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웅의 여행톡] 몽골 자전거여행, ‘귀빈’이 된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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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에서 만난 수수한 사람들
유목민 찾아볼 수 없는 오지 자전거여행
야생화 천국, 원시자연이 뿜은 청량감 ‘물씬’


몽골 대초원을 함께 달리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몽골 자전거여행, 도착일을 합하면 사흘 연속 비가 내렸다. 자전거여행 첫날인 지난 22(이하 현지시간)일에 이어 이틀차인 23일에도 폭우가 쏟아졌다. 물이 귀하다는 몽골, 사실은 자전거여행 출발 전 현지의 잇따른 강수 예보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24일 현재까지 비가 이어지고 있다.

비가 오면 이곳 몽골인들은 반가운 손님을 몰아오는 것이라 했다. 오죽 물이 귀했으면 그랬을까. 물은 사람과 가축, 풀과 나무 등 온갖 생명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법. 물 귀한 곳에서 이곳의 속설은 우리의 유사한 변명과는 다른 ‘실존’일 것이다. 가령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재수가 좋다고 북돋우는 위안거리와는 다른 차원이랄까.

몽골 대초원. 23일 오전 비가 그친 가운데 대초원의 공기가 맑다. /사진=박정웅 기자
드넓은 대초원 속 자전거 행렬. 마치 한장의 그림 엽서처럼 아름답다. /사진=박정웅 기자
어쨌든 사나흘 연속 비를 몰고 왔으니 케이벨로 자전거여행객들은 스스로 몽골의 귀빈이라 자처해도 괜찮겠다. ‘몽골의 귀빈’이 23일 그토록 바란 대초원의 맛을 봤다. 전날 테를지국립공원과 가까운 툴강 인근에서 1㎞도 채 못 달린 한을 푼 것. 오전 훈누캠프를 나선 이들은 울란바토르 동쪽 대초원을 품었다. 25㎞, 짧지 않은 거리였고 다시 비가 쏟아졌다.

탄성이 쏟아졌다. 탁 트인 대초원에서 자전거여행객들은 환호했다. 아득한 먼 곳까지 보이는 세상은 온통 초록색 천지와 그 가운데 ‘점’으로 박힌 자전거행렬은 평온한 분위기의 그립엽서를 방불케 했다. 시간이 더디 흐른, 아직은 원시의 기운이 푸르른 대초원이 전하는 청량함이야 이루 말 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유목민의 게르를 찾은 자전거여행객들이 가족들과 한자리에 섰다. /사진=박정웅 기자
자전거여행객 중 최희락씨가 유목민이 내준 말에 앉았다. 25년 전 첫 몽골여행에서 말을 탔다는 그의 승마실력은 몽골인도 놀라는 수준급이라고 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그곳의 사람들은 낯선 외국인을 반갑게 맞이했다. 대초원에서 만난 한 유목민 가족은 소와 야크, 말과 양을 친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어른들의 자전거여행을 응원했다. 게르 안방까지 내준 환대에 정말 ‘귀빈’이 된 듯했다. 이들은 차와 치즈, 과자 등 직접 만든 전통 유제품을 잔뜩 내놨다. 또 유목생활의 자동차 격인 말까지 내주는 등 서로 소중한 추억의 시간을 공유했다.

오후 1시쯤 됐을까. 먹구름이 몰려왔고 빗방울이 굵어졌다. 사륜구동의 러시아산 승합차에 다시 올랐다. 군용차량을 상용화한 것으로 훈누캠프가 자전거여행 등 아웃도어 액티비티용으로 튜닝을 한 것이다. 저돌적인 승합차가 내려준 곳은 테를지국립공원 인근의 하위르깅 다와다. 전날 못 달린 코스를 찾은 것. 운 좋게 앞선 오전 대초원에서 허벅지를 예열한 탓인지 빗속 자전거여행이 가뿐했다. 지형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산 승합차처럼 페달링은 거침이 없었다. 이들을 가로막는 강과 습지, 산은 원시의 아름다움이 가득한 눈에 담는 피사체일 뿐이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야생화가 핀 하위르깅 다와의 초원 습지대를 지나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거침 없이 강물을 건너는 자전거여행객들. /사진=박정웅 기자
하위르깅 다와는 몽골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통한다. 사실은 확인됐다. 2시간의 자전거여행 내내 가축 한 마리를 만나지 못한 것. 또 자전거에서 내려 대초원의 계곡을 빠져나오는 데만 차량으로 2시간가량 걸렸다. 물론 ‘탈출’(?) 과정에서 가축은 물론 하얀 지붕의 게르 한점도 보이질 않았다.

하기야 가축이 없으니 유목민이 있을 리가…. 그만큼 오지이기 때문에 자전거여행에는 현지 전문 가이드와 스텝이 동행해야 한다. 오지인 까닭에 또 쏟아지는 폭우에 눈에 덧낀 세상의 티끌이 말끔히 씻겨 내려간 기분이다. 인적이 전혀 없는 이곳은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청량함이 요샛말로 ‘끝판왕’ 격. 기암괴석과 야생화가 산길과 물길 따라 이어진 별천지다.

대초원의 언덕을 내려와 습지대로 향하는 자전거여행객들. 야생화가 지천이다. /사진=박정웅 기자
몽골 대초원은 밤에 화려하게 핀다. 문명의 불빛 한점 없는 원시의 암흑 캔버스에 오랜 시간을 달려온 태고의 별들이 촘촘히 박히는 것. 특히 오지인 하위르깅 다와의 별 체험은 유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정 캠핑장에서 몽골 여행의 대표 이미지 한컷을 장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유성우까지 쏟아지는 날이면 오죽할까. 여행은 또 다시 찾아올 여지를 남긴다고 했다. 이번 귀빈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몽골=박정웅 parkjo@mt.co.kr

여행, 레저스포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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