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누르니… 너도나도 ‘서울 새 아파트’

 
 
기사공유

부동산시장을 혼돈 속으로 밀어 넣은 ‘로또아파트’ 논란에도 정부가 더 강력한 분양가 규제책을 꺼내들었다. 일각에서는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분양가 규제제도가 오히려 부자들의 자산증식을 돕고 시장을 교란시킨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반면 아파트 분양원가 자체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며 궁극적으로 분양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도 적지 않다. 문재인정부 3년차, 부동산정책에 전반적인 점검이 요구되는 상황에 분양가 규제로 인한 각종 부작용 완화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분양가 규제’ 불편한 진실-②] 실효성 잃은 '분양가 심사'

# 서울 용산구에 전세로 거주하는 30대 주부 김모씨. 그는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진학하는 2년 뒤를 목표로 내집 마련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모은 돈과 대출을 합해 약 5억원의 예산으로 오래된 아파트나 신축빌라를 살 계획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생각이 바뀌었다. 곧 분양 예정인 인근의 새 아파트 분양가가 노후아파트나 신축빌라보다 1억원 정도만 높은 데다 청약통장과 무주택기간 등이 필요 없는 무순위청약이 유행하면서 관심이 생긴 것이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가 가져온 최대 문제점은 ‘서울 새 아파트 청약 쏠림현상’이다. 내집 마련 실수요자일 경우 선택지가 반드시 새 아파트 분양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각자 자금사정에 맞춰 노후아파트를 사서 내부 인테리어를 하거나 아파트만큼 시설이 좋은 빌라를 찾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분양가 규제는 이런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새 아파트 분양가가 기타 주택의 매매가와 비슷한데 주거환경의 질이나 미래 가격상승 가능성은 하늘과 땅 차이다보니 양극화가 심화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실수요자 새 아파트 쏠림현상 심화

장기거주를 위한 내집 마련 실수요자는 준공 10년 이내 공동주택, 일자리가 가까운 도심 직주근접 등의 기준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가격을 따라 주거지가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서민이나 중산층의 접근이 쉬운 주거 선택은 분양가를 규제하는 새 아파트나 주거환경이 나쁜 노후주거지뿐이다. 더구나 새 아파트 선분양의 경우 분양가의 10% 안팎을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 90%는 2~3년의 준공기간 동안 나눠 낼 수 있어 재고주택이나 후분양을 하는 빌라 등을 사는 것보다 부담이 적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고주택과 같은 가격이면 성능이 좋은 신규주택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현상”이라면서 “자금이나 개인별 여건에 따라 수요가 분산돼야 하는데 모두 새 아파트로 몰리면서 재고거래가 막혀 시장 불균형이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시행 이후 서울은 아파트 거래량이 꾸준히 줄어드는 상황이지만 새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청약통장과 무주택 자격 등을 갖춰야 하는 일반분양 경쟁률은 떨어지고 자격제한이 없는 무순위청약이 더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려운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이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 무순위청약을 진행한 20개 단지 중 17개는 일반 청약경쟁률보다 무순위 청약경쟁률이 더 높게 집계됐다.

분양가가 상승해도 서울의 경우 새 아파트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이다. 따라서 분양 직후 전매가 가능해진 아파트로 수요가 몰려 아파트값이 상승하면 시세에 반영돼 다시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상황이 반복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가 규제의 목적을 집값 안정으로 볼 때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맞지 않다”면서 “주변시세에 따라 분양가를 산정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세와 차이가 커 결국 로또분양을 양산하는 꼴이어서 제도적으로 정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현재 분양가를 규제하는 두가지 방법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선분양보증 발급을 제한해 간접 규제하거나 공공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이용해 직접 규제하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최근 집값 불안 움직임에 따라 정부가 민간택지로도 확대를 검토 중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정부가 정하는 건축비, 택지비, 간접비 등에 따라 분양가를 산정하고 건설사가 세부내역을 공개하는 제도다. 선분양보증은 30가구 이상 주택을 선분양할 때 사업자가 파산 등의 이유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면 HUG가 분양을 대신하거나 계약금·중도금을 환급해주는 제도다. 각각 1970년대와 1990년대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을 지원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생겨났다.



문제는 이런 제도가 경제성장과 집값 급등, 주택보급률 확대 등에 따라 본래의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시장에 작용하는 것이다. 분양가 규제가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1970년대에도 아파트값 급등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지만 이후 정부 규제로 주택공급이 위축돼 전셋값 폭등과 부동산 대란이 오면서 분양가상한제는 경제상황에 따라 폐지와 변경을 반복했다.

분양가 규제의 역사가 효과와 이면을 명확히 보여준 만큼 현정부의 정책기조 역시 비판만 받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양가를 규제하면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꾼이 몰려 가격을 올리고 자율화하면 분양가가 급상승해 집값이 과열되는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왜곡된 시세→분양가 ‘오류’

정부가 9억원 이상 고가아파트의 중도금대출을 금지하는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의 분양가는 대체로 9억원을 넘긴 상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강남의 중형아파트 매매가격은 평균 10억238만원을 기록했다. 직방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북 새 아파트 분양가도 9억원을 넘는 비중이 45.4%를 기록해 전년 대비 39.2%포인트 급증했다.

이처럼 서울 전역의 분양가가 크게 오른 것은 집값 상승의 영향이 크다. 분양가 산정 시 주변시세가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정부 규제로 아파트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시세 왜곡현상이 심화돼 분양가를 올리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소수 거래가 시세를 좌우하는 것이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5월 아파트 매매건수는 24일 기준 243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줄어들면 매매가 몇건만 성사돼도 그 가격이 시세가 돼 다음 매도자의 호가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 서울 아파트시세는 거래량이나 매물건수 등이 부족해 정확히 산정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2091.87상승 9.3918:01 07/16
  • 코스닥 : 674.42하락 0.3718:01 07/16
  • 원달러 : 1177.60하락 1.718:01 07/16
  • 두바이유 : 66.48하락 0.2418:01 07/16
  • 금 : 65.22하락 0.6618:01 07/16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