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곳 점점 많아지는데… ‘세금 4680억’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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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세법개정안이 경제를 활성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 많다. 정부가 ‘민간투자 촉진세제 3종 세트’를 내놨지만 조세감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고소득층을 겨냥한 핀셋증세도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복지정책에 투입하는 예산은 늘어나는 데 반해 거둬들이는 세금이 줄어 국가재정의 밑동이 흔들릴 것이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머니S>는 세금정책으로 경제 활력을 가져오려 하는 ‘2019 세법개정안’의 후폭풍을 진단했다.<편집자주>


[조삼모사 조세정책, 재정 ‘빨간불’-하] 도돌이표 정책, 재정 악화 우려

증세를 외치던 정부가 감세카드를 꺼냈다. 금융위기 이후 ‘부자감세’를 시행한지 11년 만이다. 기획재정부는 ‘2019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국세기본법과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등 총 16개 법률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기업의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율이 올라가고 투자세액공제 적용대상이 확대된다. 반면 연봉 3억6250만원 이상 고소득자는 근로소득공제 한도(2000만원)를 설정하고 임원의 퇴직소득 한도를 줄인다. 그 결과 5년간 4680억원의 세금이 감소할 전망이다.


◆텅텅 빈 나라곳간, 쓸 돈 더 많아

달라진 세법정책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늘어난 복지예산을 충당할 세금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정부의 대표적인 복지·재정 사업은 ▲올해 기초연금 월 30만원으로 인상 ▲내년 최저임금 1만원 이상에 따른 정부보조 ▲누리과정 전액 지원 ▲아동수당 월 10만원 지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다.

앞으로 10년간 기초연금에 195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문제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정책에도 2027년까지 14조4000억원이 들어간다.

씀씀이가 늘어난 정부의 2018~2022년 재정지출증가율(7.3%)은 재정수입증가율(5.2%)보다 2.1%포인트 높다. 국민이 내는 세금보다 복지에 투입되는 돈의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내년도 세법개정으로 국가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재정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건전한 것으로 평가됐지만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것)의 적자 폭이 확대돼 재정상태에 적신호가 켜졌다.

불균형한 복지정책이 지속되면 국가부채가 늘어 미래세대에게 세금부담을 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지난해 1600조원을 넘어섰다.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680조7000억원으로 국민 1인당으로 계산하면 1319만원이 빚이다. 정부의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0조6000억원이 적자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지난해부터 세계경제 하강으로 우리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충분한 규모로 재정을 확장하고 내수 진작효과가 크고 생산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대통령에게 경제정책 등을 조언하는 헌법상 기구다. 그는 부분적 증세와 함께 재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지출구조 개선을 강조한다.

이 부의장은 “일본은 1991년 버블붕괴 후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쳤지만 경기부양과 성장능력 제고에 실패하고 적자만 확대됐다”며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중·장기적 증세방안을 마련한 후 재정정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퓰리즘으로 누더기 된 세제


조세정책은 정부의 경제정책 가늠자 역할을 한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부터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므로 선진국은 굵직한 세법개정 과제를 여론의 수렴과정을 거쳐 결정한다.

우리나라 세법개정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여러번 수정을 반복, 땜질식 개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세 전문가들은 역대 정부가 포퓰리즘에 매달려 원칙을 무시한 조세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계추를 15년 전으로 돌려보자. 2004년 노무현 정부는 ‘국가비전2030’을 내놓으며 복지 지출확대를 위한 증세정책을 펼쳤다.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고 상속·증여세 강화를 위한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조세부담률이 대폭 올랐다. 그 결과 서울 강남·송파지역의 아파트 수익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전국 아파트 값은 0.29%, 서울은 0.62% 오르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침체를 불러 왔다며 여당과 야당이 공격을 퍼부었기 때문이다. 결국 6개월 만에 종부세 과세대상은 당초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완화됐고 가구별 합산에서 개인별 합산으로 바꿔 세금부담을 줄였다.

고삐가 풀린 부동산시장은 1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부랴부랴 8·31 대책을 발표하고 종부세를 제자리로 돌려놨지만 효과는 3개월도 가지 못했다. 지난해 세법개정안에 포함됐던 부동산세제 개편과 근로소득장려세제(EITC) 확대 역시 문재인정부의 집값 잡기와 소득주도성장 부작용 해소를 위한 응급조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정부가 단기적인 관점에서 조세정책을 자주 바꿔 혼란을 주고 있다”며 “세법개정은 담당 공무원이나 국회의원이 아닌 납세자의 입장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권교체 후 성급하게 조세기조를 바꾼다는 지적도 나온다. 표심으로 이어지는 민심을 사는 데 세금만한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명박 정부는 금융위기 여파로 세수가 감소했지만 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을 동시에 인하했다. ‘부자감세’란 비판도 잠시 인기 있는 정책으로 통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2013년 정권 첫해부터 조세부담률을 끌어올렸다. 소득세율 최고구간을 조정하고 담뱃세를 올려 조세부담률은 3년 만에 17.9%에서 19.4%까지 1.5%포인트 치솟았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포용국가를 선언하며 조세 상승기조를 유지했다. 임기를 절반 돈 지금은 지지율 하락에 내년 총선까지 겹쳐 ‘한시적 감세정책’으로 전환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1년 동안 고민한 세법개정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라며 “제정 운용에 대한 고민보다 내년 총선과 당면한 경기의 어려움을 모면하려는 세제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복지가 많이 발전하면서 국민들도 세금에 대한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며 “포퓰리즘에 그친 정책이 아닌 세금과 복지가 재분배되는 조세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남의 namy85@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금융팀 이남의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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