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LoL의 영원한 성지 ‘롤파크’는 열광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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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파크에서 1경기 종료 후 쉬고 있는 관객들. /사진=심혁주 기자
스타크래프트로 시작한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글로벌시장의 주요 산업으로 우뚝 솟았다. e스포츠 후발주자로 뛰어든 중국과 미국이 인프라와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하며 성장을 거듭한 사이 우리는 규제와 부정적인 대중적 시선에 갇혀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만 600억원이 넘고 시장규모가 1000억원에 가까운 국내 e스포츠산업은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 속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머니S>는 한국 e스포츠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개선책과 대안을 살펴봤다. 한국e스포츠협회를 이끄는 김영만 회장을 만나 산업적인 고민을 청취하는 한편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지인 ‘LoL파크’에 방문해 생생한 대회 현장을 취재했다.<편집자주>

[한국 e스포츠 어디로 가나- ②] 경배하라! e스포츠의 영웅들 

“KT-그리핀 경기 시작합니다. 입장해주세요.”

장마를 앞둔 지난 7월26일 우중충한 날씨에도 e스포츠팬 수백명이 서울 종로에 집결했다. e스포츠팬, 그중에서도 리그오브레전드(LOL·롤)팬이라면 한번쯤은 꿈꾸는 장소가 있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가 열리는 날이면 롤파크는 경기 시작 전부터 북적인다. 롤파크는 롤 제작사인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설계한 경기장으로 일반 스포츠로 치면 야구장, 축구장 같은 개념이다.

이날은 LCK 서머 스플릿 7주차 둘째날로 KT-그리핀, SK텔레콤-젠지 경기가 열렸다. 순위싸움이 어느 시즌보다 치열한 가운데 상위권 팀이 출전하면서 많은 팬이 몰렸다. 롤파크 관계자는 “인기 있는 팀들이라 두 경기 모두 매진됐다. 서머 시즌 6~7번째 매진”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준비 중인 선수들. /사진=심혁주 기자

◆경기 있는 날은 대기 필수

오후 4시 롤파크에 들어서니 라이엇PC방이 가장 먼저 보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 이곳은 101석의 넓은 공간에도 빈자리 하나 없이 직장인, 학생으로 빼곡히 차 있었다. 대학생 이모씨(26·남)는 “굳이 경기를 보러오지 않더라도 이곳에 온다”며 “컴퓨터 사양이나 키보드, 마우스, 의자 등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컴퓨터 본체, 키보드에서 나오는 화려한 빛이 눈을 사로잡았다. ‘컴알못’(컴퓨터 잘 모르는 사람)인 기자가 봐도 게임을 하기 최적화된 장소로 보였다.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카운터로 갔지만 ‘웨이팅 태블릿PC’가 앞을 막았다. 화면에는 ‘대기 11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PC방 관계자는 “평소에도 손님이 많지만 경기가 있는 날이면 예약을 걸어 놓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PC방을 나오자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많은 팬이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와 경기를 보러왔다는 강모씨(22·여)는 미리 예약한 티켓을 무인기계에서 뽑고 있었다. 강씨는 “게임하는 걸 즐기는데 보는 것도 좋아한다”며 “오늘은 좋아하는 팀인 그리핀 경기가 있어서 보러왔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경기는 하루에 두번 열린다. 한 경기에서 두 팀이 맞붙는데 3판2선승제로 승자를 가린다. 게임시간은 한 경기당 20~40분이 걸리지만 준비시간을 포함하면 최대 3시간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티켓 가격은 경기시간을 감안하면 국내 프로야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롤파크 관계자는 롤파크 티켓 가격은 주중 9000원, 주말 및 공휴일은 1만1000원이라고 설명했다. 패키지로 두 경기 티켓을 함께 구매할 경우 주중 1만4000원, 주말 1만7000원으로 20% 할인이 적용된다.

롤파크. /사진=심혁주 기자

◆남녀노소 구분 없는 e스포츠

롤파크에는 강씨와 같은 여성팬이 많았다. 남성팬이 대부분일 것이라 생각했던 기자의 예상과 달랐다. 경기장 내에도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비슷해 보일 정도였다.

롤을 포함한 e스포츠의 주 시청자는 20~30대 남성에서 점차 여성과 전 연령대로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기관 뉴주에 따르면 e스포츠 시청자 집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팬층은 21~35세 남성(27%)이다. 하지만 남녀 전체로 봤을 때 여성이 39%를 차지하는 등 e스포츠는 남녀불문으로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잡았다.

PC방 이외에도 즐길거리가 많았다. 경기를 보지 않는 팬도 선수들의 사인과 유니폼이 전시된 박물관, 롤 관련 굿즈(캐릭터 상품)를 살 수 있는 매장 등을 구경하고 있었다. 롤 캐릭터 전시관을 구경하고 있던 김모씨(24·남)는 “평소 롤을 즐겨 하는데 롤파크는 처음”이라며 “주변에 약속이 있어 왔다가 들렀는데 다음에는 경기를 보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참을 둘러보고 나서야 롤파크를 떠났다.

오후 4시30분, 경기 시작 전 잠시 경기장을 살펴봤다. LCK아레나(경기장)에 들어서니 다른 세상에 온 듯 했다. 특히 무대 중앙에 달린 대형화면은 어느 좌석에 앉아도 불편함 없이 볼 수 있도록 설치돼 있었다. 원형형태의 경기장은 UFC 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객석의 시야 각도를 넓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설계됐다. 또 뒤로 갈수록 좌석을 높게 배치해 시야 확보를 원활하게 했다.

경기 시작 전 KT-그리핀 선수들은 연습에 한창이었다. 미리 키보드, 마우스 등 장비를 세팅하고 경기에 앞서 손을 풀고 있었다. 한 팀은 적극적으로 마이크를 체크하는 반면 다른 팀은 침착하게 게임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롤파크 선수 유니폼 전시장. /사진=심혁주 기자

◆e스포츠는 2030세대의 문화

오후 4시50분, 1경기 시작 10분 전. 롤파크를 돌아다니던 팬들이 하나둘씩 경기장에 들어섰다. 각자의 손에는 좋아하는 팀 응원피켓이 들려 있었다. 다른 대중스포츠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라이엇 측은 관중석 좌석은 유명 축구팀 홈구장 좌석을 제작한 회사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좌석에는 USB충전 포트도 설치돼 팬들이 보다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야구의 ‘더그아웃’과 비슷한 코치 박스도 눈에 띄었다. 경기가 시작되면 각 팀 코치들은 경기를 보고 선수들이 헤드셋으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전략을 구상한다. 세트가 끝날 때 마다 코치는 작전을 지시한다.

이날 경기는 밤 9시가 넘어서야 모두 마무리됐다. 1경기는 그리핀, 2경기는 SKT의 승리로 끝났다. 응원하는 팀의 승패와 무관하게 선수들의 화려한 경기를 즐긴 팬들은 들떠보였다. 직장인 하모씨(32·남)는 “우리 세대에서 e스포츠는 하나의 문화다.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롤이라는 게임이 다시 한번 e스포츠의 부흥을 일으키는 거 같아 좋다”며 롤파크를 빠져나갔다.

야구나 농구, 축구와 같은 대중스포츠는 직접 하지 않아도 응원하는 팀과 선수가 생기고 시간을 내 챙겨본다. 게임을 직접 하지 않아도 관람하는 팬들이 꾸준하다는 것은 e스포츠가 대중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평일 오후부터 롤파크에 운집한 수백명의 모습은 e스포츠도 하나의 스포츠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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