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 기업 불매"… 한국콜마의 또 다른 교훈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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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조회에서 여성비하와 막말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킨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콜마 종합기술원 대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사임 배경엔 여성들이 있었다. 주 소비층인 여성들이 불매를 선언하면서 한국콜마는 직격타를 입었다. 이번 한국콜마 사태는 여성 소비자들의 파워를 다시금 확인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여성분들께 진심을 다해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여성 비하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윤 회장이 직접적으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가 지난 7일 월례조회에서 상영을 지시한 한 유튜버의 여성관이 문제가 됐다. 해당 유튜버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을 언급하며 “베네수엘라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여성을 주 고객으로 사업하는 한국콜마가 이런 여성관을 가진 유튜버의 영상을 상영했다는 점에 분개했다. 한국콜마는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주문자상표부착(OEM) 기업이다.

이후 여성 소비자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국콜마의 주요 협력사나 제조 화장품 목록들을 공유하며 불매운동 의지를 나타냈다. 불매운동이 퍼져나가며 협력사에도 피해가 가시화됐고 한국콜마 주가도 급락했다. 윤 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날인 12일까지 주가 하락세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여성혐오로 타격 입은 기업들

한국콜마 사태는 ‘쉬코노미’(She+Economy) 열풍을 여실히 보여준다. 쉬코노미는 여성이 경제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여성들의 구매력이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도 쉬코노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성들은 페미니즘 관련 이슈에 지갑을 여닫는다. 여성혐오 이슈가 불거진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대표적이다. 불매 이유는 ▲성차별적인 광고·마케팅 ▲광고모델의 여성관 ▲사내 성추문 ▲여성 채용·승진 비율 ▲핑크택스(Pink Tax·같은 제품이라도 남성용보다 여성용이 더 비싼 현상) 등 다양하다.

여성혐오 기업으로 지목돼 타격을 입은 사례도 있다. 메이크업 브랜드 맥(MAC)은 2016년 2월 개그맨 유상무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가 불매운동을 당했다. 유상무가 과거 “여자는 남자보다 멍청하다”, “남자와의 잠자리 경험이 있는 여자는 창녀” 등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여성들의 반발이 일자 결국 맥은 광고영상을 삭제하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에뛰드하우스 역시 2017년 방송인 전현무를 모델로 한 광고를 냈다가 여성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자 이를 삭제했다.

온라인 화장품 소셜커머스 미미박스는 2016년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립 제품을 홍보하면서 ‘인생 틴트 남친에게 조르지오’라는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됐다. 여성이 남성의 소비력에 의존하는 것처럼 일반화했기 때문이다. 미미박스도 결국 광고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지난해에는 전자책 서비스 리디셀렉트의 첫 오리지널 콘텐츠 ‘노라’가 여성혐오 논란에 휘말렸다. 여성의 얼굴에 자궁을 그려 넣은 ‘노라’ 표지 디자인이 문제였다. 불쾌감을 느낀 여성들은 리디북스 서비스를 탈퇴하고 이를 인증하며 조직적 대응에 나섰다. 결국 회사 측은 표지를 교체하고 해당 콘텐츠의 서비스를 중단했다.

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소비자 운동도 전개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서는 1년 넘게 ‘여성소비총파업’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이 운동은 매월 첫째주 일요일에 모든 소비와 지출을 중단함으로써 여성 소비자들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날 여성들은 소비를 하지 않았다는 인증 게시물을 올리거나 세계 여성의 날인 3월8일을 기념해 ‘38’로 시작하는 액수를 통장에 넣어 운동에 동참한다. 

/사진=스텔라 아르투아 제공

◆페미니즘은 돈이 된다

업계에서도 여성 소비자들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자칫 여혐 기업으로 지목될 경우 여성 소비자들의 표적이 돼 기업 이미지나 매출에 치명상을 입기 때문이다. 젠더 감수성과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결과다. 또 20~30대 여성들이 강력한 소비 주체로 부상한 것도 한몫했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른바 펨버타이징(femvertising·페미니즘과 광고의 합성어)이다. 미국에서는 2015년부터 펨버타이징 시상식이 열릴 정도로 성평등적 광고들이 호응을 얻었다. 국내에서 펨버타이징은 아직 화장품이나 생리대, 여성 속옷 등에 국한된 수준이지만 점차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지난 2월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은 광고를 내놨다. 이 광고는 한달 만에 유튜브에서 1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벨기에 맥주 스텔라 아르투아는 지난 6월 여성의 꿈을 응원한다는 내용의 ‘비컴 언 아이콘(Become an icon)’ 캠페인을 진행했다. ‘꿈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슬로건 하에 방송인 송은이, 배우 김서형, 가수 김윤아 등을 광고 모델로 내세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한 여성들의 진취적인 메시지를 담아 호평을 받았다.

생리대업체 나트라케어는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광고에 ‘생리’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또 기존 광고와 달리 여성들이 생리 기간에 겪는 불편함을 현실적으로 표현하며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여성 속옷브랜드 비너스 역시 광고에서 “편안함을 포기하면서 아름다워지는 건 날 위한 게 아니었다”며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그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롯데그룹과 삼성생명은 남성 육아 휴직을 콘셉트로 성 고정관념을 탈피한 광고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닝아웃 등 가치 소비가 늘면서 기업 마케팅도 변화하는 추세다. 특히 페미니즘 이슈로 인한 불매운동의 여파는 상당하다”며 “기업도 이런 영향력을 인지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경은 silver@mt.co.kr

머니S 산업팀 김경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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