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는 내 가족’ 축구계 뒤흔드는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 [김현준의 스포츠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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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유벤투스로 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에이전트 미노 라이올라. /사진=로이터

네덜란드의 촉망받는 수비수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지난 18일(한국시간) 유벤투스행을 확정지었다. 지난 시즌 아약스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소속팀이 22년 만에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던 데 리흐트는 8강에서 결승 헤딩골로 본인이 무너뜨린 유벤투스에서 활약하게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데 리흐트는 FC 바르셀로나행이 유력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데 리흐트의 조건을 최대한 수용한 유벤투스였다. 바르셀로나가 데 리흐트 측의 요구에 난색을 보인 것과 달리 세대교체가 시급한 유벤투스는 새로운 피를 수혈하기 위해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실제로 데 리흐트가 유벤투스에서 받게되는 주급은 세후 23만유로(약 3억원)로 알려졌다.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은 팀 내 2위의 파격적인 수준이다.

높은 주급 외에도 많은 수수료를 내야하는 점도 바르셀로나를 망설이게 한 큰 요인이었다. 유벤투스는 데 리흐트를 영입하는 데 7500만유로(약 992억원)의 이적료 외에도 추가적으로 1050만유로(약 139억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셀로나와 유벤투스 등의 거대 구단들과 협상 끝에 거액의 수수료를 거머쥐게 된 인물은 바로 ‘슈퍼 에이전트’로 통하는 미노 라이올라다. 라이올라는 약 3년 전에도 당시 축구 역사상 가장 높은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엄청난 수수료를 챙겼다.

독일 매체 ‘풋볼리크스’는 폴 포그바가 2016년 유벤투스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이적할 당시 그의 에이전트인 라이올라가 총 4000만파운드(약 585억원)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포그바의 이적료였던 8900만파운드(약 1303억원) 중 2400만파운드(약 351억원)를 받고 포그바가 특정 조항을 만족시키면 추가로 1600만파운드(약 234억원)를 받는 형식이었다.

‘오일머니’ 등 세계 최고의 자본들이 개입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가운데 이런 ‘슈퍼 에이전트’들의 개입은 이적료를 더욱 폭등시키는 또 다른 원인이다. 특히 매 시즌 치열하게 진행되는 우승 경쟁을 위해 대형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를 꾀하는 빅클럽들의 입장에서는 수백억원대의 돈을 챙겨가는 에이전트가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포그바가 맨유를 떠나 유벤투스로 향하던 당시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라이올라는 분노한 그에게 ‘멍청이(twat)’라는 강한 욕설까지 들을 정도로 구단과 감독에게 있어 악마와도 같은 인물이다.

반면 고객인 선수 입장에서는 라이올라 같은 에이전트는 막대한 부를 안겨주는 최고의 우군이다. 올해로 19세에 불과한 데 리흐트가 이탈리아 세리에A 소속 선수 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주급을 받게 된 과정에는 라이올라의 협상력이 결정적이었다.

라이올라의 또다른 주요 고객인 잔루이지 돈나룸마 역시 2017년 AC밀란과 재계약 당시 10만파운드(약 1억4600만원)라는 세리에A 최고 수준의 주급을 약속받았다.

한편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고 있는 슈퍼 에이전트는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다. 이탈리아 태생의 라이올라는 12세의 어린 나이로 가족과 함께 네덜란드의 하를렘이라는 소도시에 자리 잡았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피자가게에서 일을 도왔던 라이올라는 어린 나이에도 특유의 입담과 매력으로 종업원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아버지보다도 네덜란드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던 라이올라는 아버지를 대신해 은행과 협상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19세가 되던 해에는 지역의 맥도날드 매장을 매입한 후 부동산 개발업자에 되팔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재정적으로 풍족해지자 축구계로 관심을 돌린 라이올라는 1992년 아약스의 UEFA컵(현 유로파리그) 우승에 공헌했던 브라이언 로이가 당시 세리에A 소속 포지아로 이적하는 데 큰 역할을 해내면서 본격적으로 에이전트의 길을 걷게 됐다.

체코의 ‘전설’ 파벨 네드베드가 2001년 4000만유로(약 530억원)라는 당시 최고 수준의 이적료로 라치오를 떠나 유벤투스로 향했을 때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세리에A 무대에 입성하는 데도 그들의 뒤에는 모두 라이올라가 있었다.

라이올라를 곁에 두며 굵직한 커리어를 쌓아나갔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왼쪽). /사진=로이터

특히 세계적인 공격수로 성장한 이브라히모비치에게 있어 라이올라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라이올라와 10여년간 동행한 ‘고객’ 이브라히모비치는 유벤투스를 거쳐 인터밀란, AC밀란, 바르셀로나, 파리 생제르망(PSG), 맨유 등 유럽 최고의 명문들을 거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이브라모비치가 기록한 누적 이적료는 무려 1억3100만유로(약 1736억원)에 달한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에 따르면 라이올라는 본격적으로 커리어를 쌓아 올리려는 이브라히모비치를 두고 “최고의 선수, 또는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선수가 되고 싶다면 너의 자동차, 시계들을 팔아라. 그리고 매일 세차례 혹독하게 훈련해야 한다. 너의 기록이 그만큼 형편없기 때문이다”라며 성공을 위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의 조언을 새겨들은 이브라모비치는 지금도 자기관리가 철저한 선수 중 한명으로서 여러 리그에서 성공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지나칠만큼 영악하면서도 재능을 알아보는 뛰어난 안목과 세계 최고의 구단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협상력을 지닌 ‘슈퍼 에이전트’ 라이올라는 한 가지 중요한 철학을 가지고 있다. 바로 선수들과 끈끈한 친밀감을 형성하는 일이다.

영국 매체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내 선수들의 99%는 모두 친구”라고 밝힌 라이올라는 “나는 결코 포그바를 고객으로 보지 않는다. 감히 말하건데 그는 나의 가족이다”라며 소속 선수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또한 라이올라는 사무실을 식당처럼 꾸며 선수들에게 최대한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데 리흐트 영입전에서 최선의 결과를 낸 라이올라의 시선은 이제 포그바를 향하고 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포그바의 이적을 추진하고 있는 라이올라는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그리고 맨유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판짜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프리시즌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포그바는 정황상 잔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그러나 포그바의 ‘단짝’ 라이올라가 개입하고 있는 이상, 모두의 예상을 빗겨가는 결과가 이번에도 나올 수 있다. 
 

김현준 hjsoon@mt.co.kr

안녕하세요. 이슈팀 김현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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