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 먹지 않고도 배부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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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광장. /사진=머니S DB


에너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이미 친숙한 일상용어다. 들판에 부는 바람 속 기체 분자들의 운동에너지 일부는 풍력발전기 날개의 회전 운동에너지로 바뀌고 그 일부가 다시 발전기 코일에 유도 전류를 만들어 전기에너지가 된다.

발전소에서 송전선을 통해 우리집으로 보내지면 다시 선풍기의 회전 운동에너지가 되고 일부가 변환돼 송골송골 땀 맺힌 내 얼굴에 바람으로 전달된다.

선풍기 바람의 운동에너지는 땀방울이 기체인 수증기로 기화하는 것을 도와 그 과정에 필요한 열을 주변에서 흡수한다. 물의 기화열은 아주 커서 얼굴의 온도를 순식간에 내린다.

“아 시원하다.” 먼 들판의 바람이 공간을 가로질러 우리집 안방의 시원한 선풍기 바람이 된 셈이다.

들판 바람이 선풍기 바람으로 바뀌는 전체 과정에서 다른 형태로 손실되는 에너지가 많다. 하지만 모두를 더하면 총합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는 열역학 제일법칙인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간혹 적은 에너지를 투입해서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이 말도 안 되는 장치가 언론에 소개된 적도 있다.

하지만 에너지 보존에 위배되는 무언가를 만들었다면 무조건 거짓이라고 생각하시라. 에너지 보존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에너지 보존은 물리학을 떠받치는 가장 튼튼한 기둥 중 하나다. 다른 부분과 아귀가 딱 맞는 꼴로 물리학 전체를 구성하고 있어 다른 내용은 유지하면서 에너지 보존 법칙만을 물리학이라는 건축물에서 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리학 계산을 하다보면 에너지가 늘어나는 답을 실수로 얻을 때가 있다. 이를테면 스프링에 매달린 물체의 문제를 풀 때 부호를 한번 실수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진폭이 점점 커져 에너지가 증가하는 꼴의 답을 얻는다. 개미 발톱만큼 적은 에너지를 넣어서 개미의 발톱 때만큼 늘어난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면 이 과정을 여러번 반복해 에너지의 산출량을 기하급수적으로 크게 늘릴 수 있다.

“만세!” 스프링 하나 만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된다.

계산이 맞거나 틀리거나 가능성은 둘 중 하나다. 첫째, 계산에 실수가 없다. 열역학 제일법칙의 반례를 발견했으니 이번 노벨상은 내 것이다. 둘째, 계산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둘 중 어느 것의 가능성이 더 높을지는 누가 봐도 자명하다.

계산하다 에너지가 늘어나 인류의 에너지 문제가 해결되는 수식이 얻어지면 어디선가 계산 실수가 있었다는 뜻일 뿐이다. 거시적인 세상에서 에너지 보존에 위배되는 현상은 단 한번도 관찰되지 않았다. 인류의 에너지 문제는 지금 이 순간 수많은 물리학도의 계산 실수로 끊임없이 해결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다.

먹지 않고 배부를 수는 없다. 작은 에너지로 더 큰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영구기관을 발명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무시하시라. 명백한 거짓이며 사기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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