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기요금 청구서' 어떻게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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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가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한다. 사상 최악의 적자 속 여름철 주택용 누진제의 한시적인 완화를 수용하는 대신 요금체계 개편을 통해 경영부담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특히 한전은 원가 이하의 전력 요금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전기요금 인상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전력 검침원이 전기 계량기를 검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영환 기자

◆전기요금 현실화 추진

올해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방안은 통과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주택용 누진제로 인한 국민의 여름철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한전이 경영부담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 말 민관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누진제 개편을 추진해 왔다. 수차례의 회의와 공청회 등을 거친 끝에 민관TF는 누진제의 폐지나 전체적인 개편 대신 여름철 일시적 완화안을 확정지었다. 7~8월 두달간만 현행 누진제 1단계 구간 사용 상한을 100kWh, 2단계 구간을 50kWh 각각 확대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한전 이사회가 이 같은 완화안에 제동을 걸었다. 경영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름철 누진제를 인하하면 추가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보전 방안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지난달 21일 누진제 개편안 처리를 보류한 것이다.

한전은 올 1분기 연결기준 629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누진제 완화를 시행할 경우 한전에 2847억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전은 지난해에도 여름철 두달간 한시적인 누진제 인하 방침을 시행하면서 3600억원가량의 추가 손실을 부담한 바 있다. 당초 정부가 손실을 분담하기로 했으나 실제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대부분 한전이 감내했다. 한전 이사회가 올해 누진제 개편안에 제동을 걸었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이사회는 개편안 보류 일주일 만인 지난달 28일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전기요금 현실화’라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한전은 재무여건에 부담이 되지 않는 지속가능한 요금체계 마련을 위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의 합리적 개선 ▲주택용 계절별·시간별 요금제 도입 등이 포함된 전기요금 체계개편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제도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현행 누진제 1단계 구간 소비자에게 월 4000원 한도로 요금을 할인해주는 제도다. 지난해 필수공제 할인을 받은 건 총 958만가구이며 금액으로는 3964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이 혜택을 손봐 누진제 개편에 따른 손실을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요금 인상 시 역풍 우려

이와 함께 한전은 소비자가 스스로 전기사용 패턴을 고려해 다양한 요금제를 고를 수 있는 선택적 전기요금제도 만들기로 했다. 한전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전기요금 개편을 오는 11월30일까지 마련하고 내년 6월30일까지 정부의 인가를 얻을 계획이다. 한전 관계자는 “국가적 에너지소비 효율을 제고하고 전기요금의 이용자 부담원칙을 분명히 해 원가 이하의 전력요금 체계를 현실에 맞게 개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이번 전기요금 개편 추진 방침을 밝히며 주택용 전기요금을 명시했지만 전반적인 요금체계 개편과정에선 산업용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전체 전기사용량에서 주택용의 비중은 14%도 채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전기 사용량 중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9%에 불과한 반면 산업용 비중은 55.7%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대부분이 주택용과 산업용의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는 산업용으로 크게 기울어진 형국이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여름철 기준 하루를 경부하(23:00~09:00), 중간부하(09:00~10:00, 12:00~13:00, 17:00~23:00), 최대부하(10:00~12:00, 13:00~17:00) 시간대로 나눠 각기 다른 요금을 적용하는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로 운영된다. 이 가운데 경부하 요금을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만으로는 전기요금 현실화에 한계가 있고 주택용만 개편할 경우 한전 경영적자에 대한 부담을 국민에게만 지운다는 역풍에 휘말릴 수 있다”며 “산업용도 요금체계도 동시에 손 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산업계이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산업용 전기요금 혜택이 줄어들거나 가격이 인상될 경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아직 전기요금 개편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뭐라고 언급하기가 적절치 않다”면서도 “산업용 전기가 인상될 경우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은 물론 설비투자 위축, 생산 감소를 야기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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