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로 로고 가린 일본차… '수입차 거리'엔 한숨만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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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혼다전시장. 닛산전시장. 토요타전시장. /사진=이지완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등으로 한일 양국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심화되고 있다. 올해 독일차 등이 주춤한 가운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일본차 브랜드들은 한순간 바뀐 분위기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다고 반일감정 여파로 판매실적에 타격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재 분위기라면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이 지난 2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본차의 실적은 반토막이 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보이콧 재팬, 딜러들은 한숨만

#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이모씨(27)는 “첫차로 저렴한 수입차를 찾아보다가 연비까지 효율적이라는 일본 하이브리드차를 고려했다”며 “하지만 최근 일본제품을 사면 눈치가 보이고 욕을 먹는 상황이라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인천 서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48)는 “일본차를 끌고 나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할 정도로 주변의 인식이 좋지 않다”며 “주변에서는 차 로고를 검정 테이프로 가리고 다니는 경우도 봤다”고 하소연했다.

예전과 다르다. 일본제품 구매에 눈치를 봐야하는 시기가 됐다. 최근 분위기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강남의 한 수입차거리를 다녀왔다. 이 거리에는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주요 일본차 브랜드 전시장이 몰려 있다. 평일 낮 시간대지만 전시장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실제 일본차 브랜드 전시장들을 살펴보니 한산했다. 방문객을 찾아볼 수 없었고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거나 PC 화면을 계속 응시하는 직원들만 눈에 들어왔다. 또 다른 전시장에서는 직원들이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각 다른 수입차전시장에는 많지 않지만 몇몇 상담을 받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일본차 브랜드 A 대리점 관계자는 불매운동에 대한 즉답은 피했지만 지난달 고객이 뜸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에 방문객이 많이 없었고 차가 많이 팔리지 않았다”며 “그래서 이번 달에는 딜러들이 좀더 공격적으로 판매활동에 나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차 브랜드 B 대리점 관계자는 “요즘 뜸해진 것은 사실”이라며 “물론 지난달부터 휴가철이라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거리에서 구월문화로상인회가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며 렉서스를 부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진욱 기자



◆전망 암울… 미래 고객 잃는다

업계에서 제기된 반일감정 여파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상반기 잘 나가던 일본차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 받은 성적표는 참담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렉서스는 지난달 982대를 팔아 전월 대비 판매량이 2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판매량이 865대로 집계돼 전월 대비 37.5% 감소했고 혼다는 468대로 전월 대비 41.6% 판매량이 줄었다. 마찬가지로 닛산의 지난달 판매량은 228대에 머물며 전월 대비 19.7% 역성장했다. 인피니티는 지난달 131대가 팔려 전월 대비 판매량이 25.1% 줄었다.

물론 이 같은 판매저하가 반일감정에 의한 것으로 풀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차 브랜드 관계자는 “7~8월은 여름휴가시즌이고 전체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드는 시점이기도 하다”며 “당장 한달 실적만 놓고 반일감정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KAIDA 23개 회원사 가운데 지난달 판매실적이 전월 대비 역성장세를 보인 곳은 절반 이상이다. 최근까지 인증 및 공급 등에 어려움을 겪었던 독일차나 수억원대를 호가하는 고성능, 럭셔리 이탈리아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월 대비 판매량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본차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이 어두운 것은 사실이다. 현 상황에서는 한일관계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당장 한일관계가 해소된다고 해도 국민 개개인의 반일감정과 그 잔상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당장 코앞보다 미래 고객의 이탈이 더 클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도 일본차 브랜드의 가망고객(구매 가능성이 있는 고객)의 이탈이 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달 일본차 브랜드의 견적건수가 전월 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견적은 신차 구매가 진행되기 전의 단계로 구매의사가 있는 고객들이 직접 전시장에서 가격, 옵션 등을 따져보는 행위다. 100%는 아니더라도 견적을 받는다는 것은 미래의 고객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동차 플랫폼 겟차에 따르면 지난달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 5개 브랜드의 견적 건수는 262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45% 감소한 수치다.

이에 일부 일본차 브랜드는 이달 파격 프로모션을 내걸었다. 토요타는 시에나에 36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주유권 최대 400만원 지원 등을 내걸었다. 주력 모델인 캠리 등도 200만원 상당의 혜택이 지원된다. 인피니티도 Q30 300만원 지원, Q50 최대 1000만원 지원, QX50 선수금 제로 및 36개월 무이자 할부 및 500만원 지원, QX60 전 모델 최대 20% 혜택 등을 제공한다.

학계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일본차 브랜드들이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본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민 개개인이 분노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난달 일본 매장에 가는 것을 꺼리면서 다수가 가지 않았다”며 “2차 경제보복의 일환으로 백색국가 제외가 현실화될 경우 분위기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일본차 판매량은 반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며 “현시점에서 하이브리드가 최적이고 일본차가 이 부분에서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차 구입에 대한 반감에 따라 매출저감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지완 lee88@mt.co.kr

머니S 산업2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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