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웨이 길들이기 ‘2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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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사진=로이터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 비명을 지르던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한숨 돌리게 됐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그간 중단한 양국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에 내렸던 수출금지령을 일부 해제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29일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개 주요국가(G20) 컨퍼런스에 참석해 “국가 안보에 문제가 없는 화웨이 제품은 판매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15일부터 두달 가까이 이어진 제재를 사실상 완화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5월15일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화웨이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국가안보를 언급하면서 우회적으로 화웨이를 겨냥했고 이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화웨이 제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튿날인 5월16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리며 본격적인 제재에 들어갔다.

구글, 퀄컴, 마이크로소프트(MS), 브로드컴 등 미국 국적의 IT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를 끊는 데는 채 열흘이 걸리지 않았다. 설상가상 ARM을 비롯한 글로벌기업도 미국의 반(反) 화웨이 대열에 동참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완전한 ‘종전’ 아닌 ‘정전’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미국의 제재가 이어진다면 생산량을 2년간 300억달러(약 35조10억원)어치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기업으로부터 부품을 수급받지 못할 경우 유럽·남미를 비롯한 글로벌시장에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화웨이의 미국시장 의존도는 미미한 수준이라 미국시장에서의 직접적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는 미국에서 2억달러(2333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화웨이가 벌어들인 매출 1070억달러(124조8369억원)의 0.2%에 불과하다. 화웨이의 미국시장 매출은 대부분은 통신망이 열악한 지방의 장비와 서비스에서 나온다. 미국지방무선통신협회(RWA)에 따르면 미국의 지방중소 통신사 가운데 25%는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완화할 것임은 분명하지만 아직 미국 정부가 어떤 부문에서 제재를 완화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업계는 PC,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소비자 제품은 거래가 재개될 것으로 보면서도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장비를 비롯한 네트워크 장비는 제재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애초에 미국정부가 화웨이 제재를 언급하면서 ‘안보’를 강조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안보에 문제가 없다면”이라는 단서를 붙였기 때문이다. 또 미국과 중국이 ‘휴전’에 돌입했지만 10년넘게 이어진 미국과 화웨이의 악연을 한순간 끊어낸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인 지난달 30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계속 남길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번 사면은 일반적인 사면이 아니다”며 “화웨이는 심각한 수출 통제가 적용되는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는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안보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가장 중요하며 이번 합의가 문제를 완전히 매듭짓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2002년 미국기업 시스코시스템의 특허를 침해하면서 맺어진 미국과 화웨이의 악연은 쉽게 끊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제재 완화도 ‘종전’이라기보다 ‘정전’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할 것”이라며 “5G시대가 막을 올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시행을 앞둔 ‘미국수권법’(NDAA)의 존재도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전면 철회하지 못할 것이라는 단서”라고 말했다.

◆제재 완화, 국내기업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완화에 국내 기업도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 완화를 가장 반기는 기업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의 매출 가운데 화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10% 이상이다. 미국이 화웨이 제재를 발표했을 때 SK하이닉스는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국내기업이 될 것으로 여겨졌다. SK하이닉스는 화웨이의 스마트폰에 모바일용 D램을 공급한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제재가 해제될 경우 주문량이 증가할 수 있고 연말로 갈수록 전체적인 실적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소비자용 제품과 네트워크 장비를 모두 생산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화웨이의 소비자용 제품 제재가 완화될 경우 야심차게 밀어붙였던 중저가 시장에서 한판 승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은 자사의 글로벌 뉴스룸 기고문을 통해 “앞으로 스마트폰시장은 ‘Z세대’가 이끌 것”이라며 “갤럭시A 시리즈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시대에 적절한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으로 중저가 라인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화웨이는 중화권 브랜드 가운데 가장 비싼 편이나 중저가 라인업의 인기도 만만치 않다. 가격대는 물론 기능도 갤럭시A시리즈와 상당부분 겹쳐 맞대결이 불가피하다.

반면 반도체 부문은 SK하이닉스와 마찬가지로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화웨이와 애플, AT&T, 도이치텔레콤 등을 주요 매출처로 언급할 만큼 활발하게 거래한다. 아울러 네트워크 부문의 제재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네트워크사업부의 매출 증가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극과 극을 달릴 것이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는 좋지 않은 시나리오”라며 “뿐만 아니라 반도체업계는 일본이라는 변수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하반기 실적도 우하향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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