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유료방송 M&A, 응급 처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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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부활 여부가 끊임없이 논의되면서 국내 콘텐츠업계의 큰 변수로 자리매김했다. 특정 사업자의 독과점 여부를 놓고 업계 간 이견이 반복되면서 시간이 지체된 사이 넷플릭스 중심의 해외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가 안방극장을 점령했다.

특히 넷플릭스는 CJ ENM 등 국내 파트너사와의 동맹을 견고히 하며 세력을 넓혔고 왓챠 등 관련 사업자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아시아 진출이 예상되는 ‘디즈니 플러스’까지 진입하면 국내 유료방송업계의 추격 여지는 현저히 낮아질 전망이다.


서울 KT광화문 사옥. /사진=뉴스1 허경 기자

◆합산규제, 왜 변수 됐나

유료방송시장에서 특정 사업자의 점유율이 33.3%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합산규제는 지난해 6월 일몰됐지만 올초 유료방송시장 인수합병(M&A)이 진행되면서 국회에서 재도입 여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정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된 만큼 IPTV와 위성방송으로 30.86%의 점유율을 확보한 KT는 M&A 경쟁에서 도태됐다. 그 사이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티브로드와의 합병을 추진하는 한편 자체 OTT플랫폼인 옥수수와 푹을 병합하는 딜을 타진했다. LG유플러스도 CJ헬로의 주식 50%+1주를 취득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관련 M&A가 진행될 경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각각 23.83%와 24.43%의 점유율을 확보해 KT와 비슷한 구도를 가질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KT를 제외한 국내 유료방송업계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정작 속도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이 대목에 숨겨져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으나 예상보다 많은 이견에 논의를 거듭했다. 지난 4월부터 국회가 파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관련 논의는 지난 2일에서야 재개됐다.

유료방송업계는 국회의 결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에 따라 KT의 추가 M&A가 판가름나며 업계도 이에 대응할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딜라이브는 KT의 인수를 거쳐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늦어지면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다. 현재 딜라이브는 채권단에 차입금 만기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시장지배력 남용을 우려하며 합산규제 재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공정 경쟁을 위한 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KT의 추가 M&A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업계가 합산규제로 혼란을 겪고 있지만 국회가 빠른 시일 내 관련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임시국회 회기 일정이 촉박한 가운데 오는 9월 정기국회 이후 진행될 국정감사와 내년 총선까지 연결돼 합산규제에 대한 관심이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개회를 알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종덕 기자

여기에 기업결합 심사를 조속히 진행할 의지를 내비쳤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는 공정위 측은 위원장 공백과 관련 업무가 연관이 없음을 밝혔지만 진행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는 비단 KT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며 “재도입 여부에 따라 시장환경이 변화될 수 있고 관련 논의가 마무리돼야 나머지 기업들의 M&A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콘텐츠 경쟁력 앞서야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로 ‘골든타임’을 놓친 사이 넷플릭스는 국내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과거 미디어콘텐츠시장에서 IPTV와 인터넷동영상을 각각 이용했다면 이제는 OTT로 대중화된 콘텐츠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넷플릭스도 국내 진입 당시 IPTV처럼 월정액 형태의 비즈니스모델(BM)을 채택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할 만큼 가파른 성장곡선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업체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올 상반기 기준 방송·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시청자 만족률 결과에서도 단연 넷플릭스(68.0%)가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대표서비스인 SKT 옥수수(54.0%), U+모바일TV(49.0%), KT올레TV모바일(43.0%)은 넷플릭스와 유튜브(60.0%)에 밀리며 점차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유료방송과 OTT가 별개의 영역에서 경쟁하던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국내 유료방송업계가 본질적인 고민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문형비디오서비스(VOD) 영화 한편당 5000~1만원씩 과금했던 소비자들은 이제 같은 금액을 주고 넷플릭스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합산규제 재도입 및 M&A를 통해 양질의 서비스를 공급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금체계 등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가 유료방송업계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논의가 빠른 시간 안에 결정돼 서비스품질이 높아진다고 해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파격적인 가격 정책과 독자적인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해야 넷플릭스시대에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9~1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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