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집 식당·폐공장 카페… 발길 이끄는 ‘공간의 재탄생’

 
 
기사공유
방치된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 낡는다. 사람의 발길은 자연스레 끊기고 활용가치도 떨어진다. 한편 아무리 잘 관리해도 변화된 트렌드에 둔감하면 역시 그 공간은 외면받는다. 먹고 자는 집부터 일하는 사무실과 쇼핑·여가시설까지 모두 능동적인 변화를 받아들여야만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머니S>는 넓히고 쪼개고 재활용하는 산업 전반의 공간 활용 열풍을 들여다봤다. <편집자주>

[숨은 'm³'를 찾아라… 공간의 경제학-①] 
넓히고 쪼개고… '마법'이 따로 없네

공간이 사람을 움직이는 세상이다. 넓은 공간은 사람의 발길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오래도록 머물게 한다. 하지만 좁은 공간도 수납 등을 활용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 넓은 공간 못지않게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 최근 아파트·사무실·쇼핑매장·자동차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방치된 유휴부지 등에도 다양한 방식의 공간 활용 열풍이 불며 사람의 발길을 이끈다.

플랫폼창동61. /사진=김창성 기자

◆집은 넓히고 사무실은 쪼개고

“17평(59㎡)이라는데 25평 이상은 돼 보여요.”

수도권의 한 아파트 견본주택을 찾은 A씨는 감탄했다. 작은 면적이라 공간 활용도가 낮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곳곳에 숨겨진 수납공간이 있어 효율성이 높고 천장도 기존보다 높아져 개방감이 크게 느껴져서다.

최근 분양시장은 대형 면적보다 중소형 면적 위주로 공급된다. 4인 이상 대가족을 이루던 과거와 달리 1~2인가구나 자녀 1명을 둔 3인가구가 대세로 자리잡은 탓이다. 이들 중소형주택은 현관·주방 옆 펜트리(저장공간), 안방 드레스룸, 지하주차장 개별 창고 등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성을 창출할 수 있는 평면을 공급해 소비자의 만족감을 자아낸다.


수도권의 한 견본주택. /사진=김창성 기자

이밖에 좁은 땅에 집을 짓는 협소주택, 공간을 2명 이상이 나눠 쓰는 셰어하우스나 부분임대아파트 역시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최근의 주거 트렌드다.

사무실은 필요한 만큼만 빌려 쓰는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1인기업, 벤처기업 등이 넘치면서 규모에 맞는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운 가운데 필요한 공간을 필요한 시간만큼만 빌리는 ‘공유오피스’가 곳곳에 들어선 것.

공유오피스는 빌딩의 한층이나 몇개층, 혹은 전층을 임대해 전대(재임대)하거나 아예 전체를 매입해 임대를 하는 형태다. 내부에는 1인실부터 대규모 인원이 쓸 수 있는 사무공간과 복사기, 탕비실, 휴게실 등 공용공간까지 마련됐다.

주거공간이 좁아도 넓게 쓰고 싶거나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려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켰다면 사무실은 필요한 시간·공간만 빌려 쓰고 싶은 시장 수요를 반영한다.

◆사람을 이끄는 공간의 비밀

집에서 클릭 한번이면 원하는 물건을 주문하는 온라인쇼핑의 시대지만 고객몰이를 위한 오프라인 매장의 다양한 공간 창출도 눈에 띈다.

최근 오프라인쇼핑 매장에서 눈길을 끄는 형태는 스타필드나 타임스퀘어, IFC몰 같은 ‘스트리트형’이다. 스트리트형 매장은 길게 뻗은 고객 쇼핑 동선을 가운데나 양쪽에 두고 길게 형성한 형태다.

쇼핑업계 관계자는 “스트리트형 매장은 기존의 점포형 매장과 달리 공간 개방감이 커 가시성이 우수하다”며 “또 시기별 다양한 테마를 접목하고 여가·편의시설까지 적용해 집객력은 물론 체류시간도 늘려 매출 상승을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케아나 코스트코 같은 대형 창고형 매장 역시 돋보이는 공간 창출 사례다. 창고형 매장은 넓은 공간에 천장 배관이 그대로 노출될 만큼 실내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신 제품을 대용량·묶음 형태로 싸게 판매한다. 스트리트형 매장과 같이 넓은 공간이라 체류시간이 길고 수용인원이 많은 데다 인테리어를 최소화해 역시 개방감과 가시성이 우수하다.


이케아 광명점. /사진=김창성 기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도서관과 쇼핑몰이 결합된 공간도 있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별마당 도서관은 유동인구가 많고 시끄러운 코엑스몰 한복판에 있다. 이곳은 높이 13m의 대형 서가를 중심으로 5만권이 넘는 책과 크고 작은 독서 공간으로 구성됐다.

별마당 도서관 조성 당시에는 어울리지 않고 무모한 시도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또 일각에서는 아직도 ‘공간낭비’라는 지적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독서의 공간이자 만남의 공간으로 각인된 데다 서로 다른 공간의 결합으로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밖에 최근 출시되는 승용차도 개방감을 극대화한 내부 특화설계로 공간 활용도를 높여 소비자의 입맛을 자극한다.

◆낡은 공간의 재탄생

사람의 발길을 이끄는 공간 마법은 또 있다. 헌집·폐공장 등을 활용해 카페나 식당으로 개조한 경우다. 서울 망원동 망리단길, 이태원 경리단길, 성수동 카페골목 등에는 기존의 낡은 건물을 활용해 사람의 발길을 이끄는 유명 카페나 식당이 즐비하다. 낡은 공간이 새 옷을 입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른바 ‘핫플레이스’에 등극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유휴공간의 재활용 사례도 있다. 서울 창동의 ‘플랫폼창동61’과 자양동의 ‘커먼그라운드’는 유휴부지에 컨테이너박스를 접목해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은 지 47년 된 서울역 고가차도의 경우 철거 대신 재활용을 택해 2017년 ‘서울로 7017’이라는 이름의 도시재생공원으로 거듭났다. 또 최근에는 인근 빌딩과 연결로를 만들어 접근성도 강화했다.

새 옷을 입고 재탄생한 공간이 있는 반면 방치된 공간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 자리한 공실상가다. 각 지하철역마다 적게는 수천명에서 많게는 수십만명의 유동인구가 매일 몰리지만 비싼 임대료·계약분쟁 등으로 방치된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 가좌동에 사는 직장인 B씨는 “지하철이 시민의 발로 통하는 만큼 휑하게 방치된 공실상가가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5호(2019년 8월13~1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solrali@mt.co.kr

머니S에서 건설·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 0%
  • 0%
  • 코스피 : 1960.32상승 20.4214:28 08/20
  • 코스닥 : 604.32상승 9.6714:28 08/20
  • 원달러 : 1207.50하락 3.514:28 08/20
  • 두바이유 : 59.74상승 1.114:28 08/20
  • 금 : 58.40상승 0.214:28 08/20
  • image
  • image
  • image
  • image
  • image

커버스토리

정기구독신청 독자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