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취업 비리 닫고 '공평 채용'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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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하반기 채용시즌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린다. 기업도 ‘인재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기존의 신변잡기식 면접문화가 사라지고 ‘블라인드 면접’ 같은 유연해진 문화가 뿌리내리는 중이다. <머니S>는 하반기 주요 기업의 채용일정과 트렌드, 달라진 문화를 들여다봤다. 또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대비해야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지 짚어봤다. <편집자주>

[미래 경제전쟁, ‘사람이 먼저다’-②] 취업시장에 부는 새바람

취업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9년 상반기 노동시장의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업률은 4.3%로 증가세가 지속됐다. 또한 혈연, 지연, 학연 등을 앞세운 채용비리 사건까지 불거지며 취업준비생(취준생)을 좌절시켰다.

정치철학자 존 롤즈는 1970년대 후반 <정의론>을 통해 모든 사람이 직위나 직책에 대한 ‘공정한 기회의 균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론>이 나온 지 43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공정한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법이 시행되는 등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취업시장 새바람 ‘블라인드 채용’

최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딸의 KT 채용비리 의혹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 의원은 딸의 채용절차상 특혜가 부여된 부분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부정청탁을 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김 의원이 서유열 전 KT 홈고객서비스부문 사장에게 딸의 계약직 지원서를 직접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탁여부와 재판 결과를 떠나 이번 의혹으로 부조리한 우리나라 취업시장의 민낯이 드러났다. 채용비리 논란 속에 정부는 불평등을 방지하고 직무중심의 공정한 채용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지난달 17일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법제화시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블라인드 채용법은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신체적 조건(키나 체중)이나 출신지역, 혼인여부, 재산과 직계존비속, 형제자매의 학력·직업·재산을 기초심사자료에 기재를 요구할 수 없도록 한 법안이다. 이를 위반한 기업에는 위반 횟수에 따라 300만~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많은 기업이 법안 시행을 앞두고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선택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따르면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62개사 중 63.7%가 올 상반기에 이미 블라인드 채용 전형을 도입했다. 이 중 서류와 면접 모두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한 곳은 46.2%에 달했다.

특히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출신지나 학교, 신체조건 등을 묻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에 적극적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입사지원서에 사진, 가족관계, 신체사항 등의 불필요한 입력란을 없앴고 롯데그룹은 ‘SPEC(스펙)태클 전형’을 통해 인력수요가 있는 직무에 대해 블라인드 전형으로 신입·인턴사원을 뽑았다.

CJ는 ‘리스펙트(Respect) 전형’으로 출신학교, 학점, 영어점수 등을 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도록 했다. SK그룹 계열사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 C&C 등도 서류와 면접단계에서 블라인드 전형을 적용하고 인턴기간 동안 지원자 역량을 평가해 최종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을 실시했다.

◆인사담당자·취준생, 보완 필요 공감

다만 블라인드 채용법 시행에 따른 취준생과 기업 간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 인사담당자는 블라인드 채용방식을 두고 제한적인 지원자 정보에 대한 고충을 토로한다. 필기시험을 실시하는 곳의 경우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으면 본인 확인도 힘들다는 입장이다. 취준생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면접 담당관들이 우회적인 방법으로 출신학교 등을 알아낼 수 있고 대외활동 중요도가 높아져 오히려 취업준비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늘어났다는 얘기가 나온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과제를 내주는 기업이 늘면서 기업별 맞춤형으로 컨설턴트 해주는 곳도 생겨났다. 지난해부터 취업을 준비하던 박모씨(33)는 “취업카페 사이트를 살펴보던 중 기업별 과제를 대신 수행해준다는 글을 봤다”며 “한 대기업 계열사 블라인드 전형에 포함된 과제였는데 ‘대리과제 덕분에 면접준비에 집중할 수 있어 최종 합격했다’는 후기도 적혀있었다”고 말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가져온 불편한 사례 중 하나다.

블라인드 채용 자체에 회의적이라는 취준생 안모씨(25)는 “이제 막 졸업했거나 졸업을 앞둔 지원자한테 직무 전문성부터 기대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블라인드 채용도 좋지만 기업과 면접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라인드 채용’ 역행하는 기업들

업종의 특성으로 블라인드 채용법 시행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기업들도 있다. 특히 중소형증권·자산운용사는 관련 대책이 전무해 블라인드 채용법 위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중소형증권사는 통상 경력직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고 채용 후 현장에 바로 투입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제한적인 정보뿐인 블라인드 채용에 부담을 느낀다는 의견이다.

중소형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지주 계열의 대형증권사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추세지만 중소형사의 경우에는 부담을 느껴 하반기 공개채용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는 공감하지만 거의 모든 증권사가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많은 증권사가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 적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은 지원서를 수집하는 인재데이터베이스(DB)에 인적사항을 적거나 추천인 항목을 기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DB는 회사가 지원자 정보를 취합해 필요인원이 생길 경우 활용할 수 있는데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어 블라인드 채용법의 허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공정채용기관과 관계자는 “블라인드 채용법은 채용공고가 나간 시점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사전에 취합하는 인재DB는 규제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추천인 항목 역시 채용법상 따로 규제하지 않지만 청탁이나 강요에 의한 채용비리를 방지하자는 취지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법 시행 후 일부 건설사의 인재DB를 살펴보면 동부건설은 가족사항란에 성명·생년월일·동거여부·학력·직업 등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했다. 태영건설은 지원자의 ▲시력 ▲혈액형 ▲가족관계를, 대방건설은 ▲혈액형 ▲흡연 여부 등 직무와 상관없는 사항을 넣었다. 요진건설산업은 주소와 함께 출신지를 밝히도록 했으며 대림건설은 지원사항에 추천인과 학력사항을 써넣도록 했다. 서울제약, 경남제약, 테라젠이텍스 등 대다수의 제약사도 지원서에 추천인 부서, 직위, 성명, 관계 등을 적도록 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4호(2019년 8월6~1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홍승우 hongkey86@mt.co.kr

머니S 증권팀 홍승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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