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기저귀·햇반 ‘정기구독’… “택배분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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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배송서비스로 불리는 ‘구독경제’는 소유보다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 최근에는 콘텐츠스트리밍, 자동차, 면도날, 꽃, 취미 등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머니S>는 산업 전반으로 퍼지고 있는 구독경제의 흐름을 살펴보고 정기배송이라는 소비현상을 짚어봤다. 또한 직접 정기배송서비스를 이용해 장단점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세상이 배송된다, 지금은 ‘구독’ 시대-③] 
‘가격과 편리함’ 모두 잡았네


3살·5살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직장맘인 기자는 생활용품 소비의 99%를 온라인으로 한다. 아기 기저귀, 물티슈, 생수, 밀키트 반찬, 치약, 샴푸, 세제, 고양이 사료, 고양이 모래 등 사야하는 품목이 많아 일주일에 3~4일은 현관 앞에 택배박스가 놓여있다. 최근에는 집에서 밥을 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햇반을 정기적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떨어지는 즉시 구매해야 하는 물품이라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주문 반나절 만에 받을 수 있는 이마트몰 e쓱배송을 이용한다. 최저가를 검색해 더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고르는 몇분도 번거롭게 느끼다 보니 늘 사용하던 제품을 ‘재구매’하는데 이마저 깜박하고 놓치면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지난 3일 생활용품 정기구독서비스를 처음으로 신청해봤다. 가장 자주 배송을 신청하던 기저귀, 햇반, 고양이 사료·모래를 한달이나 두달 주기로 주문했고 사흘 후인 6일 첫 배송을 받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기구독서비스는 비용면에서 '개이득'이 맞다. 시간을 더 아낄 수 있는 점도 메리트다. 다만 서비스 선택지가 적고 일부 배송시스템의 오류 같은 문제점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사진=김노향 기자



◆배송비 아끼고 깜박하는 실수 해결

그때그때 물건이 필요할 때 새로 주문하는 방식의 가장 큰 단점은 아까운 배송비다. 기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이마트몰을 기준으로 무료배송은 주문 상품가격이 총 4만원을 넘어야 서비스된다.

이를 맞추려고 불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거나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를테면 1만원짜리 고양이 사료를 사기 위해 ‘어차피 언젠가 사야할 물건’이라며 합리화해 추가로 3만원어치를 채우는 식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1만원짜리도 무료배송하는 곳이 있지만 대부분 하루 이상 기다려야 한다. 아기 기저귀처럼 당장 필요한 물건일수록 이런 과잉소비를 하게 된다.

그래서 기저귀 4봉지와 햇반 1박스, 고양이 사료·모래 각 1개를 정기구독 신청하고 총비용 8만7840원을 결제했다. 정기배송 5~10% 할인이 적용된 가격이다. 4개 상품을 따로따로 샀다면 불필요한 물품 구매를 합해 대략 16만원 이상 들었을 것이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배송주기를 자유롭게 설정하고 중간에 지연이나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많은 소비자가 정기구독을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는 해지가 불편해서다. 우리 세대에 가장 익숙한 신문 정기구독이나 우유 배달 등은 한번 계약하면 해지가 쉽지 않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 들어와도 나갈 때는 마음대로 못나가’는 업계 관행 때문에 정작 해지하고 싶을 땐 부담이 크다. 한 지인이 10개 일간지를 한번에 구독하다가 해지하려고 하자 신문사 지국장이 사무실로 쫓아와 드러누웠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런데 물품 정기구독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단 한번만 이용해도 두번째부터 정기구독을 중단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상담원과 전화통화를 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 터치 몇번이면 된다. 또 배송주기를 한달이나 두달, 세달, 이렇게 필요에 따라 설정하고 일정기간을 건너뛰거나 앞당기는 것도 가능하다. 물품 사용량이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인터넷검색을 하면서 ‘정기구독’이나 ‘구독경제’로는 관련서비스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아직까진 ‘정기배송’이라는 말이 소비자들에게 더 익숙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진=김노향 기자

◆택배상자가 분실됐다고?

정기구독의 아쉬운 점은 첫 배송이 완료된 지난 6일 퇴근 후에 발생했다. 사실상 정기구독의 문제점이라기보다 택배시장의 과다수요로 인한 구조적 문제라고 보는 게 더 맞다.

6일 오전 ‘로켓배송 4박스 문앞으로 배송완료했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하지만 퇴근 후 확인해보니 현관 앞에 놓인 상자는 2개가 다였다. 고객센터 상담전화를 통해 문의한 결과 상담원에게 ‘택배 분실’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기자가 사는 빌라는 1층 보안 비밀번호가 있고 현관 앞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택배상자를 분실한 경험이 없다. 분실이라는 말을 듣고 난 후 잠깐 이웃집 주민을 의심할 뻔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리가 없어서 상담원에게 다시 한번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다시 알아본 결과 쿠팡맨이 배송을 완료하지 않았는데 시스템에는 배송완료라고 입력해서 착오가 있었습니다. 해당 쿠팡맨에게 재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쿠팡맨보다 상담원 재교육이 더 시급하네요’라는 말이 나올 뻔했다. 다행히 하루 정도 늦게 받아도 상관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보다 분실로 처리돼 추가 배송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을 쿠팡맨이 감당하는 건 아닌지 걱정됐다. 다음날 퇴근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쿠팡맨의 나이가 기자보다 10살은 어려 보여 더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정기구독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계획이다. 일주일 후 생수와 아이들 우유, 치약 등 생필품을 추가 주문했다. 정기구독 체험 중인 걸 들은 동료가 “명품 대여서비스를 이용해볼 생각은 없느냐”고 물었다. 그동안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단 한번도 명품을 사본 적이 없지만 사실은 관심이 아니라 돈이 없던 것이다. 한달에 단돈 몇만원만 내도 브랜드별로 명품백을 빌린다니, 이제 나도 명품족이 될 수 있는 건가.

☞ 본 기사는 <머니S> 제606호(2019년 8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노향 merry@mt.co.kr  |  facebook

안녕하세요. 머니S 산업2팀 김노향 기자입니다. 부동산·건설과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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