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안 오른다던 ‘실손’의 배신, 누구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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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오대일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은 국민 3명 중 2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가입자 수가 많은 만큼 잡음도 꾸준히 나온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대표적인 적자상품이라 골치가 아프고 건강한 가입자는 손해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자기부담금이 없는 실손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도 손해지만 가입자도 불만이 많다. 보험금 청구가 거의 없는 가입자 사이에서는 과도한 보험료 인상, 더 나아가 불완전판매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8월8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07년 발생한 불완전판매에 대한 판단을 내놓아 실손보험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보험사는 손해, 가입자는 불만 

실손보험은 병원·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보상해줘 보험사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다. 보험사가 받는 보험료보다 지급하는 보험금이 많아 보험료 인상폭이 크다. 가입 기간 동안 의료비 지출이 거의 없는 건강한 가입자 역시 보험료 인상을 피해갈 수 없다.

2009년 9월 이전에 판매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은 보험사 손해가 가장 큰 상품이다. 보험료 인상에 불만을 가지는 가입자도 꾸준히 나온다.

실손보험은 판매시점에 따라 3단계로 나뉜다. ▲2009년 9월 이전 판매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 이후 실손보험’ ▲2017년 4월부터 판매된 신 실손보험(일명 ‘착한 실손보험’)이다. 다른 보험과 달리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다. 가입자가 지출한 의료비 대부분을 환급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계약 수는 1000만건에 달한다. 그만큼 손해율도 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122.9%였다. 올해 상반기 역시 주요 손보사 실손보험 손해율은 110~140% 수준으로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한방요법 건강보험 보장확대, 문재인 케어 풍선효과 등이 손해율 악화에 한몫했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표준화 이전’ 상품의 손해율은 133.9%에 달했다. 보험료 100원을 받으면 보험금으로 133원이 나가는 것이다. 보험금 증가는 전체 가입자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 사이에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2009년 하반기 ‘실손보험 표준화’를 앞두고 절판 마케팅이 이어지면서 당시 2008년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는 515만명에 달했다. 이듬해에는 538만명이 이 상품에 가입했다. 문제는 당시 불완전판매를 당한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금 절대 안 올라”…금감원 “불완전판매”

8월8일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전화를 이용해 체결된 보험계약에서 계약내용의 확정’ 조정결정서를 발표했다. 민원인 A씨가 보험료 인상이 부당하다며 B보험사를 상대로 분쟁조정을 신청한 내용이다.

2007년 2월 22일 A씨는 B보험사 소속 보험설계사와의 통화로 ‘암치료비담보특약’ 등 갱신되지 않는 특약과 5년마다 갱신되는 ‘입원의료비담보특약 및 통원의료비담보특약’(실손특약)에 가입했다. ‘5년 만기 자동갱신 80세 만기’ 상품에 초회 보험료는 3만5000원이었다. 

보험료는 주계약(7579원)의 보장보험료, 적립보험료와 갱신(1만6545원)·비갱신(1만876원) 특약으로 구성됐다. 갱신보험료가 인상될 경우 납입한 적립보험료로 대체하고 보험료 인상분이 누적된 적립보험료를 넘어서면 보험료가 인상되는 형태다. 

설계사는 이 과정에서 A씨에게 “보험료 인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청약 당시 녹음된 음성파일에 따르면 설계사는 “5년마다 갱신은 되지만 내신 보험료는 처음과 끝까지 동일하게 보장받을 수 있다”며 수차례 강조했다. 

보험계약 이후 5년이 지난 2012년 2월 1차 갱신 당시에는 설계사 말대로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갱신특약 보험료가 1만876원에서 2만3343원으로 인상됐지만 적립보험료 대체납입으로 보험료는 동일하게 유지됐다.

하지만 2015년 6월부터 적립보험료 준비금이 모두 소진됐고 A씨가 납부하는 보험료가 3만5000원에서 4만3058원으로 인상됐다. 2017년 2월 2차 갱신 때 보험료는 또 7만6553원으로 올랐다. 

특히 보험계약 과정에서 설계사는 A씨에게 보험증권, 청약서 등을 제외한 가입설계서만 제공했다. 녹취록을 계약 내용으로 인정할 수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민원 당시 A씨는 계약 체결 당시 보험료를 20년만 납입하면 보험계약에 따라 보장받을 있도록 요구하고 보험료 초과분에 대한 반환을 주장했다. B보험사는 “갱신 특약에서 갱신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과 추가납입을 명시하고 있어 적립보험료가 소진되면 A씨가 보험료를 추가로 납입할 의무가 있다”고 반발했다. 

금감원은 설계사가 별도의 청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녹취록을 계약 내용으로 인정해 ‘A씨가 보험계약 보험료로 월 3만5000원을 20년간 납입하는 약정’을 인정했다. 

B보험사가 금감원 결정을 인정하면 A씨는 월 3만5000원을 초과해 납입한 금액(만기환급금 적립 금액 제외)을 반환 받을 수 있다. 조정이 성립되면 해당 결정은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가지지만 B보험사가 조정을 거부하면 향후 재판으로 이어진다. 

금감원 분조위 관계자는 “보험 계약에 대한 민원은 구두로 설명된 경우와 교부된 자료를 종합해서 해석을 해야 한다. 청약서, 녹취록 내용도 중요하다”며 “해당 건은 보험설계사가 절대 안 오른다고 여러 번 반복한 부분이 확인되는데 심지어 보험증권이 교부되지 않아 민원인 측이 피해를 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6호(2019년 8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심혁주 simhj0930@mt.co.kr

금융팀 심혁주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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