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공개로 드러난 고위공직자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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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이 국토교통부와 인사혁신처 고위공직자의 부동산 재산공개 내역을 조사한 결과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다. 신고한 부동산재산이 시세 대비 절반 수준으로 드러난 것이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는 이들의 불법적인 재산증식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그동안은 관행이라는 명분 아래 높은 윤리의식이나 기준이 요구되지 않았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국토교통부·인사혁신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실태분석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제공=경실련

하지만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기치로 내걸며 역대 최고로 강화된 규제를 시행하는 정부가 국민 자산에는 높은 수준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정작 본인들은 재산을 축소 신고해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올해 정부는 주택 공시가격을 급격히 인상해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강화하고 앞으로 문재인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공시가격 대비 시세반영률을 지속적으로 올릴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 이번 재산공개 사태는 정책과 현실의 괴리가 아닐 수 없다.

◆고위공무원 부동산재산 얼마?

경실련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위공직자 부동산재산의 시세 대비 신고가액이 국토부 57.7%, 인사처 52.1%라고 밝혔다. 올 3~5월 신고된 국토부 고위공무원 30명과 인사처 고위공무원 7명이 조사 대상이다.

국토부 고위공무원 한명당 부동산 신고액은 평균 12억4607만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시세는 21억5981만원이다. 1인당 신고액과 시세 차이가 평균 9억1374만원이다. 인사처는 괴리가 더 컸다. 인사처의 경우 1인당 부동산 신고액은 10억2040만원, 시세는 19억5928만원으로 차이가 9억3888만원에 달했다. 전체 자산 중 부동산자산 비중은 신고 기준 73%, 시세 기준 83%다.

시세 기준으로 부동산재산이 가장 많은 고위공무원은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118억1160만원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70억2460만원 ▲박종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상임감사위원 56억2146만원 순이다. 모두 아파트, 주상복합, 상가, 땅 등 다양한 형태의 부동산을 보유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남동균 KAC한국공항공사 사장 등은 가족의 독립생계 유지와 타인 부양 등을 이유로 재산공개를 거부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고위공무원 재산공개는 공시가격이나 실거래가 기준으로 신고하면 되지만 신고액이 시세 대비 낮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의 부과기준이 되는데 시세반영률이 아파트 68.1%, 토지 64.8%다.

경실련 조사 기준으로는 각각 65%, 34%로 더 낮다. 따라서 고위공무원 대부분의 부동산재산이 축소 신고된다는 여론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6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을 신고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를 감독하고 심사해야 할 인사처는 오히려 ‘실거래가가 취득가격을 의미하며 시가가 아니다’는 해석을 내놓아 허위 재산신고를 정당화했다.

더구나 정부는 올해 부동산 공시가격을 역대 최고수준으로 인상했다. 올해 아파트·다가구주택·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은 공시가격이 지난해보다 5.24% 올랐고 서울은 14.02% 상승했다. 개별 공시지가(땅값)는 8.03% 올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소유주들의 세 부담도 급증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시세가 급등했거나 공시가격과 시세 간 격차가 큰 부분을 적극적으로 개선했지만 아직 불균형이 해소된 건 아니다”면서 “서민 부담을 고려해 공시가격 현실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세차익 대비 내야 하는 보유세가 적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을 올린 국토부와 산하기관 고위공무원들의 부동산 신고액은 정작 전국 아파트 시세반영률보다 낮은 수준인 셈이다.

장성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간사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낮게 조작된 공시가격 기준으로 이뤄짐에도 허술한 심사가 지속된다”면서 “불공정한 제도로 인한 부정한 재산증식이 우려될 뿐 아니라 고위공직자 윤리 강화라는 재산공개의 취지도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국민 정서 반하는 부동산정책

이번 정부 들어 고위공무원의 부동산재산과 관련한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올 들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사퇴와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 낙마 사태 등은 고위공무원의 부동산재산이나 투기 의혹이 현정부의 엄격한 부동산 규제정책을 보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측면이 컸기 때문이다.

올 3월에도 정부 2기 내각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부동산재산 신고액이 시세의 60.4%로 드러난 바 있다. 부동산정책 주요부처인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신고 대비 시세반영률은 가장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최정호 국토부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재산을 13억82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실제 시세는 28억6000만원이었다.

당시 장관 후보자들의 보유 부동산 시세는 1인당 평균 36억원에 달했다. 인사청문회를 위해 신고한 부동산가액은 평균 22억원으로 한 사람당 약 14억원씩 축소했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고위공직자의 이런 행태를 두고 ‘내노남불’(내가 하면 노후대책, 남이 하면 불법투기)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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