존 매체와 달리 유튜브는 어떤 내용이든 검열을 받지 않고 올릴 수 있다. 이로써 기존 대중매체가 다루지 못하는 틈새 정보를 꽤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도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자랑하는 유튜브의 특성을 고려하면 텍스트 즉 전통적인 글자나 문자의 입지가 줄어들 것은 합리적인 예측이라고 생각한다.

- 이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사람의 감각이나 인지기능은 편리함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동영상보다 인지적 에너지가 더 많이 드는 텍스트 읽기로 다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많은 사람은 스내커블 콘텐츠 혹은 스낵사이즈 콘텐츠라 불리는 3~5분의 짧은 동영상을 선호하며 긴 서사가 있는 것들을 즐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것이 더욱 강화되면서 각자의 취향에 맞는 내용을 압축적으로 담은 짧은 동영상 소비의 증가 추세가 지속되리라 생각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99호(2019년 7월2~8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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