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지나 더 내라고?… '불완전판매 보험' 쓰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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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실손보험 개선안 발표하는 최양호 한국계리학회장. /사진=뉴스1 박지혜 기자

10년간 납입한 보험료가 갑자기 크게 올르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보험 가입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제 와서 보험을 해지하자니 지금까지 낸 보험료가 아깝고 그렇다고 터무니없이 올라버린 보험료를 앞으로 더 내자니 속이 끓어 오른다.


2009년 이전에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는 지난해 두번째로 보험 계약을 갱신했다. 10년간 보험을 가입한 고객들은 평균 2~3배쯤 실손 보험료가 인상됐다. 상품 가입 당시에는 만기까지 보험료 인상이 없다고 했는데 최근 들어 어쩔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며 보험료를 인상해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입원하거나 통원치료 시 의료비로 실제 부담한 금액을 보장한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개인 실비보험 계약은 3396만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국민이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어 제2의 건강보험으로도 불린다. 실손보험은 가입률이 높지만 벌어들이는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보험금이 더 많아 보험사에 득이 되지 않는 상품이다.

실손보험은 판매시점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2009년 9월 이전 판매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이후 실손보험’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 실손보험(일명 ‘착한 실손보험’)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22.9%였다. 보험료로 1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22원이 나간 것이다. 손해율 악화는 자기부담금이 적은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과 ‘표준화 상품’에서 도드라진다.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는 ‘표준화 이전’ 상품의 손해율은 133.9%에 달한다. 자기부담금이 없어 무분별한 보험금 청구가 이뤄진다. 보험금 증가는 전체 가입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 사이에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만기 때까지 2~3배 인상

2009년 하반기 ‘실손보험 표준화’를 앞두고 절판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당시 2008년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는 515만명에 달했다. 이듬해에는 538만명에 이 상품에 가입했다. 이 당시 적립대체형 5년 갱신형 상품에 가입한 고객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

관련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은 지난해에 평균 2~3배 오른 보험료를 납부했다. 10년간 지급 보험금이 늘어나면서 손해율이 급증한 탓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보험료는 더 올랐다. 2008년 말 실손보험에 가입한 64세 남성 A씨는 3만원 정도 내던 보험료가 11만원대로 오르자 보험을 해지했다.

보험사는 과거 A씨에게 ‘만기 때까지 보험료가 거의 오르지 않는다’고 설명하며 5년 갱신형 적립대체형 상품을 판매했다. 적립대체형 보험은 보장보험료와 함께 적립보험료를 납부하는 상품이다. 갱신 시 보험료가 오르면 그동안 적립한 보험료로 인상분을 대체한다. 만기 때까지 적립보험료가 남으면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은 적립금을 환급받을 가능성이 낮다.

적립보험료가 갱신보험료보다 적으면 만기에 환급받을 수 있지만 쌓아 놓은 적립보험료를 모두 소진하면 보험료가 오른다. 만기환급금은 당연히 받을 수 없다. 보험사에 유리하게 설계된 상품으로 급격하게 보험료가 오르면 가입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가입자는 만기가 되면 환급금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적립대체로 환급받을 게 없어져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며 “과거 실손보험의 경우 종합보험에 특약형태로 나왔는데 가입자가 실손보험과 암보험을 구분 못해 보험료 인상에 혼란이 많았다. 그래서 실손보험이 단독보험으로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이제서야 “검토 중”

2008년 12월 롯데손해보험 실손보험에 가입한 김모씨(59·여)는 최근 ‘갱신보험료 추가납입 전환’ 통지서를 받았다. 기존 보험료가 3만7000원이었는데 이번에 10만원으로 대폭 올랐다.

보험사는 “적립부분 책임준비금이 갱신형 특약보험료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해 향후 지속적인 보장서비스를 위한 납입보험료의 변동이 불가피하다”며 보험료 인상을 통지했다. 김씨가 가입한 실손보험은 ‘표준화 이전 보험’으로 적립대체형 5년 갱신형 상품이다. 보험료는 보장보험료 2만4000원, 적립보험료 1만4000원으로 구성됐다.

김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보험가입 당시 홈쇼핑 광고를 보고 가입했는데 당시 보험설계사는 “적립형으로 가입하면 보험료 인상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김씨 주장대로라면 당시 보험설계사는 갱신형 상품이지만 보험료 인상이 거의 없고 적립보험료를 납부하면 만기환급금을 받을 수 있다고 가입자를 설득했다.

손해율이 높아 보험료 인상폭이 큰 실손보험 특성상 적립보험료로 만기환급금을 받을 가능성은 적다. 특히 연령대가 높이 질수록 보험료 인상폭이 크게 늘어나 적립보험료로 보험료 인상분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김씨의 경우도 적립보험료로 5년 갱신분만 상쇄할 수 있었다. 보험료가 늘어나면 설계사가 받는 수당도 높아져 적립보험료를 높게 잡는 게 설계사에게 유리하다.

명백한 불완전판매에 속한다. 한 보험설계사는 “보장은 좋지만 보험료 인상폭이 너무 커 가입하지 않는 게 나았을 것”이라며 “해당 실손보험은 나가는 금액이 더 많아 보험료가 오를 요인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133%에 달한다. 보험료는 본인이 얼마를 쓰느냐는 상관없이 비슷한 연령대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이 많아지면 증가한다. 한번도 보험금을 타지 않아도 보험료가 3배 이상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다른 실손보험에 비해 보험료 인상폭이 커 보험을 이용하지 않는 가입자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점을 악용해 보험금 청구를 악용하는 가입자가 늘어나면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구조다.

김씨처럼 적립대체형 실손보험에 가입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에도 민원이 들어간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김씨와 유사한 사안으로 현재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는 상황이고 조만간 분조위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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