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길에 길 있었네… 박봉규 <길에서 길 찾는 절망과 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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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두번째 시집 <길에서 길 찾는 절망과 환희>, 책만드는집 간(刊).
길(路)에서 길(道)을 부단히 찾는 시(詩)가 나왔다. 박봉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길에서 길 찾는 절망과 환희>를 내놨다. 첫 번째 시집 <길, 질주와 소요의 공간>에 이어 1년 만이다.

박 시인은 첫 시집에 이어 이번 시집에서도 길을 강조했다. <길에서 길 찾는 절망과 환희>에서의 길은 같은 길이 아니다. 앞의 길은 ‘도’(道)다. 시인은 이 길을 두고 “우리가 처음 나온 원초적 공간으로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항상 거기에 있는 고향”이라고 했다. 나머지 길은 “우리가 발로 걸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통로”인 ‘로’(路)로 정의했다.

우리가 마주한 길(路)은 곧 부조리한 현실이다. 일상의 그 길에는 결식아동, 귀국할 수 없는 사할린동포, 오월의 광주, 촛불정국, 빨치산, 현충원, 마르크스, 92년 북풍대선과 선거공작, 소통단절, 부채공화국, 법(法)의 두 얼굴,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등이 시간과 공간 속에 점철돼 있는 것.

박 시인의 이러한 현실 인식은 “사람과 사람 사이/ 소리가 막히다 보니/ 유령의 소리가 커집니다”(‘유령의 땅’)라거나 ‘노동이 자본 앞에/ 무릎 꿇고 생명을 구걸한다// 인간이 인간 앞에/ 노동을 바쳐 은총을 동냥한다’(‘진리와 주의’) 등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박 시인은 이러한 길(路)에 머물지 않는다. 장자(莊子)의 소요유편(逍遙遊篇)처럼 이곳에서 자유롭게 사유하는 인간의 가치를 되새긴다. 그 길(路)은 선(線)이 아닌 원(圓)의 길(道)이다.

시인은 “우리들의 생애는 길 찾는 것이 전부인 것 같다”고 강조하면서 “그 길은 질주의 끝에 있지 않고 소요의 과정에 있다. 질주는 소유의 길이며 그 길에서 소유하는 것은 절망뿐이다. 소요의 길은 나누어 가지며 더불어 함께 걷는 환희의 길”이라고 부연했다.

질주(소유)하지 않고 ‘소요유’하며 함께 걷는 환희의 길. 그 길은 시집의 제목이자 표제시인 ‘길에서 길 찾는 절망과 환희’에서 읽을 수 있다.

무리지어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본 시인은 ‘그러면서도 부딪히는 일, 없는 것 보면/ 새들은 제 몸이 신호기인 것 같다/ 새들은 제 몸으로 길을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또 ‘하늘이 땅에 내리고 땅이 하늘에 오르니/ 이 길이 그 길이고 그 길이 이 길이었다’고 했다. 

박 시인의 세계관은 ‘이 길’과 ‘그 길’은 같았다는 데로 나아간다. 또 ‘하늘엔 길이 없는가 보다/ 가는 길이 길인가 보다’라는 시인의 사유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을 닮은 듯하다.

길(路)에서의 회의와 의문. 그 길은 곧 통로로서 본연의 인간가치의 길(道)로 향하는 것임을, 다시 말해 일상에서 한숨 돌려 삶의 본연을 되새겨 보게 하는 게 박봉규 시인의 ‘길’인 셈이다.
 

박정웅 park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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