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공'에 웃고 우는 K보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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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미지투데이

국내 보톡스업계가 중국 내 불법 유통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보따리상인(따이공)들이 자국의 규제를 피해 국내제품 확보에 집중하면서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지만 업체들은 환하게 웃지 못하고 있다. 따이공의 불법 유통으로 인해 국내 업체가 법적 제재를 받지는 않겠지만 중국정부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품목허가를 진행 중인 국내제약사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중국식품의약국(NMP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보톡스는 엘러간, 란저우 두 제조사 제품뿐이다. 문제는 중국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국산 보톡스가 중국 현지에 흘러 들어가 암암리에 유통되는 점이다. 중화인민공화국 의약품관리법 제418조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사용되는 의약품은 모두 중국정부의 법령에 따라 승인받아야 하며 생산 혹은 수입을 허가받지 않은 채 판매될 시 범법행위로 간주한다.

중국에서의 국산보톡스 불법 유통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매체 시나닷컴이 지난달 25일에 보도한 바에 따르면 상하이 철도세관(철검원)은 지난해 6월5일 중국정부의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국산보톡스를 불법 판매했다는 이유로 두명의 판매자를 기소했다. 상하이 철도운수법원은 이들에게 징역 4개월, 집행유예 4개월을 선고했으며 앞으로 10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철검원에 따르면 이들의 창고에서 나보타(대웅제약), 보툴렉스(휴젤), 메디톡신(메디톡스), 휴톡스(휴온스) 등이 발견됐다. 또한 법원은 올 1월23일 국산보톡스를 불법 유통한 판매자에 징역 2년과 벌금 40만위안(약 6852만원)을 선고했다.



◆외연 확대에 ‘울며 겨자 먹기’

국산 보톡스가 중국에 불법 유통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매출확대에 중국수출이 지대한 역할을 하지만 의약품관리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비판을 피하기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불법 유통 이슈로 국산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가 실추되고 중국정부의 품목허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보톡스업계가 따이공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불법 유통이지만 큰 폭의 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보톡스 해외수출 중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45%로 개별국으로 봤을 때 비중이 가장 높을 뿐더러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

관세청의 보톡스 통관데이터로 추정되는 품목(HS코드 3002903090)의 수출액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상반기수출액 기준 연평균성장률이 62.5%를 기록하면서 팽창하고 있다. 연간 수출액은 2014년 1148만달러, 2015년 1344만달러, 2016년 2187만달러, 2017년 5134만달러, 2018년 8006만달러로 집계됐다. 올 상반기 수출 실적도 긍정적이다. 올 1~5월 누적 수출액은 4858만9000달러로 전년 동기(3791만7000달러)보다 28%나 증가했다. 문제는 정식시장이 아닌 따이공을 통한 간접수출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미 저가정책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내수시장이 정체되자 외연확대에 불안감을 느낀 국내 업체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같은 수출방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보톡스는 비급여품목으로 누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팔고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며 “중국 현지 판매를 담당하는 파트너사들이 제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는 따이공의 불법 유통이 국내 보톡스업계에 대한 제재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언제 품목허가로 불똥이 튈 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중국산 고혈압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에서 발암가능물질이 발견되면서 현지정부가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최근 국산보톡스의 불법 유통사건이 자주 수면 위로 떠오르자 국내 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보톡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소이기 때문에 불법 유통시 안전성 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 “제재할 법적근거 없어”

따이공의 불법 유통에 대해 정부는 중국정부의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이 중국에 수출되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보톡스는 ‘국가출하승인 대상의약품’으로 미국에서 출하승인이 이뤄져도 한국에서 쓰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거치고 승인받아야 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약사법에 의거해 내수용 의약품만 관리한다. 국내제품이든 해외제품이든 국내서 사용되는 것만 감독한다는 얘기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사법에 따르면 국내에 진열·판매되는 제품에 대해서만 관리·감독하게 돼 있다”며 “수출 상대국에서 허가받지 않은 제품이라면 해당 국가에서 수입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도 본청 소관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세관장 확인에 있어선 각 법령에 따라 정해진 품목만을 검사한다. 이때 의약품이 해당 국가에서 허가를 받았는지는 확인대상이 아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통관이 되는지 안 되는지는 해당 국가법령에 따라 중국에서 관리해야 될 부분”이라며 “국내서 사용되는 제품이 정상적인 경로로 수출된다면 국내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상대국가에서 허가를 받지 않은 사항이라면 해당 국가에서도 수입통관이 되지 않거나 폐기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보톡스업체들은 불법 유통 이슈 관련 자정 노력과 개혁 의지를 보이는 한편 중국 진출에는 차질 없음을 강조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당사는 중국 등 미등록 국가에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인지할 수 없으나 중국 파트너사가 불법 유통을 한 전력이 있는지 내부 조사를 철저히 임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중국 식품의약국의 품목허가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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