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본의 수출규제, 위기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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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일본이 결국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했다. 일본정부는 지난 4일부터 우리나라로 수출하는 반도체 등 핵심 소재에 대한 신고 절차를 강화했다. 규제대상은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리지스트와 에칭가스, 디스플레이 부품에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올 1~5월 우리나라의 리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대일 수입의존도는 각각 91.9%, 93.7%이며 에칭가스 의존도는 43.9%에 달한다. 수출규제가 장기화 될수록 우리기업들의 생산차질과 이로 인한 경제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이번 수출규제가 군사 목적 등으로 전용이 가능한 소재의 수출관리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발한 경제보복 조치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몽니도 이런 몽니가 없다. 강제징용은 일제강점기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가슴 아픈 역사이자 현재진행형인 문제다. 피해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당연히 책임규명과 피해보상으로 매듭지어야 할 사안을 가해국인 일본은 책임을 외면한 채 ‘한국탓’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무능함을 질책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일의 원인은 경제를 볼모로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에 있다. 이번 수출규제 문제가 가까스로 봉합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역사를 흐릿한 눈으로 보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비슷한 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이번 일을 대일의존도 탈피 명분과 기회로 삼아 주요산업의 부품과 소재를 국산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2년 전 ‘사드사태’에서 비슷한 교훈을 얻었다. 당시 중국은 사드배치에 반발해 노골적으로 우리나라의 유통·여행업 등에 경제보복을 단행했지만 석유화학품목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사드보복이 이뤄지던 와중에도 석유화학의 대중수출은 매년 늘었다. 이는 한국산 석화제품의 기술과 가격경쟁력이 높아 대체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가 주요산업의 소재와 부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이유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년부터 매년 반도체 중간재 등 핵심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1조원씩을 집중적으로 투자키로 했다. 당장의 감정적인 맞대응보다는 우리 경제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는 본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기업과의 관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본의 수출규제를 전후로 정부는 삼성을 비롯한 주요기업과의 만남을 대폭 늘리며 협력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모처럼 손발을 맞춰 공동대응하는 모습은 국민의 불안을 낮추고 국론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일이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을 키우고 산업경쟁력을 한단계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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