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칼럼] 카풀서비스와 '공생의 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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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행 중인 '타다'. /사진=머니투데이 임성균 기자

서울 강남권에 살면서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A씨에게 회사 다니기가 힘들겠다고 하니까 같은 직장의 집 근처에 사는 사람을 찾아 카풀(라이드셰어링)한다고 했다. 서울 남부권의 한 업체에 다니는 B씨가 노원구 북쪽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에 살면서 역시 먼 거리를 비슷한 형편의 사람과 카풀하는 것을 보았다.

필자 또한 지방의 모임에 갈 때면 혼자 고속버스나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가 참석자 중 서울에서 차를 갖고 온 사람을 물색해 그의 차에 동승해서 올라오곤 했다. 물론 염치없게 공짜로 신세질 수 없어서 주유할 때나 톨게이트를 지날 때 주유비나 통행료를 대신 지불하는 방식으로 카풀 대가를 치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근처 고속도로 101번은 종종 교통정체가 극심하다. 한번은 다른 사람 차에 동승해 그곳을 지날 때 카풀 전용차선으로 가니까 혼자 운전하는 차량들에 비해 훨씬 빠르게 갈 수 있었다. 두 대 이상의 차량이 운행하는 대신에 한 대로 운행하면 교통정체 완화 효과가 있으므로 카풀을 권장하기 위해 카풀 전용차선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또한 도로에 다니는 차량을 줄이면 대기환경 오염도 줄어든다.


지난 3월21일 광화문광장에서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고 임정남 택시가 추모 및 3-7 카풀 합의 거부 타다 추방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사진=뉴시스 박미소 기자



◆'승차공유 서비스' 세계적 추세

카풀은 차를 소유하면서 운전하는 사람과 차를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소유하더라도 사정상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편익이 돌아가며 사회적으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카풀이 활성화할수록 좋기는 하지만 개인적로는 출발지와 도착지가 비슷한, 카풀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누구나 갖고 다니는 4차산업 시대에 공유경제 개념이 나오면서 카풀 중개 서비스 업체를 통한 카풀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다른 공유경제가 그렇듯이  승차공유 경제도 차량 소유자와 카풀 이용자가 윈-윈(win-win)하는 구조를 가졌다.

골드만삭스는 전 세계 승차공유 서비스산업 시장규모가 연평균 18.3%로 고속 성장해 2017년 440억달러에서 2030년 2850억달러(약 340조원)로 커질 것으로 예측하는 보고서를 냈다. 2017년 승차공유 운전자 수는 550만명, 승차공유 횟수 42억회, 운영도시는 1170개로 파악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이 예측한 2040년 전 세계 승차공유 시장규모는 3조달러(약 3360조원)에 이른다.

승차공유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는 우버(Uber)와 리프트(Lyft)가 꼽힌다. 이들 회사는 차량을 한대도 소유하지 않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면서 이용자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은 승차공유업체 우버는 지난 6월 뉴욕거래소에 상장해 8월2일 기준 시가총액이 685억달러(약 82조원)에 달한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그랩(Grab)은 2012년에 사업을 시작한 이후 승차공유 기업 1위로 올라서서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불린다. 우버는 동남아에서는 그랩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지난해 3월 사업을 접고 그랩에 지분을 넘겼다. 동남아 스마트폰 4대 중 1대에 그랩 앱이 깔려 있다고 한다. 그랩은 현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미얀마 등 8개 국가, 300여개 도시에서 영업한다.

모바일앱을 통해 오토바이를 불러 운전자 뒤에 타는 오토바이 공유서비스 ‘그랩바이크’도 일부 국가에서 제공한다. 퀵서비스, 음식배달, 택배 등으로 사업 영역을 계속 넓혀 가고 있다. 기업가치는 110억달러(약 13조원)로 추정된다. 일본 소프트뱅크(회장 손정의)는 2014년부터 그랩의 성장성을 내다보고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 초 14억6000만달러를 그랩에 투자한 이후 추가로 20억달러를 더 투자하겠다고 지난 7월29일에 발표했다.


