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년에 딱 한달, 요맘때 빗장 여는 '비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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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야댐생태습지. /사진=한국관광공사(회야정수사업소)
새로운 장소에 대한 끌림은 여행자의 숙명이다. 그곳이 한시적으로 개방하는 공간이라면 끌림은 더욱 강렬하다. 회야댐생태습지를 찾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1년에 딱 한달,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여행자의 방문을 허락하는 울산 회야댐생태습지는 아무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의 정원 같은 곳이다.

회야댐생태습지는 노방산(258.9m)이 마주 보이는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있다.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강줄기가 안동 하회마을 못지않게 멋진 곳이다. 회야댐이 들어서기 전에 통천마을 주민 700여명은 이 땅에 농사를 지었다. 기름진 땅은 1982년 회야댐이 건설되면서 잡초가 무성해졌다. 통천마을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이 인근 옥동과 무거동으로 이주했기 때문이다. 주인 잃은 논과 밭에 새 생명이 싹튼 건 2003년, 이곳에 친환경 정화 시설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다. 6년 뒤, 주인 잃고 헛헛하던 땅이 연과 갈대, 부들이 가득한 습지로 다시 태어났다.

◆하루 100명… 인기에 탐방기간 1주일 연장

회야댐생태습지를 찾은 탐방객들. /사진=한국관광공사(회야정수사업소)
회야댐생태습지는 2003년 조성을 시작해 2009년에 완공됐다. 회야강 상류에서 회야호로 유입되는 비점(非點) 오염원을 친환경적으로 걸러내는 데 목적을 둔 사업이었다. 무안 회산 백련지나 양평 세미원처럼 관광을 위해 만든 공간과는 태생부터 다른 셈.

회야댐생태습지가 일반에 공개된 건 2012년부터다. 공익을 위해 기꺼이 고향을 내준 통천마을 주민과 회야호를 식수로 사용하는 울산 시민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조치였다. 강산이 바뀌는 10년 동안 습지 생태가 몰라보게 건강해진 것도 한몫했다. 사람 손길이 닿지 않은 습지와 숲은 인공의 흔적을 스스로 지워갔다. 습지를 품은 숲에서 고라니가 뛰어놀고 수달이 돌아왔다. ‘인공습지’에서 올해 ‘인공’이라는 단어를 과감히 뺀 것도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다.

데크 위로 고개 내민 백련. /사진=한국관광공사(회야정수사업소)
상수원보호구역에 있는 습지다 보니 고민도 많았다. 고심 끝에 연꽃이 가장 예쁘게 피는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 달 동안 개방하는 절충안을 냈다. 탐방 인원은 오전과 오후 50명씩 하루 100명으로 제한했다.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시작한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대박을 터뜨렸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7회를 이어오는 동안 탐방 인원을 채우지 못한 날이 하루도 없다. 인기에 힘입어 올해는 탐방 기간을 일주일이나 늘렸다.

탐방은 회야댐생태습지를 관리하는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회야정수사업소에서 5㎞ 남짓 떨어진 통천초소에서 시작한다. 회야정수사업소는 탐방 기간 동안 초소 앞 공터와 200m 전방 망향의동산을 임시 주차장으로 제공한다. 초소 앞 공터는 협소하지만, 망향의동산은 버스 2~3대 주차가 가능할 만큼 널찍하다. 통천초소로 가는 대중교통이 조금 불편하니 가능하면 자가 차량을 이용하는 게 좋다. 초소에서 100m 정도 내려가면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탐방 기간 동안 만남의광장 역할을 하는 곳이다. 탐방객은 이곳에 모여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탐방에 나선다.

진분홍 빛 고운 홍련. /사진=한국관광공사(회야정수사업소)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에는 문화해설사 2명, 담당 공무원 2명, 안전 요원 2명이 동행한다. 탐방 기간 전에 제초 작업을 비롯해 정비를 철저히 하지만 평소 민간인 출입이 제한된 공간이다 보니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조치다. 탐방 팀 앞뒤에 선 안전 요원이 막대기로 땅바닥을 탁탁 치며 야생동물의 접근을 막고, 저만치 앞서 걸으며 탐방로의 거미줄을 제거한다. 더위에 지친 탐방객을 위해 얼음 동동 띄운 연근차도 준비한다. 이곳 습지에서 자란 연근으로 만든 차는 구수한 맛이 일품. 탐방객에게 기념으로 연근차도 선물한다. 만남의광장에는 정수사업소에서 관리하는 공간답게 수돗물이 상수원에서 가정까지 전달되는 과정을 설명한 안내판이 있다.

