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 우습게 봤지, 바보야! ‘미닝아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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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욕구충족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던 시대가 지나고 신념을 구매하는 ‘미닝아웃’ 소비시대가 왔다. 비윤리적인 기업을 보이콧하고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 제품을 적극 소비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머니S>는 다양한 형태의 미닝아웃 소비 사례와 이로 인해 울고 웃는 기업들을 살피는 한편 신념소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논쟁 등 이면을 들여다봤다. 또한 신념소비가 이뤄지는 매장을 방문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돈 아닌 신념소비, ‘미닝아웃’ 시대-①] 소비는 신념… "돈맛 보여주자"

소비의 형태가 달라진다. 개인의 만족을 목적으로 단순히 가격과 품질을 따져 물건을 구매하던 일차원적 소비에서 벗어나 정치적·사회적·윤리적 신념을 접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비자는 개인이 추구하는 신념과 맞는 제품이라면 조금 더 비싼 가격이라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반면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상충한다면 지갑을 닫는 것은 물론 적극적인 불매운동도 펼친다. 소비로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신념소비’의 시대가 열렸다.


◆사회로 번지는 미닝아웃 소비

“보이콧 재팬.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빠르게 확산 중인 일본 불매운동 구호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반발한 일본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비롯한 경제보복조치를 단행하자 뿔난 한국 소비자들은 일본산 제품 구매와 관광을 하지 않겠다며 적극적인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당초 일본정부와 일부 기업은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오래가지 못할 것”, “일본관광에는 별다른 피해가 없을 것”이라며 사태를 관망했다. 그러나 일본산 제품과 관광 수요가 줄어들면서 상황이 변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원들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브랜드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한국인의 발길이 끊긴 일본 중소도시는 피해를 호소하고 있으며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일본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한국 소비자에게 사과를 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정부의 낙관적인 예측과는 달리 한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이 같은 불매운동은 ‘미닝아웃’ 소비의 사례다. 미닝아웃이란 ‘자신의 취향과 신념(Meaning)을 커밍아웃(Coming Out·정체성 공개)한다’는 의미로 소비를 통해 신념을 외부에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활동을 말한다. 윤리적 기업의 제품소비를 촉진하거나 비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는 등의 활동이 미닝아웃 소비에 속한다.

정치와 사회적 구호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도 있다. 이번 일본 보이콧 운동이 있기 전에도 소비자들은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희움’이라는 브랜드 제품을 구매했다.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비용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데 사용된다. 또한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이 해당 제품을 공식석상에서 착용할 경우 제품이 갖는 의미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의 만행에 여론의 관심을 환기하는 효과도 낳는다.

여성 연예인들이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 ‘Girls can do anything’(여자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등 여성인권 구호가 새겨진 옷이나 가방을 구매해 착용하는 사례도 대표적인 미닝아웃 소비다. 사회적 화두인 페미니즘 관련 제품을 지속 노출함으로써 여성인권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시도다.


페미니즘 티셔츠를 입은 여성.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소비 과정에서 ‘아웃풋’ 고민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이 같은 소비 현상에 대해 “과거에는 소비의 성격이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 욕구를 충족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개인의 신념, 가치, 주장을 외부에 전달하는 게 중요해 졌다”며 “특히 이 같은 소비가 기업이나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면서 소비자들이 자신의 소비행위가 가져올 아웃풋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의 말처럼 미닝아웃 소비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비윤리적 기업은 철저히 외면을 받는 반면 윤리적으로 인식된 기업이나 브랜드는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최근 서울의 ‘진짜파스타’라는 가게는 결식아동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하는 선행을 펼쳤다.

이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자 ‘돈맛을 보여주자’는 네티즌들의 호응으로 가게 수요가 급증했고 결식아동 무료식사 제공에 동참하겠다는 가게도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여론을 살펴 ‘착한기업’이 되는 방안을 고민한다. 이를테면 하림, 풀무원 등 식품기업들은 동물권 보호에 대한 사회여론을 수렴해 동물복지 인증을 획득한 축산·유제품과 전문매장을 확대하고 있다.

동물복지 인증 제품은 동물의 배고픔, 불편함, 질병,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호적인 사육환경을 제공한 공정을 거쳐 나온 제품들을 말한다. 기존의 사육환경 대비 시설 등에 대한 투자비용이 높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제품가격도 높아지는 등의 부작용도 있지만 동물권 보호라는 신념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은 비싼 가격에도 지갑을 연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국민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축산물의 경우 가격이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1%가 구매하겠다고 응답했다. 또한 농장에서 키워지는 동물의 복지 향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재보다 향상돼야 한다’는 응답이 85.3%로 높았다.

미닝아웃 소비 추세는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이 이 같은 현상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 교수는 “SNS를 통한 정보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신념소비가 갖는 의미, 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폭넓게 공유하는 모습”이라며 “이에 동참하는 소비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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