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통가는… “손해 보더라도 일본제품 안 팔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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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자카야라서 죄송합니다. 일본의 불합리한 보복에 저희도 미력하게나마 도움이 되려고 당분간 기린 생맥주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이자카야 측은 최근 고객들에게 기린 생맥주 판매 중단 사실을 공지했다. 또 다른 주점 앞에는 ‘아사히 생맥주 1잔에 100만원. 기린 병맥주 1병에 120만원’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 “우리 마트는 일본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서울 은평구의 한 중소마트에 안내판이 내걸렸다. 이 마트는 일본산 담배, 주류 및 과자, 빵 등 식품류를 모두 매대에서 치우고 고객에게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마트 관계자는 “손님들도 왜 안 파냐고 되묻기보다 대견하다는 반응”이라며 “일본 맥주 등도 국내제품 대체재가 많이 생겨 굳이 찾는 손님이 없다”고 말했다.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판매자와 소비자가 늘어나고 품목도 넓어지는 추세다.


/사진=뉴시스 최동준 기자

◆소비자 이어 판매자까지 ‘노 재팬’

관련업계에 따르면 그간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일본산 유통제품뿐만 아니라 자동차, 홈쇼핑, 여행업계까지 ‘노 재팬’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부 소비자의 일시적 거부 움직임뿐 아니라 식당과 상점에서 자발적으로 판매를 안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

회사원 박민혁씨(40)는 “과거사의 진정한 반성 없이 한국을 정치 도구화로 일삼는 아베 행태에 자국민들의 쓴 맛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휴가로 일본여행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행선지를 동남아로 변경하고 자주 이용하던 일본제품도 모두 안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본인을 편의점주라고 밝힌 한 남성은 “손해를 보더라도 안 팔기로 결정했다”며 일본 음료와 과자, 맥주 등이 있던 매대를 비운 사진을 남겼다. 비워진 매대엔 ‘일본제품 안 팝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올려놨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제품 판매 중단 중인 전국 마트 및 슈퍼마켓 상황을 알렸다.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동네마트 3000여곳과 슈퍼마켓 약 2만곳이 노 재팬 운동에 동참했다. 한국마트협회 역시 불매제품 대상 범위를 넓혀 담배나 맥주뿐 아니라 과자류, 음료 등 100여개 제품을 매대에서 철수할 예정이다. 편의점주들은 일본 제품을 추가 발주하지 않는 방식으로 판매 중단에 참여한다,

◆‘일본 자제령’여행업계 직격탄

이런 움직임에 직격탄을 맞은 곳은 여행업계다. ‘일본 여행 자제령’이 확산하면서 실질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 실제 하나투어는 지난 8~10일 일본여행 신규 예약 건수가 평균 대비 400건가량 줄었고 모두투어 역시 일본의 보복조치가 본격화한 5일부터 약 열흘 동안 일본 여행상품을 구매한 신규 예약자수가 평소보다 50~70%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들의 노선 조정과 주요 홈쇼핑업체들의 여행상품 판매 중단도 이어지고 있다. 에어부산은 최근 ‘대구~오사카’ 노선을 감편하고 ‘대구~도쿄’ 노선은 아예 운항을 중단하기로 했고 롯데홈쇼핑은 이달 홋카이도와 규슈·오사카 등 일본 여행상품 편성을 내놨지만 모두 취소했다. GS홈쇼핑 역시 5일 이후 일본 오사카 여행상품 편성을 취소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일본 맥주업체들도 불매운동 여파로 흔들리고 있다. 노 재팬 운동의 대표 품목으로 지목되면서 최근 매출이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일 정도로 치명타를 입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14일 일본 맥주 매출은 지난달 17~30일에 비해 24.6% 급감했다.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같은 기간 국산 맥주 매출은 6.9% 늘었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본 맥주도 타격을 받았다. CU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전체 맥주 매출은 2.3% 늘었지만 일본 맥주는 23% 감소했다. GS25에서도 전체 맥주와 국산 맥주 매출은 각각 1.6%, 4.5% 오름세를 보였지만 일본 맥주는 24.4%나 급감했다.

일본 대표 브랜드로 지목된 ‘유니클로’와 ‘무인양품’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아직까지 매출이나 고객 감소에 대한 공식적인 수치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최근 한 매체가 국내 카드사에 의뢰해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주요 불매 대상 기업에 대한 고객들의 소비 행태를 분석한 결과 불매운동 후 개인 신용·체크카드의 일평균 이용 건수가 20% 안팎으로 감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뉴시스 김병문 기자

◆과거와 달라… “파급력 높을 것”

업계에서는 2013년에도 독도 관련 갈등으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이번에는 한층 파급력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 불매운동들이 대체로 독도 문제, 과거사 등 정치 쪽이었는 데 반해 이번에는 일본이 국민경제 전체에 영향을 줄 사안으로 결부시키면서 국민적 반감이 더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확산을 키울 것이 아니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며 한일 갈등이 더욱 크게 번질 경우 기업은 매출은 물론 이미지 등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는 빌미를 제공해선 안될 일”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설아 sasa7088@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유통 담당 기자. 식음료, 주류, 패션, 뷰티, 가구 등을 아우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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