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에 천장까지 치솟는 ‘애국테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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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욕구충족을 위해 제품을 구매하던 시대가 지나고 신념을 구매하는 ‘미닝아웃’ 소비시대가 왔다. 비윤리적인 기업을 보이콧하고 사회적 책임을 잘 이행하는 기업 제품을 적극 소비하는 모습은 이제 흔한 일상이다. <머니S>는 다양한 형태의 미닝아웃 소비 사례와 이로 인해 울고 웃는 기업들을 살피는 한편 신념소비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논쟁 등 이면을 들여다봤다. 또한 신념소비가 이뤄지는 매장을 방문해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돈 아닌 신념소비, ‘미닝아웃’ 시대-②] 미닝아웃에 울고 웃는 기업들

우리나라를 상대로 한 일본정부의 수출규제로 인해 한·일 무역갈등이 불거졌다. 본격적인 일본정부의 수출규제가 시작되자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서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급격히 확산됐다.

이번 불매운동은 일본기업 제품 대신 국내기업 제품을 소비하면서 일본정부 수출규제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일본산 불매운동은 자신의 신념을 소비행위로 표출한다는 점에서 소비트렌드 ‘미닝아웃’으로 볼 수 있다.


◆애국테마주 만든 미닝아웃

이번 일본산 불매 미닝아웃 명암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우선 일본 수출규제 수혜주로 ‘애국테마주’가 빠르게 떠올랐다. 애국테마주는 일본제품 선호도가 높았던 문구류, 주류, 의류 등에 대한 대체품을 생산하는 국내기업들로 분류됐다.

지난 7월1일 2590원에 불과했던 모나미의 주가는 일본 수출규제가 본격화된 4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23일 기준 4150원까지 올라 17거래일 만에 60.23%의 상승률을 보였다.

주류업체 하이트진로의 경우 같은 기간 8.37%, 지주회사 하이트진로홀딩스는 7.67%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하이트진로홀딩스가 종가기준 1만원선이 넘은 건 1년5개월 만이다. 우선주인 하이트진로홀딩스우는 50.71%가량 상승했으며 특히 애국테마주가 부각됐던 7월8~9일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만원선에 육박했다.

이외에도 ▲신성통산, 한세엠케이(패션) ▲삼천리자전거(자전거) ▲PN풍년, 부방(밥솥) ▲바이오제네틱스(콘돔) ▲삼익악기(악기) 등이 애국테마주로 주목받았다.

반면 롯데그룹주는 일본과 합작회사가 많다는 이유로 타격을 입었다. 같은 기간 롯데지주, 롯데쇼핑, 롯데칠성 등의 주가는 각각 -13.82%, -13.29%, -8.82% 하락했다.

롯데상사는 한국 합작법인 무지코리아의 지분 40%를 가졌고 롯데쇼핑은 유니클로의 한국법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 49%를 보유했다. 롯데캐논, 한국후지필름, 롯데JTB, 롯데미쓰이, 롯데엠시시 등도 일본과의 합작회사이며 국내 수입맥주 1위인 아사히는 롯데칠성과 아사히맥주가 절반씩 지분을 갖고 있다. 한 대형마트 매출분석 결과 올 상반기 매출 2위였던 아사히 맥주는 7월 6위까지 내려앉았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기업으로 지목된 기업은 이번 불매운동으로 인한 타격에서 한동안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기업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사회가치창출에 따른 기업이미지 제고를 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일본노선 비중이 높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여행사 주가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일본산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기업에 대한 실적개선 기대감이 반영됐다”며 “저비용항공사나 여행사들은 일본여행을 취소하는 고객이 늘어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인해 주가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뚜기 진라면. /사진=뉴시스 DB

◆미닝아웃, 도덕적 이슈에 민감

미닝아웃은 이번 일본산 불매운동뿐만 아니라 기업의 도덕적 이슈에 따라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해 2조2400억대 매출을 올린 중견기업 오뚜기는 여러 미담이 알려지면서 ‘갓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6년 함영준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받으며 1500억원대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하기로 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하림은 자산 10조원에 달하는 그룹을 증여세 100억원으로 사실상 장남에게 편법 승계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함 회장의 상속세 납부사실이 더욱 부각됐다.



또한 전체 직원 중 정규직 비율이 99%로 높은 점(2018년)과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을 20년 넘게 지원하는 점도 오뚜기의 착한기업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더불어 대표적인 서민식품인 라면 가격을 11년째 동결하며 라면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착한기업 이미지와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오뚜기의 라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하면서 외형성장을 이끌었다. 이에 2012년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이 10% 초반에 불과했던 오뚜기는 올 1분기 매출액 기준으로 28%까지 확대됐다.

반면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지탄하기 위한 미닝아웃 사례도 있다. 남양유업의 경우 2013년 ‘대리점 갑질사태’에 이어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31)의 마약투약, 곰팡이 주스, 녹슨 분유 등 구설이 잇따랐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당시 담당직원과 지점장에게 갑질사태의 책임을 물어 일단락 지으려했으며 지난 6월 황씨가 마약투약 혐의로 첫 공판을 받을 때 홍원식 회장은 “외조카의 일탈을 바로잡지 못했던 것이 후회스럽다”면서도 “황하나는 나의 친인척일 뿐 남양유업 경영이나 그 어떤 일에도 전혀 관계돼 있지 않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녹슨 분유 사건에 대해서도 남양유업 측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았다. 논란이 있을 때마다 적극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 않고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자 소비자의 미닝아웃은 경쟁사 제품에 대한 구매로 나타났다.


2013년 서울 종로구 남양유업 본사 앞 농성장에서 남양유업 제품이 버려지고 있다. /사진=뉴스1 DB

경쟁사인 매일유업 지난해 매출은 남양유업보다 약 2200억원 많은 1조3006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의 경우 매일유업 583억원, 남양유업 20억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의 미닝아웃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수 있다는 구시대적 경영방식이 초래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미닝아웃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것에 비교적 거리낌이 없어졌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확산으로 파급력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다만 미닝아웃을 표방한 여론몰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자 스스로 제대로 된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미영 서울대 트렌트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소비자가 착한 기업과 착한 소비문화를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게끔 미닝아웃 트렌드가 지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3호(2019년 7월30일~8월5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승우 hongkey86@mt.co.kr

머니S 증권팀 홍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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