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e스포츠 20년, 스크린 뚫고나와 ‘무한증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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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PNC에서 팀코리아 선수들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제공=펍지주식회사


스타크래프트로 시작한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주요 산업으로 우뚝 솟았다. e스포츠 후발주자로 뛰어든 중국과 미국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성장을 거듭한 사이 우리는 규제와 부정적인 대중적 시선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만 600억원이 넘고 시장규모가 1000억원에 가까운 국내 e스포츠산업은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머니S>는 한국 e스포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개선책과 대안을 살펴봤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이끄는 김영만 회장을 만나 산업적인 고민을 청취하는 한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지인 ‘LoL파크’에 방문해 생생한 대회 현장을 취재했다.<편집자주>

[한국 e스포츠 어디로 가나-①] 올림픽 정식종목 도전장


2000년대 초반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는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팬들의 성지였다. 20여년이 지난 지금 그리핀, SK텔레콤 T1, 젠지 등 ‘리그 오브 레전드’(LoL) 팀들을 팬들이 응원하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페이커’(이상혁) 만큼 인기 있는 선수들을 목 놓아 응원하고 굿즈를 구매하며 즐거워하는 e스포츠 문화 역시 그때와 같다.

달라진 게 있다면 모바일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e스포츠 대회가 생겼고 현장에 가지 못한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챙겨보는 새로운 문화에 익숙해진 점이다. 온라인네트워크, 중계플랫폼, 선수, 중계진을 갖춘다면 어떤 게임이든 대회로 만들 수 있는 확장성 덕분에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높은 잠재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플랫폼·장르 한계 넘었다

온라인게임의 전유물이던 e스포츠가 모바일로 보폭을 옮기고 있다. LoL이 스타크래프트에 이어 제2의 e스포츠 전성기를 열었다면 최근에는 모바일 중심의 3세대 문화가 형성되는 모습이다. 확장성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또 한번 진화할 태세를 갖춘 것.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 천공의 아레나’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e스포츠 ‘서머너즈 워 월드 아레나 챔피언십’(SWC)은 이런 확장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머너즈 워를 서비스하는 글로벌지역에서 예선전을 갖고 여기서 올라온 최강자들이 월드결선을 치르며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SWC 외에도 클래시로얄, 펜타스톰, 하스스톤, 킹 오브 파이터, 히트 토너먼트 등 다양한 모바일 e스포츠가 열려 유저들의 지지를 받았다.

규모가 커진 e스포츠는 모바일콘텐츠와 만나면서 성장동력이 한층 강화되고 있다. 모바일 e스포츠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인프라의 확충과 플랫폼 대중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2019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시즌 2 플레이오프 무대가 세팅된 성남 실내체육관. /사진제공=블리자드


일례로 달라진 e스포츠 대회의 환경을 들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e스포츠 전용경기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서울OGNe스타디움, 넥슨 아레나, 프릭업 스튜디오, LoL파크, 액토즈아레나 등 다양한 경기장이 들어섰다. 주말에 대관이 가능한 대학교 대강당도 e스포츠팬들을 수용하며 공간의 한계를 뛰어 넘었다. 이런 모습은 서울뿐 아니라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대전은 제11회 대통령배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전국 결선을 치르는 등 관련 인프라를 조성 중이며 광주광역시의 경우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 1000석 이상 규모의 주경기장을 포함한 상설경기장을 구축해 내년 5월에 오픈한다. 대구는 체험 위주의 가족지향적 축제 ‘e-fun’을 18년째 진행 중이며 경기도 성남과 부산은 각각 ‘성남 게임월드 페스티벌’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를 유치해 e스포츠 열기를 고조시켰다.

수십대의 카메라, 대화면 전광판, 온라인 동시송출 등 한층 진보된 기술력과 장비를 통해 콘텐츠에 구애받던 폐쇄성을 스스로 돌파했다. 유튜브, 트위치, 네이버스포츠, SPOTV, OGN 등 방송플랫폼도 대중화되면서 ‘보는 게임’ 인구를 무한대로 증식시켰다.

e스포츠 영역이 확대되면서 국내시장 규모도 성장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산업규모는 2017년 기준 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게임전문 시장조사기관 뉴주는 “전체 글로벌 e스포츠시장의 13.1%를 차지하는 규모”라고 분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카트라이더와 서머너즈 워 e스포츠를 보면 장르나 플랫폼 진입장벽이 허물어졌다고 느낀다”며 “인프라가 가장 완성된 시기인 만큼 e스포츠로 기획할 수 있는 콘텐츠 마련이 게임사들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2019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우승을 차지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는 LCK 선수들. /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게임-스포츠 갈림길, 현재진행형

e스포츠는 2000년대 초반 태동기부터 ‘게임’과 ‘스포츠’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스타크래프트 중심의 국내 e스포츠는 임요환, 이윤열, 홍진호, 박정석, 김동수, 강도경, 강민, 박용욱, 조용호, 최연성 등 수많은 프로선수를 배출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게임의 서브컬처’ 정도로만 인식됐다. 게임이 기반이다 보니 ‘스포츠’로의 의미가 퇴색된 탓이다.

1997년 설립된 한국e스포츠협회는 이런 대중적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국프로게임협회로 발족했던 협회는 2003년 지금의 이름으로 명칭을 공식화한 이후 프로게이머 등록 및 관리, 공인 종목 선정, 인프라 구축, 국가대표 선수단 조직 및 파견, 게임방송 콘텐츠사업 등 다양한 시스템을 보완·발전시켰다.

이를 통해 e스포츠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앞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편입될 가능성을 높였다. 협회는 지난달 24일 대한체육회 이사회의 승인심사를 통과해 인정단체 자격도 부여받았다. 이는 대한체육회가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인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e스포츠를 보는 대중적 인식은 미온적이다. 연세대학교가 e스포츠 전공을 신설하고 전국에 다양한 학원이 운영되는 등 대중화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육체적 활동성 때문에 타 종목과 비교대상에 오르는 실정이다.

e스포츠 관계자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이후 e스포츠를 정식 스포츠로 봐야 한다는 대중적 인식이 확산됐지만 게임의 일부라는 주장도 팽팽히 맞선다”며 “e스포츠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은 상황에서 필요한 기폭제는 대중의 인식 전환이다.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 전까지 더 많은 활동과 세계무대에서의 성과를 통해 e스포츠도 스포츠라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10호(2019년 9월17~23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채성오 cso86@mt.co.kr  |  facebook

머니S 채성오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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