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선물 들고 명품 수선집 갔더니… "짝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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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양극화가 가속화되며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 탓에 이른바 ‘짝퉁’(위조상품)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 그런데 이 짝퉁시장이 심상찮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시장규모도 커지고 전문쇼핑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꽤 뻔뻔해졌다. <머니S>가 짝퉁이 인기를 끄는 사회적 이유가 무엇인지, 짝퉁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짝퉁 전문시장의 풍경과 명품 수선사에게 듣는 ‘짝퉁 구별법’도 소개한다. <편집자주>

[진짜 같은 세상 ‘짝퉁천국’-⑤·끝] 명품 감별사가 알려주는 '구별법'


# 김상아씨는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얼굴이 붉어진다. 전 남자친구가 사준 명품가방에 구멍이 나서 수선집에 갔는데 “이 가방은 짝퉁(위조상품)입니다. 수선비가 더 많이 나올 거예요”라는 답을 들어서다.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에도 명품가방을 애지중지 다뤘던 그는 속았다는 생각에 가방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명품가방을 100개 수선하면 30개는 짝퉁입니다. 그중에 가방 10개의 주인은 짝퉁인지 모르는 경우죠. 선물받은 가방이 짝퉁인 걸 알고 버려달라는 사람도 많습니다.”

41년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명품가방을 수선하는 이경한 강남사 사장은 짝퉁가방에 대한 해프닝을 소개했다. 짝퉁가방을 진짜라고 우기는 경우, 진짜와 똑같이 만들어 달라는 경우다.

이 사장은 2대째 명품가방 수선집을 운영하며 짝퉁감별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이 판치는 시대. 명품가방 수선의 달인 이 사장과 짝퉁가방 감별법을 알아봤다.


이경한 강남사 사장. /사진=이남의 기자

◆SA등급, 내피 보지 않으면 몰라

먼저 명품가방의 대명사 루이비통 가방이다. 이 사장은 명품을 잘 모르는 기자에게 루이비통 가방 2개를 건넸다. 기자가 눈으로 보기에 모양이 똑같은 두 가방을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봤지만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이 사장은 “진품가방은 바느질이 정교하고 가죽이 부드럽지만 짝퉁은 조잡하고 매끄럽지 못하다”며 “5㎝ 기준으로 진품은 바느질 땀이 13개인 반면 짝퉁은 14~15개다”고 말했다.

‘이렇게 자세히 봐야 할 정도인가’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 짝퉁가방의 ‘옥에 티’는 등록상표에서 발견됐다. 진품가방에는 ‘LOUIS VITTON PARIS’가 등록상표임을 의미하는 ®자와 함께 새겨졌다. 짝퉁은 ‘LOUIS VITTON PARIS made in france’ 글자가 번져있고 ®자 위를 바느질 선이 지나가는 특성이 있었다.

일반인이 쉽게 찾지 못하는 진품과 짝퉁의 차이는 내피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이 사장이 두 가방의 손잡이를 자르자 진품은 여러 모직이 단단하게 엉켜 손잡이를 이룬 반면 짝퉁은 속이 빈 플라스틱이 변형된 채로 있었다. 진품은 손잡이 주름이 자연스럽게 생겼지만 가짜는 주름이 한쪽으로 밀리는 모습도 확인했다. “명품의 가치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이 사장은 “시리얼 넘버 또는 개런티 카드가 없어 육안으로 짝퉁을 가려야 할 때 튼튼한 소재, 일정한 규칙, 보존성 등 진품의 특징을 찾아본다”며 “내부를 잘라서 태워보면 가죽과 나일론이 타는 냄새가 다른 것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프라다 가방 진품(왼쪽), 짝퉁 지퍼 차이. /사진=이남의 기자

그 다음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명품, 샤넬가방을 꼼꼼히 살펴봤다. 기자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가죽과 내부를 열심히 뜯어보자 이 사장은 기자의 손에 자석을 쥐어줬다. 그러자 유독 한 가방의 체인 스트랩이 자석에 반응했다.

이 사장은 “짝퉁은 저렴한 철을 사용해 자석을 가져가면 체인이 붙는다”며 “진품은 고가의 금속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자석을 비벼도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라다와 구찌 등 유명한 명품가방은 부속품에서 진품과 짝퉁의 차이가 발견됐다. 진품은 1만번 이상 개폐가 가능하다는 ‘YKK’나 스위스 명품지퍼 ‘riri’를 사용했다. 작은 이빨로 부드럽고 단단하게 가방을 조이고 쉽게 여닫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짝퉁가방은 저렴한 지퍼를 사용해 많이 열고 닫을수록 녹이 슬어 가죽을 망가트리는 경우가 많다.

이 사장은 “명품은 지퍼와 지퍼 슬라이더, 고정핀 등 가방의 부속품도 고가의 제품을 쓴다”며 “짝퉁 중에서 등급이 높은 가방은 부속품을 명품으로 쓰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이비통 가방 진품(왼쪽), 짝퉁 손잡이 차이. /사진=이남의 기자

◆비싸야 명품? 가치 보존하면 명품!

겉모양은 그럴듯하지만 실속이 없는 짝퉁가방은 금방 고장이 나기 일쑤다. 저렴한 부속품과 가죽을 사용해 해지거나 녹이 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품으로 둔갑한 짝퉁을 여전히 선호한다.

이 사장은 “짝퉁가방은 단지 표현의 자유일 뿐 비난의 대상이 아니다”며 “짝퉁도 제대로 관리하면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자신의 수선집에는 숨은 명품을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명품가방 수선사들이 부르는 ‘진짜 명품’ 마니아들이다. 국내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장인들의 수제 가방, 벨트, 구두 등 말 그대로 ‘노브랜드’ 제품이다. 또 수차례 수선할 정도로 오래 사용했지만 몇대째 되물림되는 제품들도 값비싼 명품보다 더 가치를 자랑하는 명품이라고 부른다. 무엇보다 가족의 추억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는 “명품을 오랜 시간 고치다 보니 고가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이 달라졌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멋과 품격을 더 해가는 것이 명품이란 걸 깨달았다”며 “짝퉁도 자신만의 의미를 더해 오랫동안 잘 사용하면 진품보다 더 가치 있는 제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1호(2019년 7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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