지난 6월14일 서울 강남구 한 빌딩에서 택시산업-플랫폼 간 상생발전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카풀 서비스업에 저항하는 택시업계

한국에서는 1994년부터 승용차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직장동료, 이웃사람 등 목적지가 같을 경우 카풀이 허용됐다. 그러다 정보통신기술(ICT)이 발달하면서 카카오모빌리티처럼 체계화한 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해 사람들이 쉽게 카풀을 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업체가 생겨났다.

또한 승용차가 아닌 11인승 승합차를 연결해주는 공유차량 업체 '타다'가 생겨났다. 이는 이용자들이 차를 빌려 타면서 운전기사를 함께 제공받는 ‘기사 포함 렌터카’ 임대서비스라 할 수 있다. 카카오T 택시, 어디고, 타다, 풀러스 등 모든 이동서비스 앱의 화면에는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소요시간과 예상요금이 나타나며 인원수를 입력하게끔 돼 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운전자가 하거나 음악 틀어놓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을 위해 제공되는 ‘조용히 가고 싶어요’ 옵션을 선택해도 된다.

하지만 카풀서비스는 기존 택시업계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승차공유 시스템이 활성화한 해외 여러 나라들과는 달리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쪽에서는 연 8조원 택시시장에 자가용 카풀이 들어오면 다 망한다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다른 쪽에서는 신기술로 인한 변화를 구시대적 발상으로 막고 있다고 반박한다. 택시업계는 카풀서비스 도입을 결사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러 차례 열었다.

심지어 지난 12월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서비스에 반대하면서 법인택시 운전사가 분신해 죽었고 1월에는 수원의 택시기사가 광화문에서 택시에 스스로 불을 질러 숨졌다. 2월에는 서울의 택시기사가 더불어민주당사 앞 카풀 반대 집회에 참석한 후 분신을 시도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카카오카풀 시범운영에 들어갔던 카카오모빌리티는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되자 시범서비스를 중단했다.

◆규제와 저항에 막힌 스타트업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자가용 유상 카풀이 포함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카풀 영업은 출퇴근 시간대인 오전 7∼9시, 오후 6∼8시에만 할 수 있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아예 금지된다.

택시업계에서 카풀서비스가 택시 이용을 감소시켜 영업을 고사시키고 일자리를 빼앗아갈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달리 카풀 관련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카풀 이용자와 택시의 영역이 다르므로 공존할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영업용 택시를 이용하는 대신 카풀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직접 운전하는 것을 기피하거나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대신에 카풀하는 사람도 실제로 많다.

이 글 서두에 나타난 실제 카풀 사례들도 카풀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모두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사례자 A씨는 출근시간이 9시 이후라서 법 개정안에 따른 유상 카풀서비스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요즘은 출퇴근시간이 탄력적이거나 일의 성격에 따라 다른 경우가 많아서 카풀 영업이 허용된 시간 이외에 이동하는 사람도 많다.

택시업계 주장을 적극 반영해 법안이 만들어지고 통과된 것에 대해 택시업계와 국회의원들은 반겼지만 카풀 스타트업계는 한국에서의 모빌리티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타트업 플러스는 201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해 카풀 중개 앱 시장을 이끌어왔는데 평일 4시간 허용으로는 사업성이 사라져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해외로 눈을 돌리겠다는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예약 기반 카풀 ‘어디고’를 출시해 카풀 중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위츠모빌리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한국어 전용 카풀 서비스 운영을 위한 운송네트워크사업자(TNC)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카풀서비스는 차량을 가진 사람과 차는 없으면서 차량 이동을 원하는 사람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서로를 연결해주는 플랫폼 사업으로 운수업이 아님에도 운수업과 충돌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전개하는 스타트업은 기존 시장과 이해관계에서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 때 정책 리스크가 따른다는 평가다. 기존의 일자리와 새로운 일자리 사이의 충돌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주행차도 기존 운전사 수요를 줄인다. 즉 기술의 변화로 줄어드는 기존 일자리의 보호냐, 혁신성장 시대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냐 사이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현명한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핀란드에서는 택시사업자들이 요금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 반발을 줄이면서 우버 도입을 허용했고 미국에서는 우선적으로 신규 서비스를 도입한 후 신산업이 커가는 과정에 규제를 만들어 가는 ‘선 허용 후 규제’ 방식을 채택한 점도 참고할 만하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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