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도너츠와 ‘임블리’의 가장 큰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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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소통 바람이 분다. B2C기업뿐만 아니라 B2B까지 다양한 소통플랫폼으로 회사를 적극 홍보하는 데 한창이다. 임직원이 직접 브이로그로 회사생활이 어떤지, 회장이 자주 찾는 맛집은 어디인지, 새로운 연구센터 풍경은 어떤지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제품의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사례는 흔한 일이며 주주와의 소통은 필수 경영요소가 됐다. <머니S>가 재계의 새로운 소통 풍경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재계에 부는 ‘소통경영’ 신바람-③] 고객의 소리로 ‘생존판’ 짠다

# 오늘날 아마존은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통한다. 1994년 창업한 아마존은 2002년까지 8년간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렸다. 2000년에는 한해에만 14억달러(약 1조6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는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고객을 붙잡아 놓으면 실적은 회복되기 마련”이라며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을 펼쳤다. 결국 아마존은 미국 이커머스시장의 50%를 차지했으며 2003년에 흑자 전환했다.

# 세계 최대 도넛 프랜차이즈 던킨도너츠는 역사상 최초로 안티사이트가 개설된 기업이다. 1997년 미국 청년 데이비드 펠튼이 만든 던킨도너츠 안티사이트에는 ‘점원이 커피에 손가락을 넣지 않도록 해달라’, ‘커피를 컵 끝까지 채워달라’, ‘매장의 도넛맛이 이상하다’는 등 고객의 불만이 쌓였다. 던킨도너츠는 안티사이트를 없애기보다 고객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전략을 취했다. 던킨도너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2년 뒤인 1999년에 해당 사이트의 소유권을 사들이면서 고객의 요구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유연하게 대응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바꾼 것이다.

최근 국내 기업도 고객의 요구사항에 귀를 기울이는 추세다. 과거 고객의 불만사항만을 수렴하는 모습에서 나아가 제품에 대한 고객의 아이디어와 개선방향을 적극 받아들여 호평을 받는다.

기업이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게 된 데는 시대 배경의 영향이 컸다. 과거 고객은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고 사용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소유의 개념보다 공유의 개념이 떠오르고 소통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기업의 전략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이디어부터 불만까지 “다 듣습니다”

기업이 고객과 직접 소통에 나선 이유 중 하나는 정보통신(IT)산업의 발달이다. 인터넷 홈페이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마트폰 등 기술이 진화하면서 고객이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양해졌고 영향력도 커졌다. 과거에는 기업이 고객 한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우가 거의 없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의 고객의견에 일일이 대응하는 모양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제품설계단계부터 고객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기업도 늘었다. 이 방식은 기업의 제품을 소비자가 직접 구입·사용하는 B2C 기업이 활용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스마트폰사업이 대표적이다. 국내 스마트폰산업을 책임지는 두 기업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제품에 도입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부터 삼성멤버스 애플리케이션에서 ‘갤럭시 메이커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갤럭시 메이커스는 고객과 소통을 통해 정확한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고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창구가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게시글 및 댓글 작성 ▲다른 고객 질문에 답하기 ▲오류·버그 전송 ▲사용자인터페이스(UI) 베타테스트 등 네 분야에서 고객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LG 모바일 컨퍼런스. /사진제공=LG전자


LG전자도 고객과 오프라인에서 만나 의견을 청취한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6월 ‘LG 모바일 고객 초청 행사’를 열고 제품 사용 시 발생한 애로사항과 개선 방향을 물었다. LG전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도출된 의견을 중저가 제품에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LG전자는 의류건조기에 대한 고객의 쓴소리를 수용했다. LG전자의 의류건조기에 도입된 자동세척 콘덴서가 제대로 세척되지 않아 먼지와 악취를 유발하는 문제를 일으킨 것. LG전자는 “일부 고객이 우려하는 상황을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했다”며 “고객의 의견을 겸허히 듣고 개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적극 받아들여 고객에게 만족을 주는 제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콘덴서에 일정 수준의 먼지가 있더라도 제품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10년간 무상 보증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객의 의견은 자동차에도 반영됐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5월19일부터 11월24일까지 약 7개월간 고객의 의견을 수렴하는 ‘H-옴부즈맨 3기’프로그램을 실시해 i30 N라인과 벨로스터 커스텀 핏 상품을 개발했다. 이 가운데 벨로스터 커스텀 핏은 한정판매 제품이 아닌 신규 옵션으로 기본화해 상시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의 목소리가 반영된 i30 N라인과 벨로스터 커스텀 핏을 통해 주행의 즐거움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고객 오픈 플랫폼 ‘히어’를 통해 고객과 적극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성 부건에프엔씨 대표. /=뉴시스 DB

◆고객 의도 정확히 파악해야

모든 기업이 고객의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고객의 소리에 집중하는 와중에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사례도 있다. 임블리의 최근 행보는 과거 던킨도너츠 사례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임블리’라는 브랜드로 유명한 부건에프엔씨는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합의51부에 ‘임블리 안티 계정을 폐쇄하고 관련 글을 삭제해달라’며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지만 각하됐다. 재판부는 아울러 ‘임직원에 대한 글을 올리기 위해 SNS 계정을 개설하거나 글을 올리며 개인 간 메시지를 주고받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부건에프엔씨가 제기한 안티 계정은 존재하지 않아 판단할 수 없다. 계정의 폐쇄와 게시글 삭제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소명되지 않는다”며 “다른 SNS 계정을 개설하는 행위도 금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부건에프엔씨 측의 행동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상당수의 소비자는 부건에프엔씨가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허위사실을 언급한 것에 크게 분노했으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처럼 고객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기업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소외됐던 소비자가 최근에는 의견을 적극 개진하면서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SNS 등을 바탕으로 여론 형성의 주체로 떠올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의 목소리를 많이 듣는 것뿐만 아니라 메시지에 포함된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고 피드백과 행동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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