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발의 공격수’ 토레스, 18년 만에 그라운드 떠난다 [김현준의 스포츠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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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18년의 프로 생활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사진=로이터

한 시대를 풍미한 금발의 공격수, 페르난도 토레스가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21일(이하 한국시간) 토레스는 본인의 SNS를 통해 “18년 동안의 선수생활을 뒤로 한 채 축구선수 인생을 마치겠다고 밝힌 토레스는 이틀 후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아틀레티코) 유스팀 출신인 토레스는 2001년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유럽 무대 통산 248골을 넣은 토레스는 잘생긴 외모까지 겸비해 많은 인기를 구가했다. 최전성기를 달렸던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활약한 토레스는 110경기 38골을 넣으며 스페인의 메이저대회 3연패에 공헌했다.

폭발적인 가속력과 정교한 슈팅력, 라인 브레이킹 능력까지 갖춘 토레스는 숱한 득점을 남겼으나 당대 최고의 공격수라고 불리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특히 2011년 당시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 이적료인 5000만파운드(약 737억원)라는 거금으로 첼시로 떠난 이후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며 ‘먹튀’라는 오명까지 쓰는 등 부진의 시기가 길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골을 넣었던 토레스는 축구팬들에게 진한 인상을 남긴 스타 선수였다. 토레스는 유로 2008 결승전 당시 독일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으며 스페인에게 44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안겼다. 유로 2012 결승전에서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해 대회 득점왕에 오르기도 했다.

유로 2008 결승전 결승골을 넣은 토레스(가운데)는 '무적함대' 스페인 대표팀의 일원으로도 활약했다. /사진=로이터

2011-2012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는 FC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을 넣었다. 당시 존 테리의 퇴장 등 갖가지 악재 속에서도 하미레스의 득점에 힘입어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앞서고 있었던 첼시는 토레스의 득점까지 나오면서 모든 이의 예상을 뒤집고 바르셀로나를 침몰시켰다.

여기에 외모만큼이나 그의 화려한 플레이 역시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2009년 4월 블랙번 로버스를 상대로 환상적인 하프 발리골을 만들어낸 토레스는 2010년 3월 선덜랜드전에는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엄청난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을 올렸다.

특히 2009-201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원정 경기에서는 최고의 수비수였던 네마냐 비디치에게 굴욕을 안기며 팀의 4-1 대승을 이끌기도 했다. 당시 토레스의 빠른 주력을 이기지 못하고 넘어진 상태에서 그의 동점골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비디치는 이후 스티븐 제라드와 볼 경합 도중 무리한 태클로 퇴장까지 당해 자존심을 구겼다.

이밖에도 토레스는 강팀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다. 리버풀을 떠나기 전까지 첼시를 상대로 총 9경기 동안 7골을 넣은 토레스는 아스날을 상대로도 10경기 동안 4골을 기록했다. 특히 바르셀로나에게는 16경기를 치르면서 11골을 몰아붙이며 킬러 본능을 발휘하기도 했다.

‘당대의 스타’ 토레스는 등장부터 화려했다. 2002-2003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첫 시즌을 보낸 토레스는 29경기에 출전해 홀로 13골을 터뜨렸다. 토레스는 당시 12위로 리그 일정을 마쳤던 아틀레티코 선수 중 최고 득점자였다. 당시 7골을 기록한 루이스 가르시아가 팀 내 득점 2위일 정도로 토레스는 돋보이는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토레스는 더욱 뛰어난 득점력을 선보였다. 2003년 11월에 열린 레알 베티스 원정경기에서는 감각적인 발리 골을 비롯해 페널티킥까지 성공하면서 팀의 2-1 역전승을 이끌었다. 또한 토레스는 리그 35경기 동안 19골을 터뜨리며 호나우두(24골)와 훌리우 밥티스타(20골)에 이어 라리가 득점 순위 공동 3위에 올랐다. 이때 토레스의 나이는 불과 19세였다.

‘엘니뇨(El Niño, 스페인어로 소년)’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토레스는 2006-2007시즌까지 5시즌 연속 라리가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세 골을 넣으며 다비드 비야와 함께 스페인 대표팀 공동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던 토레스는 주가가 높아진 상태에서 새로운 무대에 도전했다.

그의 다음 행선지는 리버풀이었다. 그리고 토레스의 이적은 본인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 골부터 심상치 않았다. 2007년 8월 첼시를 상대한 토레스는 전반 17분 특유의 폭발적인 스피드로 탈 벤 하임을 제치고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골키퍼 페트르 체흐와 수비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PL에서도 적응기는 필요 없다는 듯 리그에서만 24골을 넣은 토레스는 당시 아스날 소속 엠마뉴엘 아데바요르와 함께 득점 공동 2위에 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골)만이 해당 시즌 토레스보다 많은 골을 넣었다.

스티브 제라드(왼쪽)와 페르난도 토레스는 리버풀 역사에 남을 최고의 조합이었다. /사진=로이터

해당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서 33골을 올린 토레스는 당시 리버풀 구단 역사상 데뷔 시즌에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17-2018시즌 모하메드 살라가 44골을 넣기 전까지 해당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2011년 겨울 첼시로 이적하기 전까지 토레스는 리버풀 소속으로 142경기 동안 81골 20도움을 기록하며 리버풀의 주포로 활약했다. 2008년에는 유로 2008 우승과 함께 발롱도르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며 2009년에는 2년 연속 FIFA-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월드 베스트 11에 선정되는 등 최고의 시기를 보냈다.

이후 토레스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비롯해 FA컵 우승, 유로파리그 우승까지 경험했으나 정상급 공격수다운 모습을 재현하진 못했다. 친정팀인 아틀레티코로 복귀한 이후 2015-2016시즌에는 라리가에서 11골을 기록하는 저력을 발휘했으나 그것이 마지막 불꽃이었다. 지난해 일본 J리그 소속 사간 도스로 이적해 17경기 동안 3골에 그친 토레스는 올해 11경기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부진에 빠지면서 결국 은퇴의 길을 택했다.

약 18년 동안 굴곡진 선수생활을 보낸 토레스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난다. 누구보다도 ‘붉은 유니폼’이 어울렸던 토레스는 오는 8월 빗셀 고베와의 고별전을 마지막으로 축구 팬들의 기억 속에 영원히 남게 됐다. 
 

김현준 hjsoon@mt.co.kr

안녕하세요. 이슈팀 김현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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