◆습지와 길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

통천마을 우물터. /사진=한국관광공사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만남의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4㎞를 오가는 코스로 구성된다. 어른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이 길에 담긴 역사와 이야기는 짧지 않다. 우물이 있는 마을이라고 해서 ‘통새미’로 불린 통천마을은 1911년에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주민이 떠난 지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우물 터는 제자리를 지킨다. 사람 발길이 끊긴 공간은 나무와 풀이 채웠다. 모시떡의 재료가 되는 모시풀, 줄기가 천사의 날개를 닮은 붉나무 등 집터마다 온갖 나무가 빼곡하다. 이곳 주민은 소금나무라고도 불리는 붉나무 열매를 두부에 들어가는 간수를 만들 때 사용했다고 한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 만나는 자암서원은 이곳 상수원보호구역에 남은 유일한 건물이다. 1804년 연안 차씨가 주도해 세운 자암서원은 고려 말기 학자 운암 차원부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곳이다. 대원군의 서원 철폐로 훼철 된 자암서원은 1919년 차씨 문중이 복원해 지금에 이른다. 통천마을 아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된 자암서원에는 강학당인 인호당과 사당인 의열사, 비각 등이 있다.

고려시대 학자 차원부의 위패를 봉안한 자암서원. /사진=한국관광공사
대숲 울창한 대밭골을 지나면 이내 습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전체 17만2989㎡에 이르는 습지가 노방산에 안기듯 다소곳이 자리한다. 지난해 마련한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광터들 습지부터 노방들 1·2차 습지까지 회야댐생태습지가 한눈에 담긴다. 습지 위 나무 데크로 꾸민 탐방로는 백련과 홍련이 식재된 노방들 2차 습지로 이어진다. 여기서 잠깐, 상수원보호구역에 조성된 습지에 왔으니 수생식물이 수질을 정화하는 원리를 알아두자. 수생식물의 줄기와 뿌리가 물의 흐름을 느리게 해 부유물을 침전시키고, 침전물은 뿌리에서 영양분으로 흡수되거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연꽃처럼 물에 잎을 띄워 자라는 식물은 부엽식물, 갈대나 부들처럼 물가에 자라는 식물은 추수식물이라는 정보는 보너스다.

데크 탐방로를 걷는 내내 은은히 풍기는 연꽃 향이 이번 탐방의 백미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향기랄까. 연꽃의 자태 역시 향기 못지않게 매력적이다. 연꽃은 잎을 펼치면 펼친 대로, 오므리면 오므린 대로 멋이 있다. 활짝 열린 꽃이 우아한 아름다움을 뽐낸다면, 새초롬하게 오므린 꽃은 도도해 보인다. 지름이 1m나 됨 직한 연잎 사이에서 ‘하트 연잎’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돌돌 말린 어린 연잎이 자라면서 조금씩 벌어지다가 하트 모양이 되는데, 아무리 봐도 하트가 맞다. 믿거나 말거나, 하트 연잎을 발견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니 연인들은 눈 크게 뜨고 찾아보시길.

전망대에서 본 회야댐생태습지. /사진=한국관광공사
올해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다음달 19일부터 8월25일까지 쉬는 날 없이 38일간 계속된다. 탐방 신청은 다음달 10일부터 전화나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탐방 시간은 오전 9~11시, 오후 3~5시. 활동하기 편한 복장이면 무난하나 신발은 등산화나 운동화를 권한다. 뒤축 없는 슬리퍼를 신고 탐방에 참여했다가 중간에 돌아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당일 여행 코스
회야댐생태습지→태화강지방정원→태화강동굴피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날: 회야댐생태습지→태화강지방정원→태화강동굴피아
둘째날: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대왕암공원→장생포고래박물관 <사진·자료=한국관광공사(2019년 여름시즌 숨은 관광지)>
 

박정웅 parkjo@mt.co.kr

자전거와 걷기여행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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