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시리즈 만든 ‘마블’, 대륙의 실수 만든 ‘미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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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이 모여 하나의 소비트렌드를 만들어냈다. 팬 집단인 ‘팬덤’의 덩치가 점점 커지자 이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극장가에서는 팬덤영화가 수천만관객을 모았으며 유통가에서는 완판 행진을 이어간다. 기업들도 ‘팬덤모시기’에 한창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품을 소비하는 팬덤은 기업에게 ‘귀하신 덕후님’이 됐다. <머니S>가 새로운 소비주체가 된 ‘팬덤’을 조명했다. 팬덤이 국내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와 함께 팬덤경제를 추구하는 기업 사례를 살펴봤다. 또 소비자이자 생산자로 진화한 팬덤의 삶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빠’ 이상의 힘, 팬덤 경제학-중] ‘스토리+커뮤니티’가 흥행 보증수표


개봉하면 무조건 100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자체의 흥행은 물론이고 관련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 기업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이 영화와 손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막강한 팬덤을 구축한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이하 MCU) 이야기다.

2008년 4월30일 아이언맨으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MCU의 최대 히트작으로는 지난 상반기 ‘엔드게임’을 끝으로 시리즈를 마무리한 <어벤져스>를 꼽을 수 있다. 총 1억15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MCU의 최신작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한국영화 역대 최고수준의 인기를 끌며 개봉 4시간30분 만에 100만명, 11일 만에 관객 1000만명을 동원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이 영화는 개봉 전 사전예매만 230만장을 기록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는’ 영화임을 입증했고 동시에 막강한 팬덤의 힘을 재확인하는 사례가 됐다.

팬덤은 광신자를 뜻하는 영어단어 ‘Fanatic’을 발음하기 쉽게 줄인 ‘Fan’이라는 단어에 나라를 뜻하는 접미사 ‘dom’이 결합해 탄생한 단어다. 당초 이 단어는 어떤 것에 대해 열정을 보이는 사람 또는 그 집단을 의미하는 단어였는데 최근에는 좋아하는 행위를 제품구입으로 증명하는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팬덤은 이제 경제현상의 확실한 한갈래로 자리매김했다.


어벤저스 엔드게임. /사진=뉴시스 DB

◆팬덤경제의 시작 ‘스타워즈’

과거에도 팬덤을 구축한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대중문화가 태동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팬덤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제임스 딘 등은 팬덤의 고전사례다. 하지만 근래와 같은 형태의 팬덤문화인 ‘팬덤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 시초는 <스타워즈 시리즈>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1970년대 처음 등장한 이후 오리지널 3부작이 개봉됐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워터게이트 사건, 베트남전쟁, 오일쇼크 등 미국을 뒤흔든 1970년대 각종 사건에서 대중이 탈출할 수 있는 해방구 역할을 하면서 전설로 자리매김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스타워즈 시리즈를 마무리한 후 오랜 기간 관련작품을 제작하지 않았다. 후속작을 기다리다 지친 팬들이 별도의 스토리를 만들고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 팬덤경제의 시초가 됐다.

팬덤경제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스토리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팬들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구성해야한다.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잘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스타워즈는 이 모든 것을 팬들이 스스로 구축해 팬덤경제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 즉 MCU는 스타워즈의 이런 팬덤문화, 팬덤경제의 원리를 철저히 분석하고 십분 활용해 놀라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어벤져스에 등장하는 영웅 하나하나가 모두 개인의 팬을 가지고 있었으며 장기간 스토리를 이어가면서 하나의 거대한 ‘dom’을 만들 수 있었다.


아이폰8 구입자를 환영하는 애플매장 직원. /사진=로이터

◆기업‧제품에도 스토리 접목 시도

최근에는 문화산업을 넘어서 자동차, IT, 패션브랜드에 이르기까지 팬덤경제가 각광받는 추세다. 하지만 팬들 간 자발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때문에 기업이 주도해 팬덤을 결성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산업이 아닌 곳에서 팬덤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경제적인 효과를 거둬들인 기업은 애플이다. 매년 새로 출시되는 아이폰은 끊임없이 스토리를 제공했으며 이를 매개체로 팬들이 서로 소통을 할 수 있었다. 또 그들만의 생태계를 구축하면서 팬들이 스스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기 때문에 애플이 다른 기업보다 팬덤경제를 성공적으로 갖출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팬덤경제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과시한다. 마이너 IT제품의 상징이던 애플이 오늘날 전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다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팬덤경제의 힘이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탄생하면서 생겨나기 시작한 애플의 팬덤은 2009년 아이폰3GS가 공개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여기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팬덤이 합세하면서 애플의 팬덤은 전례없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소수의 마니아가 즐기던 애플기기는 2010년대 들어 이후 대부분의 사람에게 익숙해졌으며 애플의 사업은 외연적으로 엄청난 확장을 거듭했다.

새로운 아이폰이 출시되는 날이면 전세계 애플스토어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뤘고 소비자 스스로가 제품을 홍보하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오늘날에는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애플의 아이폰을 구입하는 이들이 수천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안정적인 소비집단으로 존재하며 애플의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가전기업 샤오미도 성공적인 팬덤경제를 구축한 사례다. 샤오미는 ‘미펀’이라고 불리는 팬덤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미펀은 샤오미가 만들어내는 모든 제품과 콘텐츠를 평가한다. ‘대륙’답게 그 규모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처럼 인기있는 전자기기를 평가한 글에는 댓글수가 1억개를 훌쩍 넘기도 한다. 매일 업로드되는 포스팅의 수도 20만개에 육박한다.

이들은 샤오미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받지 않는다. 미펀은 스스로 제품을 구입해 후기를 작성하는 마케터 역할을 자처한다. 미펀은 샤오미가 저렴하면서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열광한다. 중국 대륙의 미펀은 이런 샤오미의 기업활동을 지지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제품을 구입하고 자신의 노력을 투자해 샤오미를 홍보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팬덤경제를 추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마케팅업계 관계자는 “기업입장에서는 건강한 팬덤을 잘 이용하면 성공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으며 기업 경영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불러올 수 있다”며 “팬덤경제가 주는 이점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에너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방향성이 필요하다. 또 목적과 과정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과정이 없으면 원하는 효과를 얻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6호(2019년 8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박흥순 soonn@mt.co.kr

<머니S> 산업1팀 IT담당 박흥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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