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주인 없는 짝퉁시장, ‘노란 천막’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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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양극화가 가속화되며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 탓에 이른바 ‘짝퉁’(위조상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데 이 짝퉁시장이 심상찮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시장규모도 커지고 전문쇼핑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꽤 뻔뻔해졌다. <머니S>가 짝퉁이 인기를 끄는 사회적 이유가 무엇인지, 짝퉁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짝퉁 전문시장의 풍경과 명품 수선사에게 듣는 ‘짝퉁 구별법’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진짜 같은 세상 ‘짝퉁천국’-②]
‘짝퉁천지’ 새빛시장 가보니


동대문 쇼핑센터를 방문한 외국인관광객이 필수코스로 들른다는 새빛시장은 쇼핑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해외 유명브랜드를 본떠 만든 ‘짝퉁’(위조상품)제품이 비교적 저렴하게 판매되기 때문이다. 밤에만 운영되는 희소성 때문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빼미 쇼퍼들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새빛시장을 찾아가봤다.


새빛시장 노란천막. /사진=채성오 기자

◆7시간만 허용된 '짝퉁쇼핑'

“여기는 찍으시면 안돼요.”

블로그 게시용으로 촬영을 한다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위조상품을 판매하는 곳’이기 때문에 외부로 샐 경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틈틈이 눈치를 보며 사진을 찍고는 이내 시치미를 뗐다.

서둘러 시장을 빠져나와 한적한 거리에서 새빛시장 주변을 관찰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임에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근처는 대낮같이 환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을 중심으로 ‘ㄱ’자 상권을 형성한 새빛시장 때문이다. 수십개의 노란천막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에서는 ‘짝퉁’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새빛시장의 공식 영업시간은 저녁 8시부터 오전 3시까지 약 7시간이다. 상인들은 승합차에 물품과 좌판을 싣고 저녁 8시부터 본격적으로 노란천막을 펼친다. 통상 밤 9시부터 영업을 개시하는데 이때는 약 절반 정도의 점포만 판매를 시작하며 나머지 상인들은 자정에 가까운 시간부터 상품을 진열했다.


새빛시장에서 판매중인 짝퉁 제품. /사진=채성오 기자

인근 쇼핑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은 “몇년 전 만해도 밤 11시부터 영업했는데 최근에는 저녁 8시부터 물건을 꺼낼 만큼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며 “특히 일본인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쓰던 제품이나 골동품을 파는 황학동 풍물시장이나 동묘앞 벼룩시장과는 또다른 풍경이었다. 노란천막 안 좌판에 물건을 진열한 상인들은 멀찌감치 서서 판매대를 지켜볼 뿐 별도의 호객행위나 안내를 하지는 않았다. 손님이 제품에 관심을 보이면 그제서야 응대에 나섰다.

새빛시장에서 3년간 일했다는 한 상인은 “혹시 모를 단속 때문에 멀찍이 떨어져 판매하고 있다”며 “단속반이 뜨면 장사를 접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없는 것 빼고 다 판다

자정이 넘는 시간에도 새빛시장은 위조상품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외제차 키홀더, 양말, 티셔츠, 바지, 신발, 벨트, 지갑, 소형가방, 힙색, 선글라스, 시계, 향수, 반지, 목걸이 등 다양한 제품이 노란천막 좌판에 진열됐다.

취급하는 브랜드는 구찌, 샤넬, 루이비통, 몽클레어, 발렌시아가, 펜디 등 소위 명품브랜드부터 아디다스, 나이키, 언더아머, 슈프림 등 스포츠상품까지 모두 해외제품이다.



가격은 파격적이다. 정식매장에서 5만원 넘게 줘야 하는 스포츠브랜드 티셔츠는 새빛시장에서 1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외국 명품시계도 30만원 안쪽으로 구매 가능하다. 금·은빛을 자랑하는 반지와 목걸이도 2만원에 살 수 있다.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대부분 위조상품이기 때문이다.

지갑·백 종류와 시계제품에 많은 손님이 몰렸다. 50만원이 넘는 루이비통 머니클립의 경우 새빛시장에서는 3만5000원에 구매가 가능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명품시계도 30만원 안쪽이면 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상인이 현금만 받았고 일부 노점은 계좌이체를 통해 거래가 가능했다. 체크·신용카드로는 살 수 없다.

육안으로 구분이 어려울 만큼 정교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누가 봐도 가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교함의 최고등급을 S등급으로 봤을 때 새빛시장에서 파는 제품은 B~C등급 정도의 품질이다. 브랜드 마크는 진품 디자인을 차용했지만 마감형태나 로고가 지워져 선뜻 구매하기 꺼려지는 제품도 있었다.

대부분 중국 등지에서 낮은 가격에 물건을 대량 구매하거나 국내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가져와 마진을 남기는 형태로 판매했다.

티셔츠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만져보시면 알겠지만 원단 자체가 (다른 좌판에서 판매하는 상품과) 다르다”며 “우리는 한국에서 직접 만든 것을 가져오기 때문에 품질이 좋다”고 자부했다. 하지만 삐져나온 실밥이 구매 욕구를 떨어뜨려 이내 발길을 돌렸다.

다시 한바퀴를 돌아 방문한 시계 판매점에도 많은 손님이 몰렸다.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급브랜드를 15만~30만원에 살 수 있으니 진품과 비슷한 모델을 찾는 손님들의 문의가 쇄도했다. 롤렉스, 태그호이어, 오데마피게 마크가 찍힌 제품들은 육안으로 진품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시중가 3000만원 이상의 ‘오데마피게 로얄오크’ 모델과 유사한 시계가 34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시계를 파는 새빛시장 상인에게 가격을 흥정하자 “예전에는 중국에서 300위안(약 5만원)에 떼와서 9만원 정도에 팔았는데 지금 보는 제품은 원가만 1800위안(약 30만원) 짜리”라며 “고작 34만원 받는데 마진은 남기고 팔아야 하지 않겠냐”며 손사래를 쳤다.

◆위조상품 불법, 단속은?

위조상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현행 상표법 제66조 제1항 1호에서는 ▲타인과 동일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유사한 제품에 사용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제품에 사용하는 행위를 상표권 침해로 본다.

▲국내에 널리 인식된 타인의 상표와 같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고 ▲이를 사용한 상품을 타인의 제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도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1호를 위반한 것이다. 그렇다면 관할 지자체는 어떤 형태로 이를 단속하고 있을까.

서울시 중구청 전통시장과 관계자는 “새빛시장은 야간에 판매가 이뤄지고 있어 불시에 단속하고 있다”며 “특별사법경찰관이 조사해 검찰에 송치하면 대부분 벌금형이 내려지며 해당 위조상품은 전량 압수한다. 상인들이 대부분 주인이 없는 형태로 노점 뒤에 앉아 있기 때문에 단속할 때 30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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