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패치워크 인문학-53] 일본의 경제보복과 한산도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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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린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만찬 회동에 참석하기 위해 회동장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1. 한산도대첩= 1592년 7월8일, 경남 한산도 앞바다에서 조선 함대와 왜 수군이 맞붙었다. 이순신과 이억기, 원균이 이끈 55척의 조선 함대는 와키사카 야스히루 등이 지휘한 73척의 왜 수군을 괴멸시켰다. 47척을 불태워 폭파했고 12척을 빼앗았으며 14척만을 놓쳤다. 한산도대첩으로 조선은 제해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남서해 뱃길로 군수물자를 보급하려던 왜군의 작전에 차질이 빚어져 8년 동안 끌었던 임진·정유왜란에서 왜군은 결정적으로 패배했다.

#2. 일본의 대한경제보복= 2019년 7월4일~. 한산도대첩 후 427년, 한국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긴장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징용공에 대해 한국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리자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핵심소재 3가지의 한국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소재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초정밀 설계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 웨이퍼 불순물 세척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가 그것이다. 3개 소재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업체의 일본 의존도는 70~90%다.

#3. 한국의 일본상품 불매·불판운동= 렉서스·혼다(자동차), 소니·캐논·파나소닉(전자제품), 유니클로·데상트·ABC마트(의류), 아사이·기린·삿포로(맥주)…. 일본제품을 사지도(소비자 불매운동) 팔지도(중소상공인 불판운동)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일본으로 가려던 여행을 취소하기도 한다.

◆아베 정부의 졸렬한 경제보복


한국의 여름이 일본 경제보복으로 더 뜨거워지고 있다. 가뜩이나 풀기 쉽지 않은 북한 핵 문제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일본 경제보복이라는 ‘쓰나미’가 밀려온다. 문제는 정치권과 국민여론이 사분오열돼 해외에서 밀려오는 삼각파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4. 이재용 부회장 급거 일본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 밤 무거운 발걸음으로 하네다공항을 통해 일본에 갔다. 일본이 수출규제한 3개 핵심소재의 수급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 자신의 일본 인맥을 총동원, 3개 소재 수출업체 측과 접촉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현재 3개 제품의 재고가 1~2개월치밖에 없어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을 줄이는 등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그를 서둘러 일본으로 가게 했다.

#5. 느긋한 정부= 홍남기 부총리는 8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협정에 배치되는 것으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 기업의 피해 최소화와 대응지원에 역점을 두겠다”고는 했으나 시간을 쪼개 일본으로 직접 날아간 이재용 부회장의 '발등의 불' 행보에 비해선 긴박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6. 일본의 추가제재 으름장= 아베 일본정부는 한국 사법부가 일제의 한국인 징용공에 대한 배상판결을 내린 것과 관련,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한국의 답변 시한은 7월18일. 한국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지 않을 경우엔 추가제재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법부 독립’을 부정하면서까지 ‘정치보복’에 나서는 비도덕적 몰염치 행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선우후락' 정신 필요할 때


개인과 개인, 회사와 회사, 국가와 국가 사이에 갈등과 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분쟁이 없도록 사전에 관계를 좋게 유지하고 어쩔 수 없이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게 위정자와 지도자들이 해야 할 책무다.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첫째, 일본이 수출규제를 취소하도록 대화로 설득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당사국이 모두 윈-윈(Win-Win)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양국이 수긍할 수 있는 타협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둘째, 분쟁을 일으킨 나라와 비슷하거나 더 강하게 보복하는 것이다. 이는 당사국 모두 피해를 감수해야 하며 분쟁에서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점에서 루즈-루즈(Lose-Lose)다. 게다가 보복은 상당한 우위에 있을 때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해 중국이 보복관세로 응답했지만 미국이 더 큰 보복을 가하자 중국이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셋째는 항복이며 넷째는 패퇴다. 이는 분쟁 당사국 사이에 힘의 차이가 분명할 때 일어난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라는 도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까.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그렇다고 아무런 대책 없이 넘어갈 수도 없다. 불을 서둘러 끄지 않으면 불길이 점점 거세져 세간을 모두 태우고 폐허만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라는 말이 나온다. 맹자도 “구하면 얻고 놓으면 잃는다”고 했다. “덕행과 슬기, 기술과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은 항상 어려움에 처해있는 실정”이지만 진실어린 정성이 있으면 하늘도 감동해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 준다. 공자는 ‘원수를 덕으로 갚는 게 어떠냐’는 질문에 “덕은 무엇으로 갚느냐. 정의로 원수를 갚고 덕으로 덕을 갚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칙에 따라 대응책을 모색하는 게 어떨까 한다.

   
공직은 우리 모두가 함께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어지는 자리다. 결코 개인의 영예를 위한 것이 아니다. 공직자에게 “걱정은 남들보다 먼저 하고 즐기는 것은 가장 늦게 한다”는 선우후락 정신이 필수덕목이다. 지금 한국에는 선락후우(先樂後憂)하는 공직자가 많다는 게 참 걱정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하느라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대통령과 여야당에게 국민들이 각성의 몽둥이를 내리칠 때다. 정치권이 깨어나야 한산도대첩을 다시 거둘 수 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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