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리필 고깃집에서 “폭력”이라고 외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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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욕구충족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던 시대가 지나고 신념을 구매하는 ‘미닝아웃’ 소비시대가 왔다. 비윤리적인 기업을 보이콧하고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 제품을 적극 소비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머니S>는 다양한 형태의 미닝아웃 소비 사례와 이로 인해 울고 웃는 기업들을 살피는 한편 신념소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논쟁 등 이면을 들여다봤다. 또한 신념소비가 이뤄지는 매장을 방문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돈 아닌 신념소비, ‘미닝아웃’ 시대-③] 개인의 신념 vs 타인권리 침해

단순히 가격과 품질만을 따지는 게 아니라 자신의 취향이나 정치·사회적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미닝아웃 소비’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소비자마다 가치관이 다르기에 여러 의견이 오가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여론의 확산 속도가 빠른 만큼 여론에 휩쓸린 나머지 의도치 않은 피해자가 생겨나기도 한다. 지난 7월1일부터 일본제품 불매운동 열기가 고조되면서 일부 유통기업에 엉뚱한 ‘불똥’이 튀어 해명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소비자의 똑똑한 구매로 착한기업이 늘어나길 바라는 신념에서 시작된 미닝아웃을 두고 소비자 간에 의견이 갈리면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7월12일 ‘제2차 개식용 철폐 전국 대집회’에서 개식용을 반대하며 칠성 개시장을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미닝아웃’ 두고 찬반 엇갈려

매년 무더위가 시작되는 여름이 찾아오면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개고기 사먹지 말자’라는 피켓을 든 동물보호단체와 개고기 시식 행사를 벌이는 개식용 업자들의 모습이다.

지난 7월12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 모인 동물시민사회단체들이 개도살금지 공동집회에서 “동물 임의도살 금지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발의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동물 임의도살 금지법)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다.

반면 같은 날 동물단체의 집회가 열리는 바로 옆에서 개식용 업자들은 개고기 시식행사를 진행하며 맞불을 놨다. 대한육견협회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개고기는 1000만 국민이 식용하는 당당한 5대 축종이고 종사자만 7만명”이라면서 “축산법상 개는 가축이고 축산물”이라고 주장했다.

미닝아웃 소비는 개인의 소비를 넘어 타인에게도 신념과 가치관을 전달하는 문화로 바뀌는 추세다. 법률개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파급력 또한 커지고 있다. 다만 일부 소비자는 이런 소비문화에 불편함을 내색한다.

보신탕을 가끔씩 먹는다고 밝힌 오정민씨(29)는 “개를 키우고 잡는 방식이 야만적이고 비위생적이라는 부분을 언급하는 건 이해가 된다”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남에게 개식용을 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채식주의 성향의 한 여성이 고깃집에서 벌인 ‘방해시위’ 영상을 공개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물단체 활동가로 추정되는 이 여성은 자신의 트위터에 ‘방해시위 영상’을 게재했다.


개 사육 농민 단체인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지난 7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반대를 주장하며 개고기 시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그는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카메라에 비쳤다. 이어 무한리필 고깃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고 있는 손님들을 향해 “잠시 이야기를 들어 달라. 저를 잠시만 주목해 달라”며 “지금 여러분 테이블에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동물이다.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식당 직원들이 그를 잡아끌며 제지했으나 식당 곳곳을 활보하며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여성 경찰의 모습을 다룬 영화 <걸캅스>에 대한 ‘영혼 보내기’ 운동도 논란을 낳았다. ‘영혼 보내기’는 영화를 실제 보지 않고 좌석 예매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행위인데 ‘새로운 응원문화’라는 의견과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상충했다.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혹평을 받았다. 일부 영화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걸캅스>에 나오는 여성 경찰의 모습이 현실과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돼 일부 영화팬으로부터 ‘평점테러’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발하는 일부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걸캅스 영혼 보내기 운동이 일었다. 걸캅스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 영화에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일부 영화팬은 자신의 SNS를 통해 걸캅스 영혼 보내기 인증사진 등을 올리며 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다만 미닝아웃을 실현하기 위해 타인에게 불편을 끼치는 행위가 과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지 의문을 품는 소비자도 있다. 직장인 김건우씨(33)는 “영화 내용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관람하지도 않을 영화관표를 예매할 경우 타인에게 피해를 끼칠 것”이라면서 “영혼 보내기 운동으로 인해 좋은 좌석을 뺏기는 관람객도 있을 것이고 영화산업 생태계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잘못된 낙인… 엉뚱한 피해자

최근에는 일본정부의 경제 보복에 맞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사지 않겠습니다’라는 팻말을 든 소비자를 비롯해 구매를 포기하는 또 다른 의미의 미닝아웃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잘못된 정보로 형성된 미닝아웃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점이다. 쿠팡은 자사 홈페이지에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설명문을 올렸다. 쿠팡은 설명문을 통해 한국기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일부 소비자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의 소프트뱅크에서 자본을 유치한 쿠팡을 ‘일본 기업’이라고 지목한 것에 대한 해명이다.

쿠팡 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에서 운영한다”면서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우리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일본산 제품으로 지목한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를 생산·판매하는 한국코카콜라도 “조지아 커피와 토레타는 코카콜라 본사가 브랜드에 관한 모든 권리를 소유한 제품”이라며 일본산 제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 농심, 올리브영 등도 일본과 전혀 무관하지만 곳곳에서 잘못 언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류은혁 ehryu@mt.co.kr

머니S 류은혁 기자입니다. 이면의 핵심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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