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장 완판 교통카드엔 ‘오빠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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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모여 하나의 소비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팬 집단인 ‘팬덤’의 덩치가 점점 커지자 이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팬덤영화가 수천만관객을 모았으며 유통가에서는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기업들도 ‘팬덤모시기’에 한창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품을 소비하는 팬덤은 기업에게 ‘귀하신 덕후님’이 됐다. <머니S>가 새로운 소비주체가 된 ‘팬덤’을 조명했다. 팬덤이 국내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와 함께 팬덤경제를 추구하는 기업 사례를 살펴봤다. 또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진화한 팬덤의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빠’ 이상의 힘, 팬덤 경제학-상] BTS·마블에 지갑부터 여는 사람들

#.올 상반기 편의점 CU에서는 때아닌 방탄소년단(BTS) 열풍이 불었다. CU가 한국스마트카드와 함께 20만장 한정판으로 내놓은 티머니 교통카드 ‘BTS버전’이 완판된 것. 점주들은 “교통카드가 이렇게 단기간에 많은 판매량을 보인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지난 5월 개봉했던 마블의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전 예매, 개봉일, 개봉주 등 국내 영화관객수 관련지표에서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23편이 개봉한 마블시리즈는 극장가에서 ‘흥행보증수표’로 자리한지 오래다.

두 사례는 ‘팬덤’의 위력을 보여준 단편적인 예다. 특정 분야의 팬 집단인 ‘팬덤’은 이제 국내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케팅 키워드로 성장했다. 팬들은 자신의 덕질을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갑을 꺼낸다. 팬덤을 공략하면 성공이 보장되는 셈이다.


/사진제공=빅히트

◆‘팬덤=흥행불패’ 가져온다

최근 팬덤의 힘이 잘 발휘된 곳은 극장가다. 방탄소년단(BTS)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링 더 소울:더 무비>가 세계시장에 이어 국내에서도 순항 중이다. 북미 개봉 5일 만에 전작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의 총수익을 뛰어넘은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개봉 초기부터 많은 관객을 불러 모으며 쟁쟁한 영화들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3위(8월12일 기준)에 올랐다. 앞서 개봉했던 <번 더 스테이지:더 무비>(2018),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2019) 등도 수백만달러의 수익을 내며 전세계 BTS팬덤의 힘을 보여준 사례였다.

마블영화의 인기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아이언맨>(2008)을 시작으로 올해 <스파이더맨:파프롬 홈>까지 23편의 영화를 선보인 마블은 전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특히 올 4월 개봉한 마블페이즈3의 대미를 장식한 영화였던 <어벤져스:엔드게임>은 개봉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이 봤다. 주 관람층은 20~30대.(75%) 2008년 <아이언맨>을 관람한 10대가 20대로, 20대는 30대로 성장했다. 마블은 현재 가장 강력한 소비계층인 2030세대를 제대로 휘어잡은 셈이다.

영화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에 100만명 이상이 이 영화를 관람했다”며 “이는 ‘일단 개봉하면 닥치고 보러오는 팬덤’ 영향이 컸다. 그러지 않고서 11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극장가에서 팬덤을 무기로 흥행가도를 달린 영화를 꼽으라면 ‘뽀로로 시리즈’와 ‘스타워즈 시리즈’가 있다. 이 영화들은 일단 개봉하면 팬덤 덕에 기본수익 이상을 올린다. 배급을 맡는 제작사들도 ‘팬덤 구축 영화’는 수익면에서 큰 걱정이 없다.

팬덤은 극장가뿐만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지난달 편주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팀은 ‘방탄소년단(BTS) 이벤트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서울과 부산에서 열린 BTS 팬미팅(4회)을 통해 총 4813억원의 경제효과가 창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BTS 부산 팬미팅은 총 4만2000명의 관객을 모아 1355억원의 직·간접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해 부산 지역내총생산(GRDP) 약 83조원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맹목적 소비? 팬덤 부작용론 ‘솔솔’

대표적인 팬덤 구축 키워드인 BTS나 마블은 다양한 ‘굿즈’ 상품으로 더 큰 파급력을 보인다. BTS교통카드는 20만장이 일주일 만에 동났으며 그들을 활용한 티셔츠, 가방 등 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최근에는 아이돌 팬이 직접 생산자가 돼 해당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굿즈를 만들어 판매하는 문화도 생겼다.

마블 역시 유통가에서 ‘흥행불패’로 유명하다. 올 상반기, 어벤져스 개봉 시기에 맞춰 마블과 협업한 국내 유통업체만 10~20여곳에 달한다. 컬래버레이션 티셔츠를 출시한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일단 ‘마블’ 딱지가 붙고 ‘한정판’이라는 점을 내세우면 매출이 배로 뛴다”며 “한정판을 소유하려는 팬덤의 수요 덕에 판매량 걱정은 별로 없는 편이다. 또 마블은 시리즈 영화가 꾸준히 개봉돼 마케팅 효과가 1년 내내 지속된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연예인이나 영화를 넘어 책, 게임, 만화, 드라마, 작가, 정치인, 예술가에 이르기까지 팬질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팬덤이 구축되는 추세다. 유시민 작가가 책을 내면 일단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것도 팬덤의 힘이 작용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팬덤경제가 확산되자 기업들도 팬덤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충성도 높은 고객의 존재는 실적 상승과 직결돼서다. 애플이나 스타벅스 등 특정 브랜드 제품만을 애용하는 고객들도 팬덤이 구축된 사례다. 이들은 ‘애플스토어’, ‘스타벅스 전용 앱’ 등을 통해 단골고객만을 위한 혜택을 부여하며 브랜드충성도를 높이려 노력한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이 단골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무기로 한 유료회원제 가입을 권하는 것도 팬덤을 구축하기 위한 일환이다.

물론 사회적으로 팬덤의 부정적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아이돌 팬들은 과열된 팬심으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또 팬덤은 지나친 상업주의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무차별적 소비를 진행하면 점점 콘텐츠 질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안준배 한세대 교수는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성향의 팬덤문화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며 “부정적 측면을 어떻게 순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6호(2019년 8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정훈 kjhnpce1@mt.co.kr

안녕하세요. <머니S> 김정훈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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