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저널] “서라! 금융상품, 신분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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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인기척과 함께 공허한 질문이 던져진다. 경계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오는 바나도는 묻는다. “거기 누구요” 경계 근무를 서던 프란시스코가 이에 답한다. “서라. 신분을 밝혀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대표작인 <햄릿>의 첫 문장이다.

◆‘멘붕’ 빠지게 하는 불확실성

작가들은 첫 문장에 목숨을 걸고 모든 의미를 담는 심정으로 쓴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셰익스피어의 첫 문장은 의문문이다. 평론가들은 이 문장이 여러가지 의미를 전한다고 한다. 이 문장은 무대 위에서 비극의 줄거리를 완성하기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무대 밖의 청중들에게 주의를 끌고 존재의 본질에 대해 묻는 세익스피어의 질문이기도 한 것이다. 보통의 인생들도 살아가면서 캄캄한 어둠을 향해 한번쯤은 이 소리를 외쳤을 것이다. “거기 누구요.”

<햄릿>의 이 첫 문장을 금융의 관점에서 번역하면 ‘불확실성’이라고 하겠다. <햄릿>은 13세기 덴마크 왕가를 배경으로 아버지의 복수를 놓고 전전 긍긍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인데 13세기는 몽골이 세계제국을 완성하고 이탈리아의 상업 부흥과 함께 유럽과 아시아가 연결되는 유라시아 경제권이 형성되는 시기였다. 세계경제라는 개념이 시작되는 시기로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이벤트가 연속되는 시기다. 불확실성이 본격적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던 시기다.

독자들도 최근 뉴스를 통해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한두번 들어봤을 줄로 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경제의 방향타를 맡은 이후에는 이 단어를 부쩍 자주 들을 기회가 있었다.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는 금융시장에서 상상 이상의 큰 골칫거리다. 이 단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금융시장의 가격들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안전자산 달러, 국채, 금의 가격은 급등하며 금리는 곤두박질친다.

불확실성이란 앞으로 어떠한 일이 어떻게 발생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미래 가격이 변동하는 금융상품에서 무조건 이탈을 하는 것이다. 지난 컬럼에서 말한 ‘합리적 인간’은 이러한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른바 ‘멘붕’(멘탈 붕괴)에 빠진다.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불확실성을 위험으로

이러한 상황을 머리 좋은 합리적 인간은 어떻게 대처했을까. 그들은 캄캄한 어둠이 닥치면 ‘거기 누구요’라고 묻기 전에 어둠의 정체 속 세상의 패턴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바로 ‘확률’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어둠을 밝히기 시작했다. 물론 상상 속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금융시장의 가격, 특히 주가·환율 등 민감한 가격들에 대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자기만이 깨달은 법칙에 의해 가격의 움직임을 아는 것처럼 말하는 것을 필자는 자주 본다. 물론 결과가 비참한 경우가 다반사다. 시장에서 결정되는 금융시장의 가격은 물리학에서 아인슈타인이 설명한 ‘브라운 운동’과도 같아서 사전에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관찰 결과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한 맹목적인 법칙에 의해 불확실성은 ‘위험’으로 변환됐다.

보험은 물론 금융투자까지 금융은 이 과정이 없었다면 존립할 수 없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법칙이 바로 ‘대수(大數)의 법칙’과 ‘중심 극한정리’다. 관찰되는 사건의 수가 무한하게 늘어가면서 평균치 근처에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커지고 이를 확률 분포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규분포라 불리는 확률의 그림은 평균값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가지고 사건이 발생하는 현상을 묘사한다. 평균 근처에서 발생확률이 높고 표준편차라 불리는 일정단위 별로 평균값에서 멀어지며 발생확률이 줄어들어 가운데가 볼록한 종형 모양을 가진다. 이 확률분포를 이용해 불확실성은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 바뀌는 것이다.

확률론과 이를 이용한 금융투자론에서는 위험을 ‘표준편차’ 또는 ‘분산’으로 표현한다. 맞든 틀리든 계산 가능한 영역으로 가격의 불확실성을 위험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가 통제 가능한 리스크로 모습을 바꾸고 정교화되는 과정이 바로 금융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투자설명서 봐야하는 이유

대부분 투자자가 기대 수익률에 관심을 갖지만 금융상품의 기대수익률은 금융회사의 위험평가에서 결정된다. 투자자의 생각과 금융회사의 생각의 차이가 여기에 있다. 투자자는 기대수익률을 듣고 싶어 하고 위험은 생각하기 싫어한다.

대표적인 금융투자상품인 펀드의 투자설명서를 한번 유심히 보기 바란다. 펀드 이름 아래 가장 먼저 표기되는 것이 펀드의 위험등급이다. 과거 3년간의 주간 평균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기준으로 25%이상인 경우부터 매우 공격적으로 분류하고 표준편차가 0.5% 이하의 매우 낮은 위험 단계까지 6단계로 펀드의 위험을 고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투자자들은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투자설명서는 여기에 더해 펀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을 상세히 고시하고 있다. 원본손실, 가격변동위험, 운용전략 위험, 펀드의 해산 또는 해지 위험, 유동성 위험, 환매연기 위험 등이 그것이다.

금융회사는 이런 수많은 위험을 평가해서 금융상품의 기대수익률, 즉 가격에 반영한다. 그러나 투자자는 금융회사가 탁월한 능력으로 투자를 잘해 돈을 벌어주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이란 금융소비자에게 위험을 전가하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금융은 자선사업도 아니고 잘난 맏형이 동생 도와주는 것 같은 박애정신을 기반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금융상품을 판단할 때 항상 위험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항상 물어보는 것을 잊지 말자. “거기 누구요.”, “서라. 신분을 밝혀라.”


사진=일러스트레이터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00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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