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 강요·사생활 폭로… 직장 괴롭힘, 당신도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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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첫날을 맞았다. 법 시행으로 직장 내 ‘갑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 반면 처벌 기준이 모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모든 기업에서 이날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은 ‘①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②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③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위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업무상 적정범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고용부는 이를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행위’라고 규정한다. 즉 적정범위는 업무상 필요성과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이외에 행위의 내용, 정도, 지속성 등도 판단기준이 된다.

고용부 매뉴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은 ▲개인사 소문 내기 ▲음주·흡연·회식 강요 ▲욕설·폭언 ▲다른 사람 앞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 못쓰게 하기 ▲지나친 감시 등으로 나뉜다.

법에 명시된 기준이 모호한 만큼 어떤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되는지를 놓고 당분간 현장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실제 직장인들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인 ‘괴롭힘’의 기준을 들여다봤다.

◆직장 내 괴롭힘, 나도 당했다

#1. 직장인 A씨는 “넌 능력 없으니 그만 둬라”, “너 같은 쓰레기는 처음 본다”, “씨XX”, “한심하다” 등 상사의 각종 폭언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그는 ‘업무상’이라는 이유로 이 같은 괴롭힘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내가 일을 못해서 혼난 거고 사회생활이란 원래 이런 거라며 자기합리화를 했다. 하지만 업무상 지적이라고 보기에는 문제가 있는 발언들”이라며 “이제 법적 기준이 마련된 만큼 직장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폭언은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고용부는 ‘사회 통념에 비춰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 행동이 사회 통념상 문제가 있는 행위’를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었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A씨 상사의 발언처럼 욕설, 위협적인 말은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나아가 호칭 대신 ‘야’, ‘너’하며 소리를 지르거나 위협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2. B씨의 상사는 퇴근 후 종종 술을 마시자고 요구한다. 심지어 상사의 사적인 술자리에도 B씨를 불러내곤 한다. B씨는 “상사가 술을 마시고 밤늦게 전화해서 불러낸다. 안 나가면 나올 때까지 전화한다”며 “한번은 술자리에 가기 싫어 전화를 꺼놨더니 다음날 ‘예의가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토로했다.

음주와 흡연, 회식 참가를 강요하는 경우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된다. 업무와 무관한 요청을 지속적으로 하는 행위는 업무상 적정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회식은 더 이상 업무의 연장선이 아니다.

#3. C씨는 상사가 자신에 대한 나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를 따지자 “절대 아니다”며 반박하던 상사는 관련 증거들을 가져오니 그제서야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알고 보니 상사는 자신의 승진에 C씨가 경쟁 상대가 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이미지를 훼손하려 한 것. C씨는 “거듭 사과를 받았지만 훼손된 이미지와 명예는 복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동료의 헛소문을 퍼뜨리거나 동료에 대한 험담이 제3자에게 전달돼 직원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비방 의도와 무관하게 개인사를 소문내고 다니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4. D씨의 휴대전화는 상사의 메신저로 매일 쉴 틈 없이 울려댄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예외는 아니다. 메신저는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D씨는 “상사가 쓸 데 없는 잡담을 해서 오히려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시도 때도 없이 사내 메신저, SNS 등에 글을 올리고 대답을 요구하는 경우 역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된다. 다만 단순히 업무시간 외에 업무를 지시한 것이라면 괴롭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고용부의 판단이다. 시급한 업무가 아닌데도 상습적, 반복적으로 밤 늦게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5. E씨는 상사에게 연차 사용 허락을 구했다가 거절당했다. E씨는 “몸이 아프다”고 호소했지만 상사는 “네가 지금 쉴 때냐”며 되레 면박을 줬다.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도 직장 내 괴롭힘의 대표적 사례다.

#6. F씨는 상사에게 수차례 커피 심부름을 강요받았다. 그는 “나보다 연차가 낮은 남자 직원들도 많은데 팀에서 나만 여자라는 이유로 커피를 타고 있다”며 “성적인 차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정된 성 역할을 강요하는 등의 젠더(gender) 갈등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남성에게 생수 물통을 교체하라는 행위도 동일하다. 다만 이는 성적인(sexual) 의미가 담긴 언사나 행동을 처벌하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는 해당되기 어렵다.

#7. 입사 첫해 G씨는 전국 팔도의 산을 6번이나 다녀왔다. 10년차 미만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산악회에 소속됐기 때문. G씨는 “내 돈과 내 주말을 들여서 억지로 등산을 가야 한다”며 “심지어 등산 난이도가 낮은 코스를선택하면 ‘회사생활 어려워질 준비하라’는 말이 나온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회사 행사에 억지로 참여하도록 하는 행위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고용부는 ▲업무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함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주지 않음 ▲업무와 관련된 정보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함 ▲타인이나 온라인 상에서 모욕감을 주는 언행 등도 괴롭힘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사회 통념상 타당한 수준이라면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한 독려·지시·지도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사의 지시는 사회 통념에 어긋났다고 보기 어렵고 성과 향상이라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저성과자 명단 공개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또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나 상사, 선배는 물론이고 동기나 후배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괴롭힌다면 가해자로 인정된다. 대표적으로 인사팀, 감사팀 등 사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부서는 하급자라 하더라도 다른 부서 상급자를 괴롭히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파견 노동자 역시 사용 사업주인 사용자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할 수 있다. 다만 근로자와 하청 근로자는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이 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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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해결 방법은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이런 행위를 예방하고 이에 대해 징계를 내릴 수 있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취업규칙 변경이므로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이제부터 기업들은 직원 대다수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 취업규칙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별도로 관련 규정을 만들어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취업규칙은 ▲금지되는 괴롭힘 행위 ▲예방교육 ▲괴롭힘 발생 시 조치 ▲피해자 보호 절차 ▲가해자 징계 조항 ▲재발방지 대책 등을 다뤄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면 사내 담당자에게 사건을 신고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자신을 징계했다면 사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도록 노동청에 신고할 수도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 사용자는 즉시 이를 조사하고 근무 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주장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 불이익 처우를 하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처벌하는 규정이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또 괴롭힘 피해자의 신고 후 회사 차원의 조사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가해자가 회사 대표나 임원일 경우에는 조치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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