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지금 한국에 가장 필요한 것

 
 
기사공유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요즘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금융위기나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가들도 부정적인 답변을 흔하게 한다.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7월 전망치가 92.3으로 14개월 연속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기준선(100)을 밑돌면 경기를 부정적으로 내다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추정치가 감소하는 가운데 3분기 추정치도 한달 전보다 2.8% 낮아졌다. 수출은 7월까지 8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대중 수출은 24.1%나 줄었다.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올 5월까지 지난해와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27.6%, 33.7%나 줄었다.

정부재정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적자를 1~5월에 기록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종전 2.2%에서 1.8%로 수정하는 등 여러 기관들이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어렵고 힘들수록 혁신 필요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본질적 측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변해가는 환경에 따라 스스로 혁신하는 것이다. 혁신이란 가죽 ‘혁’(革)에 새로울 ‘신’(新)을 결합한 단어로서 가죽을 벗겨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번데기가 껍질을 벗고 나와 날개를 펼쳐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영어로는 ‘안’을 뜻하는 in과 ‘새로운 별’을 뜻하는 nova가 합쳐진 innovation이다. 즉 밖이 아닌 안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외부 조건은 내 뜻대로 바꾸지 못해도 내부에서는 내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 혁신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으로서 기존의 상태를 고쳐서 나아진다는 의미를 지닌 개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가수이자 MC였던 이수만씨가 창립한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 음반기획사와는 다르게 체계화한 가수육성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해 눈부시게 성장했다. 엔터테인먼트업계 혁신이 오늘날 세계적인 K-POP 열풍을 만들어냈다.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65년에 불과 106달러로 전세계 105위였다. 가봉(46위), 콩고(86위)보다 낮았고 방글라데시(107위)와 비슷했다. 1위는 산유국인 쿠웨이트였고 2위 미국, 3위는 스웨덴이었다. 이후 1975년 79위, 1985년 48위, 1995년 33위로 빠르게 치달았다. 외환위기에 주춤하다 2005년 34위, 2015년에 29위까지 올라갔다.

고속성장의 여러 요인 중 자원이 절대 부족한 나라에서 사람이 자산으로서 높은 교육열과 과학기술인재 육성 및 수출주도형 제조 강국으로 혁신해간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세계 속의 한국은 혁신이란 측면에서 높게 평가돼 왔다.

경제·금융 전문매체 블룸버그가 연구개발(R&D)지출집중도·제조업부가가치·생산성·첨단기술집중도·교육효율성·연구집중도·특허활동 통계수치를 바탕으로 한 ‘블룸버그 혁신지수’에 한국은 올해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위 독일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60개국이 대상인 블룸버그 혁신지수 2019년 순위는 3위 핀란드, 4위 스위스, 5위 이스라엘, 6위 싱가포르, 7위 스웨덴, 8위 미국, 9위 일본, 10위 프랑스, 11위 덴마크, 12위 오스트리아, 13위 벨기에, 14위 아일랜드, 15위 네덜란드, 16위 중국, 17위 노르웨이, 18위 영국, 19위 호주, 20위 캐나다 등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한국 혁신지수 매년 상승하다 낮아져

한국이 종합 1위인 것은 상장기업 중 첨단기술기업 비중인 ‘첨단기술집중도’(4위)를 비롯해 ‘R&D지출집중도’(2위), ‘제조업부가가치’(2위)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영향이 크다. 후진국에서부터 상위로 올라가는 동안 과학기술과 제조업 육성 정책이 이어진 결과다. ‘교육효율성’(대학진학률, 이공계 비중 등)과 ‘연구집중도’(100만명당 연구개발 전문인력 수)는 7위로 양호했지만 전년(3위, 4위)에 비해 떨어졌다.

지난해 1위였던 특허활동은 올해 20위로 크게 밀려났다. 1위는 미국, 2위는 중국이 차지했다. 한국의 순위 급락은 4차산업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의 기술성장 포텐셜 측면에서 우려된다. 생산성(15세 이상 노동인구당 GDP 규모)도 18위에 머물러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세계지적소유권기구(WIPO), 유럽경영원(INSEAD), 미국 코넬대 등이 공동 발표하는 글로벌혁신지수(GII)도 있다. 블룸버그 혁신지수와 다르게 혁신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의 경제적 요소(혁신투입)와 혁신활동의 결과물로 얻은 요소(혁신성과)를 동등한 비중으로 지수화한 것이다.

평가체계는 7대 부문(국가제도, 인적자본·연구, 인프라, 시장성숙도, 기업성숙도, 지식·기술 성과, 창조적 성과)으로 각 부문별 3개씩 총 21개 항목, 그 하위에 총 80개 세부지표를 구성해 국가별 혁신역량 지표로서의 신뢰도를 높였다.

