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루 300~400명 입맛 잡은 '1평 카페'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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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 낡는다. 사람의 발길은 자연스레 끊기고 활용가치도 떨어진다. 한편 아무리 잘 관리해도 변화된 트렌드에 둔감하면 역시 그 공간은 외면받는다. 먹고 자는 집부터 일하는 사무실과 쇼핑·여가시설까지 모두 능동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머니S>는 넓히고 쪼개고 재활용하는 산업 전반의 공간 활용 열풍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숨은 ‘m³’를 찾아라… 공간의 경제학-④] 자투리·반지하 '이색점포' 가보니



길모퉁이의 한평 남짓한 자투리공간, 볕이 잘 들지 않는 퀴퀴한 반지하…. 상대적으로 접근성이나 활용도가 떨어져 외면받던 공간에 활기가 돈다. 비인기 공간에 개성을 입힌 상점들이 속속 등장하며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는 것.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공간이 상권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인기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서울 홍대·연남동 일대에는 외면받던 공간을 활용해 개성을 더한 다양한 상점이 밀집해 있다. /사진=이한듬 기자

◆대형 상점 부럽지 않은 한평 상점

서울 광화문 청계천이 시작되는 청계광장 인근 사거리에는 자투리공간을 활용해 만든 H카페가 있다. 사거리 구획을 따라 건물과 건물이 직각으로 놓인 틈새 모서리에 들어선 이 카페는 전체 규모가 한평 남짓한 초소형 상점이다.

커피머신을 비롯해 카페 음료에 필요한 몇가지 장비를 놓고 나면 직원 2~3명이 겨우 서 있을 만한 공간이 전부다. 테이블이 없기 때문에 요즘 같은 폭염에는 여느 카페처럼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커피를 마실 수도 없다.

그러나 이 카페엔 이른 아침부터 음료를 사기 위해 손님이 줄을 선다. 인근에 주요 대기업과 대형 언론사, 오피스 등이 밀집해 있어 직장인의 왕래가 많은 데다 아침 일찍부터 청계천을 구경하려는 관광객까지 몰려들며 활발한 유동인구를 형성한 까닭이다.

점심시간에는 일찌감치 식사를 마치고 청계천으로 산책을 나온 이웃 동네 직장인들의 발길까지 더해져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루에 몇명이나 가게를 찾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H카페 직원은 “평일을 기준으로 하루 평균 350여명의 고객이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서울 광화문 청계천 인근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만든 카페. /사진=이한듬 기자

화려한 인테리어로 중무장한 프랜차이즈 카페가 밀집한 광화문 한복판에서 마땅한 편의시설조차 갖추지 못한 이 카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바로 저렴한 가격 때문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이곳의 스몰사이즈는 1500원, 미들사이즈는 2000원이다. 스몰사이즈라고 해도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레귤러, 톨사이즈에 해당되는 양이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음료인 프라페메뉴도 최대 가격이 4500원으로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 수준이다. 매장 규모가 작은 만큼 임대료와 인건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 가격을 낮춰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매일 아침 이 카페를 이용한다는 직장인 박창오씨(33)는 “주변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 음료 한개를 구매할 수 있는 돈으로 이곳에서는 2~3개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자주 애용한다”며 “날씨가 좋을 때는 동료들과 함께 청계천을 산책하면서 음료를 마시면 되고 날이 궂을 땐 회사 휴게실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테이블이나 편의시설이 없는 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홍대·연남동 일대에 반지하를 활용한 다양한 상점들이 밀집해 있다. /사진=이한듬 기자

◆개성 넘치는 반지하, 상권 중심으로

반지하를 활용한 상점도 인기를 끄는 추세다. 통풍이나 채광이 부족해 습기, 곰팡이 등이 생기기 쉽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등 상대적 접근성이 떨어져 외면받던 공간이지만 특별한 개성을 추구하는 밀레니얼세대의 소비문화와 맞물리며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기자가 방문한 서울 홍대와 연남동, 연희동 일대는 이 같은 반지하 상권이 잘 발달된 곳이다. 길가의 1층 상점보다 몇계단 아래에 놓여있는 카페, 옷가게, 액세서리 상점이나 건물과 건물 틈 사이 반지하에 위치한 펍 등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평일 대낮임에도 골목 골목을 찾아다니며 이 같은 반지하 상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20대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김수연씨(23·여)는 “방학 기간이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봤던 카페를 방문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왔다”며 “골목마다 예쁜 가게가 많아 인생사진을 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남동에서 5평 규모의 반지하 커피숍을 운영하는 한 카페 사장은 “가게가 대로변이 아닌 골목에 위치한 데다 반지하이기 때문에 권리금이나 임대료를 상대적으로 낮게 주고 들어왔다”며 “SNS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이 많기 때문에 가게운영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에는 이곳 일대가 대규모 상권을 이루며 반지하의 이점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접근성이나 유동인구, 보증금 등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역에서 도보로 10~15분 거리의 연남동 골목 안쪽에 위치한 1층 상점의 임대료는 1평당 15만~20만원으로 생각하면 된다”며 “반지하의 경우 1층 상점의 80~90% 수준으로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대, 연남동, 연희동 동네 전체가 하나의 상권을 이루다 보니 1층과 반지하의 (임대료)차이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SNS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1층이냐 반지하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얼마나 개성을 갖추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한듬 mumford@mt.co.kr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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