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재개발사업, 도 넘은 ‘막장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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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 사옥. /사진제공=대우건설


서울 구로구 고척동 일대 주택가를 재개발하는 ‘고척제4주택재개발’ 수주경쟁이 진흙탕싸움으로 치달았다. 단순수주를 위한 홍보나 마케팅을 넘어 상대 경쟁사의 치부를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비난하는 데 이어 법정소송마저 예상돼 걷잡을 수 없는 상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업계의 심정도 착잡하다. 

자기 이미지까지 깎아먹으며 사업 하나에 목숨 거는 모습은 언뜻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재 업계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정부가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강화하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발표하면서 수익성 높은 서울 정비사업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앞으로 이런 사태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사진=김창성 기자


◆노골적인 깎아내리기 ‘눈살’

고척4구역은 지하철 1호선 개봉역과 2호선 양천구청역 사이에 있는 약 4만2208㎡ 면적의 재개발 땅이다. 조합원수 266명으로 재개발 후 983가구 규모의 아파트 10동으로 다시 태어날 예정이다.

고척동 일대는 그동안 서울 변두리라는 낙후된 이미지를 벗지 못하다가 인근 고척스카이돔 개발과 광명 재개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또 제2의 강남 학군인 서울 목동이 가까워 부동산가치가 높다. 무엇보다 고척4구역은 조합원수 대비 일반분양 물량이 두배 이상 많아 서울에서도 수익성 높은 정비사업으로 손꼽힌다.

2014년 정비구역 지정 이후 2016년 조합설립 인가, 지난해 사업시행 인가가 났고 지난달 2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 총회가 열렸다. 사업비 1964억원 규모에 사업성이 우수해 10개의 대형건설사가 관심을 보였지만 시공능력 평가 4위의 대우건설과 6위의 현대엔지니어링이 최종경쟁을 벌였다.

두 시공사의 시공능력에 거의 차이가 없는 만큼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다. 대우건설은 모그룹 지원이 약하다는 핸디캡이 있음에도 아파트 건설분야의 시공경험과 브랜드 인지도를 내세워 다수의 조합원에게 지지를 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시공능력이나 브랜드 순위는 더 낮지만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브랜드를 공동사용하고 모그룹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탄탄한 재무구조가 상대적인 우위요소로 평가됐다.

문제는 이처럼 각자 가진 장점을 내세우는 마케팅 경쟁이 아닌 네거티브전이었다. 두 회사는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두고 ‘주인 없는 회사 대우건설’, ‘가짜 힐스테이트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비방 마케팅을 펼쳤다. 서로 상대에 대한 공격 마케팅을 지속하며 각자 가진 약점도 드러났다.

대우건설은 최근 3년간 정비사업 준공실적이 6만6868가구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적이 없었다. 또 대우건설은 이주비 지원을 위해 현행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의 두배를 넘는 85%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은 LTV 85%가 불법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대우건설의 재무구조와 매각 리스크를 약점으로 잡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신용등급이 건설업계 최고수준인 신용등급 ‘AA-’, 올 1분기 부채비율이 별도기준 79.1%로 낮은 편인 데 반해 대우건설은 부채비율이 4배 가까운 304.5%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작업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규모가 더 작은 중견건설사에 매각될 경우 아파트브랜드 푸르지오의 가치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불사한 수주싸움

조합은 이런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고장’까지 발송했지만 조합원 일부는 진흙탕싸움에 동조하며 편 가르기에 합류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지난달 28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진행한 결과 전체 조합원 266명 가운데 부재자 투표를 포함한 246명이 참여했고 대우건설 122표, 현대엔지니어링 118표가 나왔다. 하지만 시공사 선정 기준인 과반 123표를 넘지 못했고 총 6표의 무효표 중 4표가 대우건설 표로 나타났다.

대우건설은 결과에 즉각 반발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투표용지에 볼펜 등으로 표기된 것은 무효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데 사회자가 임의로 무효화했다. 4개의 무효표를 포함해 126표를 득표했다”고 주장했다.

조합과 추가 협의 결과 시공권은 결국 대우건설이 가져갔다. 이번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불복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임직원 일동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조합장이 총회에서 확정된 사안을 번복해 처리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서 “소송을 통한 사업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조합 측에 시공사 재선정을 위한 절차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조합은 두 건설사 관계자뿐 아니라 변호사를 통한 법률자문도 마친 상황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소송 제기가 예상되지만 대우건설이 책임지고 소송에 대응하기로 해 사업 중단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다만 법적 다툼의 여지에 대해선 현대엔지니어링이 조합 측의 대응 등을 보고 구체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조합원 50여명은 지난 8일자로 구로구청에 시공사 재선정을 촉구하는 탄원서 130여장을 제출했다고 밝힌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예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며 “지나친 싸움이 씁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더 줄어드는 파이를 놓고 대부분의 대형건설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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