100여개 국가 중 한국의 글로벌혁신지수 순위는 2007년 19위 이후 2012년 21위, 2013년 18위, 2014년 16위, 2015년 14위, 2016년 11위로 계속 상승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도 이어진 경제성장의 밑바탕을 알게 해준다.

그러던 것이 2017년에 11위로 주춤하다 2018년에는 12위로 한단계 내려갔다. 2018 글로벌혁신지수는 1위 스위스, 2위 네덜란드, 3위 스웨덴, 4위 영국, 5위 싱가포르, 6위 미국, 7위 핀란드, 8위 덴마크, 9위 독일, 10위 아일랜드, 11위 이스라엘, 12위 한국, 13위 일본, 14위 홍콩, 15위 룩셈부르크, 16위 프랑스, 17위 중국, 18위 캐나다, 19위 노르웨이, 20위 호주 순이다.

조사대상 126개 국가 중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두번째로 순위가 높지만 아쉽게도 전년보다는 내려앉았다. 이스라엘은 6계단이나 올랐고 20위권내 싱가포르, 일본, 중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일제히 순위가 올랐다. 국가 간 상대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혁신 경쟁력의 중요성을 다시 인식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세부 항목별 차이 커 보완 필요

글로벌혁신지수(GII)에서 혁신은 새롭거나 상당히 개선된 제품(또는 서비스), 프로세스, 마케팅 방식, 비즈니스 관행, 조직, 외부관계 도입 등을 통칭한다. 따라서 각국 정부 결정자들이 경제발전을 위해 혁신활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상세한 지표로서 활용가치가 큰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부문별로는 ‘인적자본·연구’가 가장 높은 2위를 기록해 한국은 사람이 자산이고 꾸준히 연구개발을 하며 성장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다음은 ‘지식·기술 성과’(9위)로서 인재를 통해 얻어지는 성과물이 뒷받침된다. 다만 ‘지식창출’(3위), ‘지식흡수’(16위), ‘지식파급효과’(38위) 등은 항목별 차이가 크므로 세부지표 검토를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GDP대비 컴퓨터소프트웨어 구입비중’(59위)과 ‘ICT 서비스 수출비중’(95위) 등은 하위권이다. ‘인프라’(13위)부문에서는 ‘ICT 사용성’(4위), ‘e-참여’(4위), ‘정부 온라인서비스’(5위) 등이 양호한 반면 ‘에너지 소비량당 GDP’(91위)가 매우 낮아 에너지 소비 감축이 중요함을 시사해준다. ‘시장성숙도’(14위)부문도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벤처자본거래량’(54위)과 ‘실행관세율’(104위) 등은 상당히 뒤처져 있다. 


‘기업 성숙도’(20위)는 순위가 낮지만 세부지표에서는 ‘기업수행R&D’(2위), ‘기업재원R&D’(2위), ‘기업연구역량’(2위) 같은 최상위권도 있다. 즉 기업들은 자체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연구역량 강화에 힘써 왔다. ‘지역시장의 경쟁 정도’(4위)도 높이 평가받고 있으므로 잘되는 것은 유지하는 게 좋다.

‘지식집약 서비스 근로자’(70위)는 상당히 취약하므로 한국이 제조업과 달리 서비스업에서는 지식집약 서비스 근로자 수준이 낮은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해외재원 R&D’(92위), ‘ICT서비스 수입비중’(102위), ‘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입’(114위)은 완전 바닥권이다. 현재 상황에서 성장잠재력을 높이려면 해외 혁신자본 유입을 촉진시켜야 한다.

종합혁신지수를 가장 깎아내리는 부문은 ‘국가제도’(26위)다. 혁신적인 사업 전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제도의 걸림돌을 얘기하는 것이 이해할 만하다. 제도 항목 중 특히 ‘규제 환경’(55위)과 ‘정치 환경’(37위) 순위가 낮다. 세부지표 중 ‘중복해고 비용’(103위)은 수년 동안 변함없이 100위권 바깥이다. 다행히 ‘창업 용이성’(9위)과 ‘파산해결 용이성’(5위)을 반영하는 ‘기업환경’(2위) 순위는 수년간 상승했다.


글로벌혁신지수 최정상은 스위스가 8년 연속 차지하고 있다. 유로화 대비 환율 하한제 폐지(2015년) 후 스위스프랑화 가치가 30%나 급등해 경기침체가 불가피했지만 최근 4차 산업혁명 선두에 나서며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하다. 전체 기업의 3.5%가 10명 이상의 종업원수, 3년 연속 20% 이상 성장하는 ‘고성장 기업’으로 나타났다. 청년실업률이 악화되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스위스의 우수한 스타트업 생태계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 0%
  • 0%
  • 코스피 : 2162.18상승 22.9518:01 11/15
  • 코스닥 : 668.51상승 5.218:01 11/15
  • 원달러 : 1166.60하락 3.118:01 11/15
  • 두바이유 : 63.30상승 1.0218:01 11/15
  • 금 : 61.93하락 0.5418:01 11/15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