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의 그래픽 저널] 금융소비자와 프랑스 대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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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에 아주 재미있는 금융정책의 사례를 미히르 데사이는 ‘금융의 모험’에서 소개하고 있다. 바로 전무후무한 아동 고령연금이다. 이 당시 영국과 프랑스는 7년 전쟁을 포함해 18세기 내내 전쟁을 치렀다. 이 때문에 프랑스는 항상 전쟁을 위한 경비 부족에 시달렸다.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을 계기로 정부 시스템을 개혁하며 조세수입으로 정부 지출을 조달한 반면 프랑스는 국민에게 연금보험을 팔아 재원을 조달했다.


사진=일러스트레이트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대혁명 부른 유동화증권

프랑스 정부는 연금보험을 중장년이 가입할 것이라는 추측하에 5세 아동이든 80세 노인이든 동일한 연금 수령액을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이 오판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렀다. 고령자 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연금 보험에 몰려들었던 것이다. 이때 금융가(家)가 등장한다. 스위스 금융가는 다섯살 소년들 명의로 연금을 구매한 후 이를 묶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사람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 최초의 유동화증권을 개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금융가는 시대를 불문하고 이런 틈새를 노린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날 즈음 연금이 주요 정부자금 조달원이었고 연금수령자가 대부분 15세 미만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른 과다한 연금 지급은 재정위기를 불렀고 다른 국채의 상환불가(디폴트) 상황이 되면서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는 원인이 된다.

스위스 금융가의 고금리차입 수단이었던 이 연금상품 중 1738년 발행된 것이 아직도 살아 있다고 소개한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아동 연금펀드 배후에 금융가들의 이른바 ‘역선택’ 문제가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18세기에 이미 현대의 자산유동화를 만든 금융가의 이윤을 쫓는 지혜에 주목한다.

◆바뀌는 금융소비자 보호안… 골자는

한편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부의 정책 내용이 눈에 띈다. 금융당국은 올 4월 ‘금융소비자 보호 종합방안’을 마련한 이후 본격 추진을 위해 ‘금융소비자보호 모범규준’을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의 플랫폼을 보면 이 모범규준은 2006년 9월 금융위기 직전에 제정됐다. 사실 금융위기는 금융소비자보호에 대한 금융회사의 인식의 단면과 도덕적 해이를 극명하게 보여줘 금융역사의 오점을 남긴 사건으로 세계 기구나 경제학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금융회사가 더이상 맹목적인 신뢰의 상아탑이 아니라는 경고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들의 경영 건전성을 개선한 것 외에 금융위기를 발발했던 이윤 추구와 모럴 해저드라는 동기가 개선됐는지 의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이번 개정의 주요 내용을 보면 금융회사의 금융소비자보호 역할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정책당국의 의지가 주류인 것으로 보인다. 2013년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금융소비자보호 총괄 책임자(CCO)를 선임하도록 한 후 금융소비자보호 총괄부서를 관할하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5년여 후인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점검해 보니 보직은 겸직하는 등 취지와 달리 제도 자체가 유야무야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필자도 2017년 12월 퇴직할 때까지 금융업계에서 CCO가 금융소비자보호 활동을 했었는지 기억나는 것이 없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그 CCO의 책임을 사장에게 지우는 것이 골자다. 이에 더해 잘하는 곳은 경영인증을 주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금융회사에서 30년 녹을 먹었지만 현재 금융소비자가 된 필자는 이번 정책이 금융산업과 금융소비자를 위해 좋은 결실을 맺기를 충심으로 바란다.

◆보호와 견제의 역설

도모노 노리오가 쓴 <행동경제학>에는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의 이기심에 관한 인상적인 소개가 있다. 잘 알려진 죄수들의 딜레마란 게임을 경제학 전공의 학생과 경제학 비전공 학생에게 실시한 결과 재있는 결과가 나왔다.

죄수들의 딜레마는 공범 관계의 A용의자와 B용의자가 동시에 묵비권을 행사하면 양쪽 모두에게 최저 형벌을 부여한다고 가정한 실험이다. 반면 A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는데 B용의자가 배신하면 A용의자에게는 가장 무거운 중벌을, B용의자는 무죄가 된다. 둘 다 배신하면 두 용의자는 모두 중간 형벌을 받게 된다. 이런 경우 경제학 전공자는 60%가 배신했고 경제학 비전공자는 40%가 배신했다.

아담 스미스가 주장하는 ‘이기적 인간’에 대한 교육효과가 신념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고 불합리하고 편향적인 인간의 속성이 현실 경쟁에 영항을 미친다는 것이 행동경제학의 주장이다. 경제학과 금융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니 어쩌면 금융위기와 금융회사의 이기적 행동은 자연스러울 수 있다.

사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한다는 시각은 금융회사는 가해자, 금융소비자는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런 관계를 이해상충의 관계라고 한다. 경영회사의 이익이 금융소비자로부터 나오니 과다하거나 부당한 경영활동에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에도 금융회사가 스스로 도덕적인 영리활동을 하고 충분히 도덕적이면 배지를 달아준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철인이 돼야할 것이다. 그들도 보통의 CEO처럼 회사를 위한 이기적 행동을 주주로부터 강요받는 합리적 인간일 뿐인데 말이다.

대부분 단기적인 경영목표로 평가받고 자리를 연명해야하는 CEO는 이러한 상충되는 시각과 조치에 괴로울 것임에 틀림없다. 결국 한 5년 후 또 다른 개정안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억지일까. 필자는 더이상 금융소비자가 ‘보호’받는 대상이 아니라 금융소비자가 금융회사를 ‘견제’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왕권과 귀족에 치우친 인권에 대한 전환점을 만든 역사적 계기였다. 금융산업에서도 관(官)과 금융회사 중심에서 소비자의 권익 중심으로 근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금융이 1789년 같은 시각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만나 금융당국도 보고서에서 걱정하는 금융소비자 불신이라는 뫼비우스 띠에서 나오기 바랄 뿐이다.


/사진=일러스트레이트 조수연 공정한금융투자연구소장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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