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잡담 권하는 회사, 기념일 4시 퇴근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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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품격’이란 무엇일까. 높은 연봉을 받으면서 만족스런 사내복지를 누리고 성과에 따른 수당을 충실히 받는 사회생활을 의미하지 않을까. ‘꼰대’ 없는 조직문화는 기본이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져야 한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최소한의 사각지대는 해소돼야 하지 않을까. 이에 <머니S>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과 손잡고 창간 12주년 기획으로 ‘좋은 직장’의 요건에 대해 알아봤다. 퇴사의 주 이유가 무엇인지, 기업들은 어떤 노력을 있는지 살펴보고 전문가로부터 ‘일터의 품격’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일터의 품격-] '일하기 좋은 기업' 가보니


매년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되는 회사가 있다. 연봉을 많이 주는 회사도 아니고 야근이 없는 회사도 아니다. 심지어 구성원들은 다른 기업보다 더 치열하게 일해야 하고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한다. 그럼에도 일하기가 좋단다. 바로 배달앱 개발·운영업체 ‘우아한형제들’ 이야기다.

우아한형제들은 2011년 설립된 신생기업이다. 10명이 채 안되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넘겼으며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유니콘기업’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다. 언제부터인가 ‘일하기 좋다’, ‘복지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우아한형제들의 채용에는 지원자가 물밀듯이 몰려온다. 구성원은 매달 증가해 현재 1200명에 달하며 평균연령은 32세로 상당히 젊은 기업이다.

얼마나 일하기 좋길래 우아한형제들에 입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을 설까. 기자가 우아한형제들을 방문해 회사를 둘러보고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승혜 파트너지원파트장(왼쪽), 하인호 지원부문 인사팀 선임. /사진=장동규 기자

◆트렌디한 환경에 업무의욕 ‘쑥쑥’

‘이번 고비가 지나면 다음 고비가 온다’, ‘넌 내게 목욕감을 줬어’,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위트 있는 광고문구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이 내려다보이는 장은빌딩에 있다. 지하철역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총 19층으로 이뤄진 건물에서 2~18층을 사용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7년 4월 이곳에 자리잡았다.

각 층마다 올림픽 종목 콘셉트로 구성된 독특한 인테리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새로운 영감을 떠오르게 한다. 각 회의실은 올림픽에서 선보인 혁신적인 기술의 이름으로 통일해 발상의 전환을 유도한다. 면접을 진행하는 곳은 ‘선수대기실’이라 불리는데 이 건물 17층에 있어 면접을 기다리는 이들의 긴장을 풀어준다.

선수대기실의 바로 위엔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카페테리아가 있다. 18층에 들어서면 향긋한 커피향이 코를 자극하고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업무시간인데도 서울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낯설다. 그 사이로 우아한형제들의 대표 서비스 ‘배달의민족’ 초기 광고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회사 관계자는 “실제 벽에 붙였던 사업 초기 포스터를 보면서 직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이곳에 걸어뒀다”고 설명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사옥을 둘러볼 때는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사옥을 소개해준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우아한형제들에서는 잡담을 권장하는 편인데 회사가 너무 조용하면 눈치가 보여 잡담을 나눌 수 없다”며 “때문에 사옥 전체에 작은 소리로 음악이 새어 나온다”고 말했다.

이밖에 언제 어디서나 일을 할 수 있도록 전원콘센트가 수도 없이 비치돼 있고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나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도 특징이다. 형형색색의 컬러를 기본으로 육상트랙, 잔디구장 등 올림픽 스포츠 종목을 연상케 하는 것부터 다락방, 주방, 베란다 같은 일상생활을 떠오르게 만드는 곳까지 다양했다.

직원들을 위한 편의시설도 다양했다. 18층 카페테리아에는 직원들이 1000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과 20% 할인받을 수 있는 편의점이 갖춰졌다. 또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전화할 수 있는 전화부스는 물론 여성휴게실, 창밖을 바라보면서 편한 자세로 업무를 할 수 있는 휴게시설도 층별로 꾸려져 있었다.

업무환경은 최근 트렌드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쉬고 싶을 때 쉴 수 있는 공간, 집중해야 할 때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장소, 많은 사람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공간, 어둡고 답답하지 않은 사무실, 창의력을 샘솟게 만드는 장난스러운 인테리어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사진=장동규 기자
/사진=장동규 기자

◆“놀고 먹을 수 있는 곳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과연 얼마나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할까. 지원부분인사팀에서 인사사업을 담당하는 하인호 선임은 “회사가 직원들을 챙겨주는 것, 복지는 상당히 만족하는 편이다. 특히 ‘지금 만나러 갑니다’ 즉 지만가 제도가 가장 만족감이 크다”고 답했다. 지만가 제도는 가족생일, 결혼기념일, 본인생일 등 특별한 날에는 4시에 퇴근하는 제도인데 기업이 구성원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을 제공하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하 선임은 우아한형제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면서도 높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경영진과 구성원 사이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 선임은 “우리는 규율 속에서 자율을 누린다. 구성원들이 휴식시간을 갖는 것은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터치를 하지 않는다”며 “현재 주 35시간을 시행 중인데 여기에는 구성원들이 짧게 일해도 높은 성과를 낼 것이라는 경영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우아한형제들이 왜 매번 일하기 좋은 회사로 선정되는지 알 수 있었다. 우아한형제들은 구성원들이 불편함 없이 오로지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고 스스로 애사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승혜 파트너지원파트장은 “회사에 버킷리스트가 있다. 구성원들이 바라는 것을 입력하면 회사가 그것을 이뤄주는 제도인데 실제 이 사옥을 선정할 때도 버킷리스트가 반영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이들은 ‘일하기 좋은 기업’이 ‘편한 회사’, ‘놀고 먹을 수 있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우아한형제들 구성원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꾸준하게 ‘효율성’과 ‘성과’를 강조했다. 회사가 자율적이어도 맡은 목표는 완수해야하며 업무가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 선임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일하기 좋은 회사, 놀기만 하는 회사로 비춰져서 상당히 안타깝다”며 “일하기 좋은 회사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구성원을 지원해주는 것이지 결코 편한 회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추석합본호(제608호·6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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