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신라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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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신라젠 긴급 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맞은 신라젠이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대표 바이오기업’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라젠의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을 간암환자에게 표적항암제와 병용투여했을 때 치료효과를 확인하지 못해 지난 2일(한국시간)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신라젠은 14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를 가진 바이오 대표종목인 만큼 이번 임상 실패는 최근 악재가 커진 바이오업계와 주식시장에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펙사벡이 상업가치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당일 신라젠 주가는 주식시장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직행했다. 전날 코스닥시장 3위의 시가총액(3조1654억원)은 이날 하루 만에 1조원가량 빠지며 6위(2조2186억원)로 내려앉았다. 신라젠의 악재로 인해 바이오업계 투자심리도 급속히 얼어붙었다. 에이비엘바이오(-8.77%), 헬릭스미스(-5.77%), 제넥신(-5.92%), 메디톡스(-5.95%) 등 시총 상위 바이오 종목이 급락했다.

◆자체개발에서 기술수출전략으로

존폐 기로에 놓인 신라젠은 전략을 전폭 수정하면서 리스크 해결에 나섰다. 자력으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겠다는 기존 신라젠의 계획과 달리 기술수출로 선회하겠다는 것. 수천억원이 드는 글로벌 임상3상이 고꾸라지면서 더이상 기존 입장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현재 임상 초기단계인 신장암, 대장암 등 다른 암종 치료에서 펙사벡의 효능을 입증해 다국적제약사에 팔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에서는 일정 조건을 갖춘 바이오의약품을 신속 심사해 시장에 빨리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뒷받침한다.

또 신라젠은 기존 펙사벡·표적항암제 병용임상에서 펙사벡·면역관문억제제 병용임상으로 바꿔 집중할 계획을 밝혔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쉽게 말해 펙사벡과 표적항암제의 궁합이 잘 맞지 않았던 것”이라며 “펙사벡 효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며 사업화 성공을 자신했다.

당장 주목할 만한 펙사벡의 적응증은 신장암(1상), 대장암(1·2상)이다. 신라젠은 현재 표적치료제로 치료하지 못한 신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리제네론사의 면역관문억제제 ‘리브타요’와 펙사벡을 병용투여 중이다. 현재 환자군 11명을 모집했다. 미국국립암연구소(NCI)에서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임핀지’와 펙사벡을 병용임상하고 있다. 등록된 환자 중 1명은 통증이 감소했고 대장암 암수치가 정상이 됐다. 신라젠은 치료효과에 대한 결과를 내년 1월에 열리는 GI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위장관종양 심포지엄)에 초록접수할 예정이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머크사의 ‘키트루다’와 펙사벡을 병용하는 임상시험은 내년 1분기 환자 등록을 목표로 잡았다. 대장암, 췌장암, 담도암, 위암 등 소화기 암종과 폐암, 흑색종 등 기타 암종을 대상으로 ‘옵디보’와 병용도 곧 시작한다.



◆자금조달·환자유치 등 문제도

하지만 신라젠이 내놓은 대응책에도 정작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첫 신약으로 개발하던 펙사벡이 좌초 위기에 내몰리면서 임상시험 진행을 위한 자금 조달과 환자 유치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신라젠은 글로벌 임상3상에 예정된 잔여 예산을 신규 면역항암제 병용임상 및 술전요법에 투입할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날카롭다.

먼저 주주 14만명에게 신라젠의 기술수출 전략은 너무나 먼 얘기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 급락을 막고 주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단 문 대표는 지분을 추가 매입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표는 지난 6일 자사주 12만9000주(약 20억원)를 장내 매입했으며 빠른 시간 내 추가 매입을 단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문 대표의 행보가 오히려 ‘면피용’ 주주 달래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 대표는 2017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총 156만2844주를 1주당 평균 8만4815원에 매각하면서 총 1325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문 대표의 지분 매입도 일시적일 뿐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신라젠은 “앞으로 가치 제고를 위해 임상을 잘 수행해서 기술수출로 보여주겠다”고 답변했다.

신라젠이 승부를 건 펙사벡·리브타요 병용임상에 참여할 신장암 환자가 적은 것도 문제다. 권혁찬 신라젠 임상총괄부문 총무는 “급여된 면역항암제만 2개고 빅파마들이 신장암에 대한 수많은 병용임상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며 “때문에 유치할 수 있는 신장암 환자수가 많지 않아 임상결과가 나오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상실패 리스크, 바이오 ‘숙명’

신라젠이 마주한 리스크에 대해 관련업계는 이해하지만 실망하거나 좌절해선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개발된 신약들도 실패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며 원인을 분석해 성공의 단초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전세계 항암제 개발 임상 건수가 폭주함에 따라 글로벌제약사 만큼 대규모 임상 인프라 수준을 갖추지 않았다면 환자 확보는 그야말로 ‘전쟁’”이라며 “실패할 위험이 월등히 높은 프로젝트를 죽을 때까지 시도해야 하는 개발자의 입장에서 실패했다고 관련업계에 돌을 던지고 싶지는 않다. (만약 돌을 맞아야 한다면) 개발자들은 신약이 성공하기 전에 돌에 맞아 죽을 확률이 99.9%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모든 투자는 리스크가 있으며 리스크가 없는 건 사업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하반기 이슈의 성패가 바이오업계 분위기를 반전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대표적인 이슈는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의 ‘당뇨병성신경병증치료제’(VM202-DPN)와 에이치엘비의 ‘위암 표적항암제’(리보세라닙), 메지온의 ‘선천성심장질환치료제’(유데나필) 등이다. 각 회사의 임상결과는 헬릭스미스의 경우 오늘 9월23일 주간에, 에이치엘비는 9월27일 유럽암학회에서, 메지온은 11월16일 미국심장학회에서 공개된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아름 arhan@mt.co.kr

머니투데이 경제주간지 머니S 산업1팀 기자. 제약·바이오·병원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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