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기술수출, 유한양행의 무기는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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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본사, 이정희 유한양행 대표. /사진제공=유한양행


이정희 사장 체제의 유한양행이 탄탄해지고 있다. 이 사장은 임기 동안 전문의약품 품목을 다양화해 기초체력을 다졌다. 또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 투자와 미래성장동력 확보전략이 실적개선을 이끌며 실질적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연 매출액과 맞먹는 금액인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건은 바이오의약품분야에서 처음 이룬 성과라 의미가 깊다. 전통제약사인 유한양행이 기존 전문분야 화학의약품에서 새 영역인 바이오의약품까지 동시에 아우르는 중요 변곡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1일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비알콜성 지방간염(이하 NASH), NASH 관련 간질환 치료를 위한 GLP-1, FGF21 이중작용제 ‘YH25724’ 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 YH25724은 NASH의 특징인 지방증, 염증, 섬유증을 모두 치료하는 신약후보물질이다. NASH는 간 내 지방이 축적되고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간섬유증과 간경변을 유발한다.

유한양행이 체결한 계약규모는 8억7000만달러(약 1조52억원)로 계약금만 4000만달러(약 462억원)다. 임상 단계별로 지급되는 마일스톤 최대액은 8억3000만달러(약 9590억원)다. 유한양행은 제품 출시 후 매출에 따른 경상기술료(로열티)도 받는다.

이번 실적개선의 중심에는 이 사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결정적 배경이 됐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이슈, 바이오벤처의 연구개발(R&D) 실패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시달려왔으며 유한양행도 간판상품인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와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의 약가인하 및 성장둔화로 부진을 겪었다.



◆오픈이노베이션, 재무역량 강화

이 사장은 고강도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시했다. 과거 상품매출 비중이 컸던 유한양행이 적극적인 오픈이노베이션 투자로 미래먹거리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 회사는 2015년에 바이오니아(100억원), 코스온(150억원), 제넥신(200억원), BSL(20억원) 등에 이어 2016년에는 이뮨온시아(120억원), 파멥신(30억원), 소렌토(1000만달러), 네오이뮨테크(300만달러), 제노스코(420만달러) 등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이 같은 투자는 초대형 기술수출로 이어져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거두는 등 사업구조가 건강해지고 재무역량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3건의 기술이전으로 받는 계약금만 해도 73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유한양행 임직원 1800여명이 일궈낸 영업이익(804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굵직한 대형 기술수출 4건을 성공시켰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월 미국제약사 스파인바이오파마에 퇴행성디스크질환 신약물질인 ‘YH14618’을 총 2억1815만달러(약 244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으며 같은 해 11월 비소세포폐암 신약후보물질인 레이저티닙으로 얀센바이오와 총 12억5500만달러(1조4000억원)에 달하는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했다. 레이저티닙은 이 회사가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인 제노스코에서 10억원의 계약금을 내고 도입한 신약후보물질이다.

올해는 NASH치료 후보물질 두개로 대규모 기술수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얻었다. 유한양행은 지난 1월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사이언스에 또 다른 NASH치료제(프로젝트명 미정)를 8800억원에 기술수출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R&D 중심의 글로벌 신약개발회사로 거듭나겠다는 이 사장의 전략이 성과를 거둔 셈이다.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체 R&D투자도 늘었다. 이 회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2016년 6.5%(852억원), 2017년 7.1%(1016억원)에 이어 지난해 7.4%(1070억원)를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50%나 늘어난 1600억원 이상을 R&D에 쏟는다.

◆전문약 늘리고 도입품목 줄이고

이 사장은 전문의약품(ETC)사업에서 복합제 라인업을 강화해 외형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로수암핀’을 출시한 데 이어 여기에 특정 성분을 더한 고혈압·고지혈증 3제복합제 ‘듀오웰에이’도 허가받았다. 이어 치매치료제 ‘도네페질’과 뇌기능개선제 ‘콜린알포세레이트’ 복합제 개발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의약품(OTC)사업에서는 연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온 알보젠코리아의 피임약 ‘머시론’의 판매계약을 종료하고 자체제품 ‘센스데이’를 출시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이윤이 비교적 적은 품목도입 비중은 낮추고 자체품목 확대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의 자체품목 매출비중을 2016년 24.5%에서 지난해 26%, 올해 26.6%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체질개선을 위한 최근 유한양행의 행보는 2015년 이 사장이 CEO로 선임된 후에 비롯됐다. 기존에 품목도입으로 내수 공략에 집중해 온 유한양행의 체질을 오픈이노베이션, R&D 글로벌 시장공략 구조로 바꾸고 서서히 그 결실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해 유한양행이 기술수출 잭팟이 터지기 전까지 이 회사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안정적으로 매출을 내는 1위 제약사’ 정도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1968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돼 온 유한양행은 CEO들이 임기 동안 안정적인 경영에 역점을 뒀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 사장이 CEO로 취임한 후 R&D 증액, 미국 법인 신설, 오픈이노베이션 등 과감한 투자로 한국 제약·바이오업계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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